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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1부: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ㄹㄲ 2024. 6. 9. 20:51

다인개변, 해당 시나리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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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열대의 달은,
 
한낱 인간 따위는 너무도 손쉽게 잡아먹으려 드는 것 같을 정도로
 
무거운 배를 부풀린 채 거친 눈을 뜨고 있다.
 
이십 대에 막 접어든 9월,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첫 달이 지나갔다.
 
각성자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제 나름의 친분을 쌓아 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관학교라고 해도 결국 분류는 대학, 지식의 보고다.
 
바쁘게 뛰어가는 선배들,
 
과제 탓에 골몰하며 늦은 시간까지 도서실 불을 환히 밝히는 학생들,
 
느슨한 자유와 적당히 용인되는 비행.
 
저 장벽 너머에선 도무지 보기 어려운 녹음이 교정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세상이 다 이곳 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날이 좋아 하늘까지 맑았다.
 
그것이 다 갖기 어려운 축복이라는 사실을,
 
카사블랑카의 시민들은 머리로나 알지 가슴으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문득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반짝이며 알림을 울렸다.
 
 
 
홀로그램 패널이 온통 노란색이다. 늦지 말라고 성화다.
 
오늘은 1학년 학생들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첫 가상 훈련이 있는 날이니 당연하다.
 
운동장 두 개 크기만큼 널찍한 홀로그램 단련실에서 특수 렌즈를 착용하면
 
바깥 사막과 동일한 환경을 구성해 둔 가상 VR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첫 한 달간 이론으로만 배운 전투를
 
어서 빨리 실전과 비슷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싶다며 애가 닳은 학생도,
 
몹시 긴장하여 창백하게 질린 채 서 있는 학생도 있었다.
 
사실 학생들은 ‘자신과 맞는 구현자나 설계자가 누구일까’를 더 궁금해했다.
 
페어로 활동하는 각성자들은 70% 가량,
 
거기서 다시 15% 정도의 비율이 ‘각인’을 맺어 시너지를 내곤 한다.
 
페어를 자율적으로 정하라고 하면 보통 친한 친구끼리
 
무턱대고 함께했다 도리어 전투 방식이 맞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1학년 때에는 하늘길 시스템이 신체 데이터를 통해 서로 보조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한
 
후보 학생들과 여러 번 짝을 바꾸어 가며
 
누가 자신과 알맞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관례였다.
 
깐깐해 보이는 학생부회장이 명단을 읽었다.
 
각자 자신의 임시 페어를 찾느라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당신들의 이름은 한참 기다린 후에야 불렸다.
 
훈련 순서가 다가올 때까지 잠시 여유가 있으니 인사를 나눠도 좋을 것이다.
 
그린티:... ! 우리 이름이다. (흠칫 고개를 들곤 두 주먹을 쥐었다, 편다.) 조금 긴장되는 것 같기도...
 
프림:괜찮을 거야. (그린티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그건 그렇고, 역시 우리 둘이 페어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린티:(네 손길에 조금은 안심되는지 옅게 웃음 짓곤) ... 응, 시폰 오빠는 잘 하겠지...? 모두 함께였다면 좋았을 텐데.
 
프림:시폰이라면 아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 벌써 페어와 친해져서 한창 떠들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이미지..) 떨어져서 아쉽지만... 잘 하고 있을 거야.
 
그린티:(그 말에 웃음 터트린다. 확실히, 그럴 것 같아.) 응 그렇다면 안심이네. (잦아든 떨림에 시선은 올곧게 앞을 향한다.) ... 우리도 질 순 없으니까. 갈까 프림 오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앞선 순서 팀이 훈련실로 들어가고,
 
그들이 바라보는 가상 환경과 전투 광경이 부속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응원하면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처럼 중계를 관람한다.
 
가상 훈련인 만큼 부상을 입을 일은 없지만,
 
신체 부위마다 장착된 센서가 타격을 받으면 착용한 방어구가 고정되어
 
실제 부상처럼 움직임을 차단해 해당 부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이 훈련 안에서는 진짜 다친 것이나 다름없다.
 
몇몇 팀은 훌륭한 성과를 냈으나
 
대부분은 기본적인 타격 범위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제한 시간을 초과했다.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모두가 처음이니까.
 
교수들도 채점 기준을 너그럽게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시폰이 자신의 차례를 마치고 다가온다.
 
시폰:프림, 그린티!
 
그린티:... 시폰 오빠! (네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갤 돌리곤 곧장 다가간다.) ... 어땠어? 잘 했어? (이리저리 시선 돌리며 살피기)
 
프림: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천천히 시폰에게 다가가고) 훈련은 어땠어?
 
시폰:그린티~ 아직 순서 안됐구나? 형도 같이 있는 거 보니까 역시 둘이 페어인가 보네. (한 손으로 그린티 머리를 장난스럽게 쓰다듬고 나머지 손으론 프림의 어깨를 팡팡 두드린다)
훈련 어땠냐고? 음, 난 나름 괜찮았던거 같은데 내 임시 페어가..
 
그리고 그의 뒤로 보이는 건…..
 
리아:아.. 안녕하세요…!
 
어쩐지 지쳐 보이는 얼굴을 한 여성이다.
 
프림:... 시폰 때문에 고생이 많지? (왠지 지쳐 보이는 얼굴을 보고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린티:... ! 아, 안녕하세요. (흠칫, 뒤에 있던 인영을 보지 못했는지 살짝 굳는다. 얼굴을 살피듯 슬쩍 바라보며 고개 꾸벅 숙여.)
 
시폰:뭣, (프림의 말을 듣고 뚱해짐) 이쪽은 내 임시 페어. 이름은 서리아고, 나이는 그린티 너랑 동갑이라던걸.
 
그린티:... 그린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동갑... 무슨 말을 해야하지? 곰곰히... 빤히...) 점이, 두 개 있으시네요.
 
리아:(프림과 그린티에게 꾸벅꾸벅 인사한다) 아, 아니에요..! 도리어 제가 더 고생시켜드렸는걸요.. 점.. 이요? (자신의 얼굴에 있는 점을 손으로 쓸고는 멋쩍게 웃었다) ..여러분은 가족이신가요?
 
그린티:... ... (점에 대한 화제는 미뤄둬야겠다. 끄덕이며 답하곤) 맞아요. 첫째가 프림 오빠, 둘째가 시폰 오빠, 그리고 막내인 저...
 
프림:응. (고갤 끄덕이곤) 동생이랑 페어라니 운이 좋았지. 그나저나.. 시폰이랑 훈련은 어땠어?
 
리아:아..! 그렇군요, 아까 얘기를 조금 들었던거 같기도 하네요.. (정신없어서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훈련이요? (급격히 얼굴이 어두워진다) ..제가 많이 떨어서.. 시폰이 많이 도와줬어요. (울적..)
 
시폰:아니, 뭐 첫 훈련이니까 그럴 수 있지~! (리아의 등을 두드린다) 둘은 언제쯤이야? 이름은 불렸어?
 
그린티:... 맞아요, 처음인데 떨지 않는 것도 이상한 거고. (리아를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시폰의 물음에 시선을 돌리고서) 응. 방금 불렸어. 곧 들어갈 것 같은데...
... 얼마나 남았지? (가늠하듯 주변을 살펴본다.)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유리:저기, 지금 좌표 C4에서 총 쏘고 있는 애 이름이 뭐더라?
 
요한:아까 말했잖아.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 했다던 애라고.
 
뒤에서 얘기하는 이들은 학생회장 ‘유리 모하에’와 부회장 ‘요한 에를리히’.
 
3학년 생도들 중 우수한 학생들은 1학년 생도들의 멘토가 되어 졸업하기 전까지
 
2년간 상급생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제도가 있는데,
 
구현 A반과 설계 D반의 멘토가 바로 이 페어였다.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각 학년 수석 및 차석을 번갈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학기 첫 주에 유리가 구현자, 요한이 설계자라는 소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유리:거기 너희들, 쫄지 마! 몇 번 하다 보면 이제 지루하고 졸려서 빨리 실전이나 하고 싶다고 빌게 될 걸.
 
대추야자를 집어먹으며 주변 학생들에게 말을 걸던 유리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요한은 혀를 차곤 안경을 밀어 올리며 스크린에 집중했다.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를 했다던’ 동급생이
 
화면 안에서 정확한 사격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능력이 총과 관련된 학생이었던 것이 얼핏 떠오른다.
 
곁에서 그의 페어가 소리를 지르는 게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곧이어 설계자 쪽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
 
미로를 뚫고 지나가듯 구현자의 총알이 궤적을 바꾸었다.
 
허공에서 몇 갈래로 갈라진 총알 파편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크리쳐형 로봇의 머리를 터뜨렸다.
 
지켜보던 동기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유리:어때? 저 두 사람은 합이 꽤 잘 맞는 것 같지? 여기 둘은 준비됐어?
 
속 시원한 타격감을 따라 박수를 치던 유리가 문득 프림과 그린티를 돌아보았다.
 
그린티:... (표정을 굳히고 작게 심호흡 하더니) 준비 됐습니다.
(슬~쩍 프림 본다.)
 
프림:... (그린티랑 눈이 마주친다.) 나도 준비됐어.
 
유리:그래? (두 사람을 보며 씩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곧 두 사람의 순서가 되었다.
 
보급받은 특수 렌즈와 방어구를 착용하자 몸이 다소 무거워졌다.
 
유리와 요한은 통신 인이어를 끼면서 조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유리:자, 절대 긴장하지 말고.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실상은 그냥 거대한 훈련실이란 걸 잊지 마.
 
요한:그렇다고 실전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해서도 안 된다.
그런 감각에 익숙해지면 장벽 너머로 나아가 진짜 적을 맞닥뜨려도 그 상황을 모의 훈련이나 게임처럼 느껴 버리고 마니까.
 
유리:우리가 앞 뒤에서 너희를 엄호해 줄 거고, 진짜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곧바로 시계 옆 S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눌러.
다들 알겠지만 원래 이 버튼 세 번 신호는 실제 위급상황에서 연락처에 등록된 비상번호 쪽으로 연락을 보내는 시스템인데,
이 훈련실 범위에 한정해 그 비상신호가 관리 교수님들께 도달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되어 있어.
게다가 저기 스크린으로 모두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그린티:...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버튼 세 번, 기억...)
 
프림:네. 숙지했습니다. (평소처럼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사항을 몇 가지 더 들은 후에야 훈련실 입실이 재가되었다.
 
네 사람이 모두 입실하고 마침내 문이 닫히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는 모래바람이 불었다.
 
근래의 방독 마스크는 기능이 좋아 쓴 것 같지도 않게끔 호흡하게 해준다지만
 
이런 기후 속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인이어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한 차례 먼지 폭풍이 가셨을 때 비로소 풍경이 보였다.
 

 
‘재앙의 날’을 기점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이룩한 빛나는 문명은 전부 사토 속에 묻혔다.
 
첫 몇 년간은 식물들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말라 죽어갔던 고로 당대에 흔히들
 
‘인류가 멸망하면 몇 년 안에 건물 벽면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동물들이 활개를 치며……’
 
라고 상상하던 광경조차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가 비상 전력마저 잃고
 
인간이 직조한 가장 큰 멸망을 세상에 내보내려 했을 무렵에는
 
갓 개화한 각성자들이 그 위기를 막아 처음으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사람을 징벌하려 드는 것 같은 함신, 인간의 오만을 꾸짖듯 흐려진 날씨,
 
찬란했던 문명에 바치는 추모비처럼 모래 속에 묻혀 쓸쓸히 늙어 가는 빌딩숲,
 
그리고 멀리 가장 거친 먹으로 그려낸 듯이 일렁이는 바다.
 
장엄한 자연의 비난을 처음 보는 1학년들은 말을 잃기 마련이다.
 
이 광경에 익숙한 멘토들이 앞장서 홀로그램 패널을 띄웠다.
 

 
요한:이 공간은 카사블랑카 북동쪽 게이트 바깥 구역과 일치하는 구조로 생성된 거야.
설계자들은 각자 지도에서 목적지까지의 최단 경로를 표시해 봐.
 
GM:설계자는 항법 판정을 통해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최적의 경로를 파악합니다.
 
그린티:... (홀로그램에 띠워진 패널을 보곤 즉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한다. 서로에게 불리한 위치는 어디일지, 어디서부터 나아가야 할지.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기세가 사고를 빠르게 확장시킨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에너지가 길을 그린다.
 
요한이 올바른 경로가 표시되었는지 재차 체크했다.
 
이제 네 사람은 이 경로를 믿고 목적지까지 움직이면서
 
하나 이상의 크리쳐 로봇을 파괴해야 한다.
 
유리와 요한은 몇 가지 조언을 이어 갔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안전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조언은 엄폐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낡아 가는 건축물들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설계자의 경로 구현에 에너지를 실어 구현자가 한 방을 터뜨리는 것이
 
기초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했다.
 
넷은 가장 가까운 폐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유리는 프림에게 단추 정도 크기의 정찰 드론을 건네 준다.
 
유리:이걸 바깥으로 던질 건데, 너네가 할 거야.
서쪽으로 30m 정도 위치에 크리쳐 로봇이 있어. 설계자는 왼쪽 창문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에너지 흐름을 느껴.
구현자는 이 드론에 에너지를 실어서 던지는데, 설계자의 경로에 얹어서 실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해야 해.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런 드론 같은 유도장치 없이도 두 사람의 에너지 운용이 손쉽게 합쳐지는 거지.
자, 해 봐! 무서워하지 말고.
 
GM:구현자는 정찰 드론을 던지면서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설계자는 항법 판정을 시도합니다.
 
그린티:(프림의 옷깃을 잡곤 그대로 옥상 위에서 손을 뻗는다. 서쪽으로, 30m 정도의 위치. 눈을 감고 에너지의 흐름을 느낀다.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경로를 선명히 그려내길 시도한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프림:... 하아. (잡힌 옷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린티가 그려준 경로에 얹어서 실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가만히 눈을 감고 집중한다. 눈 앞에 경로가 그려지는 것 같기도 하다. 드론을 세게 쥐고, 에너지를 담아 크리쳐 로봇을 향해 던진다.)
전격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운용한다.
 
그것은 몹시도 기이한 경험이었다.
 
전신의 감각이 단번에 확장되고, 시야가 환하게 트였다.
 
공중에 투명하게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희미한 연두색으로 일렁이며 물들고,
 
제멋대로 엉겼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에너지 흐름이
 
점차 정렬되어 미로 지도 같은 꼴을 이루었다.
 
방향은 서쪽으로 30m,
 
설계자는 에너지의 흐름을 가지런히 한 가닥으로 이어 뽑아 경로를 설정한다.
 
구현자가 그 경로 위에 제 힘을 실어 드론을 날려 보냈다.
 
미끄러지듯 경로를 타고 바깥을 떠가던 드론은 이내 적절한 길을 찾아 크리쳐 로봇에게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론은 네 사람의 홀로그램 패널에 30m 너머의 크리쳐 로봇을 비춰 주었다.
 
미끌거리는 피부, 구역질나는 주둥이 속에서 긴 송곳니 두 개가 번쩍이는 크리쳐가 그르릉거리고 있었다.
 
…몹시도 끔찍한 모습이다.
 
GM:두 사람 모두 이성 판정해주세요~~~~
 
그린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신집중!)
 
프림: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 1 감소합니다.
 
유리:두 사람 다 괜찮지? 자, 이제 편한대로 싸워봐!
 
GM:순서는 그린티 > 크리쳐 로봇 > 프림 입니다.
단독 공격 혹은 협동 공격 등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협동 공격시 해당 턴의 A가 상대 B에게 공격과 함께 협동을 요구하는 지문을 출력,
B가 그에 응하는 지문을 출력 후 함께 판정을 시도합니다.
A의 기능 판정 실패 시 B의 공격은 기능 판정 성공 유무와 관계없이 무효처리 됩니다.
 
그린티:... 배운 대로. (짧게 중얼거리곤 대상에 시선을 집중한다. 익숙한 감각을 다시금 서서히 끌어올리고, 프림의 공격을 위한 루트를 설정한다. 어느 곳을 겨냥하는 것이 약점이 될지, 가장 손쉽게 대상을 쓰러트리는 방법일지. 최적화된 경로를 찾길 시도한다.)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의 에너지는 로봇에게 닿지 않았다.
 
크리쳐 로봇:(자신의 둔탁한 팔을 휘둘러 프림을 가격하기를 시도한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프림:(검으로 크리쳐 로봇의 팔을 막은 후 잘라내기를 시도한다.)
기준치: 75/37/15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크리쳐 로봇은 아슬하게 검을 비껴 피한 후 프림을 가격했다.
 
프림:윽... (잠시 비틀거렸으나 다시 일어난 뒤 검에 에너지를 모은다. 에너지를 전기의 흐름으로 맞바꾼 후 검에 두른다. 그대로 크리쳐의 정면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전격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기준치: 75/37/15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크리쳐 로봇:(빠르게 다가오는 검을 피하려 시도한다.)
회피
기준치: 32/16/6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쾅!!
 
파열음이 일고 크리쳐의 형태가 일순 일그러진다.
 
그린티:... 오빠! (그의 피해를 확인하곤 미간을 좁힌다. 이대로라면 크리쳐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프림의 도약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둘의 사이를 벌리고자 한다. 씨앗을 매개체로 설계보다 익숙한 힘이 집중되고, 순식간에 굵직한 넝쿨을 키워낸다. 빠르게 뻗어나간 줄기가 크리쳐를 향했다.)
식물 조작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크리쳐 로봇:(당신의 에너지를 감지하곤 빠르게 뒤로 멀어진다.)
회피
기준치: 32/16/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그린티의 덩쿨이 더 빨랐다.
 
줄기는 크리쳐를 옭아매고, 압박했다.
 
크리쳐는 괴로운 듯 꿈틀거렸다.
 
잠시 후 비틀거리던 크리쳐는 무언가 준비하는 듯
 
입을 쩌억 벌리곤
 
프림과 그린티를 향해 유탄을 뱉어냈다.
 
크리쳐 로봇:
M79 유탄발사기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그린티:... 이런...!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에 곧바로 반격 자세를 취한다. 크리쳐를 압박하던 넝쿨을 되돌려 유탄을 받아쳐낼 넓고 촘촘한 막을 펼치길 시도해.)
식물 조작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프림:(검으로 유탄을 베어내길 시도한다..)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유탄은 그린티의 넝쿨을 뚫고 들어온다.
 
넝쿨에 의해 궤도가 휘어진 유탄들은 그린티의 다리를 스치고,
 
프림의 검이 닿지 못한 유탄은 그대로 프림의 어깨 부근을 관통한다.
 
가상임에도 생생한 통증이 당신들에게 전해져온다.
 
GM:그린티 체력 6, 프림 체력 7 감소합니다.
 
프림:(어깨를 관통당하긴 했지만, 그린티가 거리를 벌어준 덕에 훨씬 공격하기 수월해졌다. 검에 에너지를 모은 채, 크리쳐의 머리 위로 도약하여 검으로 내려찍기를 시도한다.)
기준치: 75/37/15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전격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부상을 당해서일까, 프림의 공격은 크리쳐에게 닿지 않았다.
 
그린티:... 윽...! (펼쳐진 넝쿨들은 유탄에 의해 관통된다. 실제 상황이라 착각이 일 듯한 엄청난 고통에 입술을 깨물어. 이곳저곳으로 벌어진 넝쿨들을 다시금 모아들게 조종하면, 넝쿨들은 끝이 뾰족하게 서로 엉켜든다. 자세를 바로잡고 단 한 점, 크리쳐의 중앙을 꿰뚫으려 발사한다.)
식물 조작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총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건지, 크리쳐는 제자리에서 비틀거린다.
 
빠르고 예리하게 뻗어가는 넝쿨덩어리는 그대로 크리쳐를 관통한다.
 
GM:크리쳐 체력 2 남았습니다!
 
크리쳐 로봇:(잠시 후 그린티에게 자신의 몸을 날려 충격을 주도록 시도한다.)
비무장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그린티:(곧바로 능력을 사용해 반격을 시도한다. 날아오는 크리쳐에게 날카로운 넝쿨을 겨냥한 채 그대로 꿰뚫리도록.)
식물 조작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쾅!!!!!!!!
 
크리쳐는 끝내 마찰음을 내며 폭발한다.
 
사방으로 튀는 살점과 폭발로 인한 진동이 울려퍼진다.
 
 
이윽고 모든 것이 잠잠해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가족이어서 일까, 처음 합을 맞추는 것치곤 꽤나 안정적이다.
 
당신들은 고양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린티:(크리쳐의 폭파를 확인하자마자 곧장 프림에게 달려간다. 제법 다급한 목소리로) 오빠, 괜찮아?! 실제로 다친 곳은 없어?
 
프림:(크리처가 폭발한 것을 보고 차분히 검을 검집에 넣고 있었다.) 그린티... 난 괜찮아. 가상 훈련이었으니까, 다친 곳은 없는데... 너야말로 괜찮아? 피곤하진 않고?
 
그린티:... (스스로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 응, 괜찮아. 좀 더 주의하는 편이 좋겠어. 역시 이론으로 배웠던 거랑은 많이 다르네.
 
프림:동감이야. 뭐,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린티 머리 슥슥 쓰다듬고) 수고 많았어. 이제 슬슬 선배들이 계신 곳으로 돌아갈까. (어쩐지 피곤해보인다..)
 
그린티:...응. 그러자. (좀 더 조심해야겠다 다짐하며 걸음을 옮긴다.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쉬이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실전이었다면, 정말로 프림 오빠가 다치는 거니까.)
 
되돌아가는 길,
 
문득 당신들의 근처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유리:이야, 훌륭한데? 전투 잘 봤어.
동조율도 측정끝났고. 어때, 궁금하지 않아? (씩 웃으며 눈을 찡긋한다)
 
프림:(그린티를 힐끔.) ... 궁금해?
 
그린티:... - (굳어있던 표정도 잠시, 동조율이란 단어에 두 눈이 반짝 빛난다. 프림의 목소리에 힐끔 눈을 맞추며) ... 당연하지!
 
유리:역시 그렇지? (소리내 웃더니) 축하해, 최초 동조율이 60% 이상으로 계산됐어. 엄청 높은 수치야.
 
그린티:...! (높은 수치라는 말에 표정이 확 밝아진다. 평균... 수치가 어느 정도지? 떠올려본다.)
 
굉장히 다양하나 50% 이하를 웃도는 것이 평균적이라는 것을 당신은 기억해 낸다.
 
프림:60%면... 평균보다 높은 수치네. 잘 됐다. 같이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
 
그린티:그러게, 좀 더 열심히 하면 더 높아지겠지? (결의...!)
 
유리:그럼그럼~ 아! 그리고 프림.. 그러니까 그린티랑 시폰까지. 아까 인적사항 살펴봤는데 너희 가족이라며?
 
그린티:(익숙한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맞아요.
 
유리:가족끼리 사이가 좋은가 봐~ 동조율도 낮지 않은 걸 보니. 시폰도 프림 너랑 에너지 색이 거의 똑같더라.
가족이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봐서 신기하네. (라며 씩 웃는다.)
 
그린티:(이야기를 얌전히 듣다가 조심스레 묻는다.) 혹시, 시폰 오빠의 동조율은 어떻게 나왔나요?
 
유리:음? (장난스럽게 웃더니) 말하면 의리가 없지~ 그건 걔네들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말하며 앞서 걷는다.)
 
프림:.... (궁금해서 옆에서 듣고 있었더니...) 가서 시폰에게 물어보자. 우리 훈련 얘기도 들려주고.
 
그린티:... 응! 그래야겠다. (프림에게 속닥 답하고는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겨.)
 
유리는 두 사람의 협력 수준이 아주 좋아
 
평균보다 빠르게 크리쳐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첫 전투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당신들은 반파된 크리쳐를 떠올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GM:관찰력, 혹은 지능 판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프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린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것은 어떤 길짐승도, 어떤 날짐승도 닮지 않았다.
 
……방사능 탓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기엔 조금 이상하지 않나?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념에 잠겨 있던 때,
 
동쪽 모래 폭풍 너머로 멀리 거대하게 솟은 첨탑이 어른거렸다.
 
GM:관찰력 판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프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모래바람이 어른거려 잘 보이지 않는다.
 
침묵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유리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유리:저 쪽에는 모스크가 있어.
 
상단부에 발린 청록색 염료가 누렇게 바랬고, 아름다운 문양이 둘러쳐져 있다.
 
유리는 그렇게 말했다.
 
유리:저 모스크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인데,
 
유리는 다른 것을 의식하는 모양이다.
 
곧 입을 꾹 다문 유리가 몸을 돌렸다.
 
유리:가자. 다른 애들이랑 합류하게.
 
그린티:...? (잠시 모스크로 시선을 주다, 따라간다.)
 
프림:(뭔가 있나? 생각하며 둘을 따라간다.)
 
두 사람은 첫 전투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다.
 
마침 시폰과 리아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리아:그린티, 프림! 정말 대단하던데요! (빠르게 다가오다가 대뜸 입을 막더니) 합, 죄송해요.. 시폰한테 계속 얘기를 들었더니.. (내적친밀감이 생긴 듯하다.)
 
시폰:그러게, 모니터로 다 봤다니까~ 둘 다 대단하던데?
 
그린티:... 감사합니다, 편하게 말해주세요. ... 리아. (쑥스러운지 눈동자 데구르르 굴리다가 이름을 불렀다. 시폰의 칭찬에 뿌듯해졌는지 작게 웃음 지었고.) 프림 오빠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어. 생각보다 아파서 좀 놀랐지만...
 
리아:헉, 지, 진짜? 너도 말 편하게 해줘! 그린티! (기쁜 듯 어쩔 줄 몰라하더니 이어지는 우리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프림:(두 사람의 칭찬에 눈을 끔뻑..) 난 별로 한 것도 없어…. 그린티 덕분이지. 설계라는 거, 대단하더라. 동조율도 꽤 높게 나왔고…
 
시폰:두 사람 다 잘해냈으니까~ (윙크하며 따봉날리기)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프림을 바라보곤) 그렇지? 뭔가 눈이 탁 트이는 느낌? 신기하더라.
참, 동조율은 어땠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린티:(뿌듯... 슬쩍슬쩍 올라가는 입꼬리. 동조율을 묻는 질문엔 제법 자신있게 답한다.) 60퍼센트 이상이라고... 제법 높은 수치래. 오빠는 어땠어?
 
당신의 말에 리아와 시폰은 크게 놀란다.
 
리아는 대단하다며 자신의 일마냥 기뻐한다.
 
시폰:우리? 우리는.. (리아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리아:아, 저희는.. 50% 정도였어요. .. 제가 떨지만 않았어도 더 높게 나왔을 텐데..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매만졌다.)
 
프림:처음에 그 정도면 높게 나온 거지. 잘했어 둘 다. 합이 좋았나보네. (위로(?)를 건네본다.) ... 음... 앞으로도 시폰을 잘 부탁해.
 
그린티:...! 아녜, 아니. 아니야. 선배님께 여쭤봤는데 대부분 50퍼센트 아래의 수치가 나온다고 했어. (어색하게 말을 놓으며, 널 위로하고자 애쓴다.) ... 그러니까 50퍼센트도 잘한 거야. 나랑 프림 오빠는 옛날부터 함께 지내 왔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 같이 노력해서 더 힘내자. (파이팅!) 시폰 오빠를 잘 부탁해.
 
리아:앗, 네, 네! (뒤늦게 제가요!?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떨결에 대답해버린다. 이어 그린티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래? 그렇구나.. 응, 힘낼게! (위로가 된 듯 환하게 웃는다.)
 
그린티:(귀엽다...) 귀엽다...
... 같이 힘내자, 리아. (작게 미소 지어.)
 
프림:시폰... 너도.. 리아 괴롭히지 말고... 말 잘 듣고... (갑자기 시작된 잔소리 타임)
 
그린티:... 프림 오빠. (옷깃 쭉 당기기)
 
프림:... 미안. (쭈욱 당겨짐)
 
시폰:(그 모습을 보며 쿡쿡 거리며 웃더니) 알았어, 알았어~ (사이를 파고들더니 어깨동무한다.) 여하튼! 자기 차례 끝나면 자유시간 가져도 된다고 했으니까. 간식이나 먹으러 갈래? 얘기나 하자고~
 
프림:... 그럴까. 그린티, 리아. 시폰이 간식 사준다는데. (갈까? 라는 눈빛을 보내고... 말을 지어내는 건 덤이다.)
 
시폰:(뭐라고)
 
그린티:정말? 갈래~ (ㅎㅎ)
오빠, 당연히 크루아상은 있겠지?
 
프림:난 커피.
 
리아:(얼굴이 급격히 환해진다) 저도.. 껴도 되나요? ..좋아요, 갈래요! (라며 그린티 옆에 착 붙는다)
 
그린티:...! ... (착 붙은 리아에게 슬쩍 팔짱 낀다.)
 
시폰:(잠시 난감해하더니) ..그으래~ 알았어. 가자! (결국 웃고는 앞장섰다.)
 
우리는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소란스러웠던 첫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첫 가상 훈련이 종료되고 학교는 잠시간 그 화제로 시끄러웠다.
 
저마다 제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어땠는지,
 
자신이 크리쳐 로봇을 얼마나 멋지게 부수었는지 떠들어 댔다.
 
저런 흥분도 반복된 훈련을 거치고 나면
 
결국 사그라든다는 것을 아는 멘토들만 쓴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토요일, 학생들은 간만에 찾아온 휴식을 누리고 있었다.
 
그린티는 방금 잠에서 깬 참이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
 
싶던 차에 누군가 방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린티:... ? (비몽사몽한 낯으로 몸을 일으켜 방문으로 향한다.) ... 누구세요?
 
리아:그린티! 나야, 리아. 혹시 문 좀 열어줄 수 있어?
 
그린티:... 리아! (두 눈 부비적하며 재빨리 잠을 깨우고 문을 열어준다.) 무슨 일이야?
 
당신이 문을 열면 앞에는 초조해 보이는 리아가,
 
뒤로는 시폰에게 막 끌려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프림이 서있다.
 
리아:그린티, 그거 봤어? 너는 아니지..?
 
갑작스레 들어와 ‘너는 아니지’ 하고 묻는다고 해도, 뭐가 아니냐는 말인가.
 
그린티:... 뭘 말하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상황을 살피려는 듯 가볍게 미간이 좁아들어.)
 
그런 당신의 눈에 시폰이 프림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시폰:지금 인자 다 뒤집어졌는데, 아직 안 봤어?
 
 
 
아무래도 스마트워치를 통해 서버에 접속해 봐야 할 것 같다.
 
프림:무슨 일인데 그래... (스마트워치를 켜서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린티:...? (곧바로 스마트워치를 켜본다.)
 
당신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인자미나에 접속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볼 수 있다.
 
프림:(실시간 검색어 1위인 스와콥문트를 눌러본다.)
 
그린티:(마찬가지로 스와콥문트를 검색한다.)
 
당신이 스와콥문트를 터치하면 다음 게시글이 노출된다.
 

 
그린티:(빠른 속도로 게시글을 읽어나가며 점차 표정이 굳는다. 이어서 보츠와나를 클릭해보아.)
 
당신이 이어 검색어를 터치하면 모두 같은 게시글로 연결된다.
 
 
 
…그러니까, 글의 요지는
 
는 것 같다.
 
시폰:어제 새벽부터 잠이 안와서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었는데, 글이 네 번이나 올라왔다니까?
그러다 세 번째 글 삭제됐을 때 서버가 잠깐 터졌거든?
그 뒤로 저 네번째 글이 오늘 동튼 직후에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저 글은 삭제가 안 돼.
코딩동아리 애들이 그러는데 사이트 자체를 해킹해서 글 작성한 아이디를 특수등급으로 빼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 관리자 권한이 있어도 글 삭제가 안 되게.
 
그리고 옆에서 눈치를 보던 리아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리아:..왜, 이런 반동분자 같은 글은 애초에 AI가 맥락을 검열해서 작성 자체가 안 되잖아.
근데 이런 글이 쓰였다는 건 글 쓴 사람도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냐 해서...
서버나 해킹, 계산 관련 이능력 가진 애들이 아침부터 다 불려갔어..
 
그제야 기숙사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게 느껴진다.
 
다들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그리고 문득 우리들은 떠올린다.
 
사관학교 입학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부모님의 말씀과..
 
그 지명을.
 
GM:이성 판정해주세요.
 
프림: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린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1 감소합니다.
 
그린티:... _ (잠시 사고가 정지한 듯 행동을 멈춘다. 빠르게 밀려오는 정보들의 나열, 어쩐지 익숙했던 지명. '스와콥문트' 좁아든 미간은 창백하게 질리고,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프림과 시폰을 바라본다. 목소리는 명백히 떨리고 있었다.) ...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잖아. ... 얼마나 됐지? 얼마나, 시간이... 오빠... ...
 
시폰:... (멍하니 있다 그린티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다가가서 그린티의 어깨를 약하게 잡고는) ... 그린티! ..괜찮아, 그냥 글이잖아. 전부 익명이고. ..저게 사실이라곤 할 수 없어. (프림을 돌아본다.) 형도 마찬가지야.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프림:(시폰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동안 너무 안일해있었다. 이런 세상 속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둘의 어깨를 잡는다.) 시폰 말이 맞아.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 ... 괜찮으실 거야.
 
그린티:... (시폰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어깨에 두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맞아, 아직 확정된 사실도 아니고... 스스로에게 말하듯 되뇌고서 천천히 고갤 끄덕인다. 여전히 표정은 굳은 채였지만. 쉬이 말을 꺼낼 수 없어 입술만 달싹인다.)
 
프림:그리고... 지금은 셋이 함께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야. 또, 새로운 친구도 생겼고... (침착하게 동생들을 달랜다.)
 
시폰:.. 그렇지. (프림의 말에 한결 편해진 듯 어깨에 힘을 뺀다. 손을 내리더니) .. 후. 안되겠네. 뭐라도 하는 게 좋겠어. (주변을 한번 돌아본다.) 다들 오늘 일정 없지?
 
프림:(뭘 하려고... 라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린티:... 응. (천천히 심호흡하곤 시폰을 바라본다.)
 
시폰:(프림을 마주 보고는) .. 당연히 공부지. (전혀 안 어울리는 대사를 뱉는다.) 곧 중간고사니까. 어때? (그린티를 향해 평소처럼 웃는다.)
 
이런 상황에 남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겠으나..
 
그렇다고 하루 종일 기숙사방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린티:... 공부. (지금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올진 모르겠다. 원래부터 제대로 안 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웃는 시폰 앞에서 더 이상 이런 표정을 지을 순 없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두 사람일 테니까. 저 또한 작게 웃음 지으며 고갤 끄덕여.) ... 그러네. 오랜만에 같이 공부할까?
 
프림:... 그래. 시폰이 먼저 공부 얘기를 하다니 놀랍지만... (자신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을 텐데, 분위기를 풀려 어울리지도 않는 주제를 먼저 꺼낸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 슬쩍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볼까-
 
리아:(심각한 분위기에 옆에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꾹 감았다 뜨곤 그린티의 한 쪽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린티, 괜찮을 거야.
.. 도서관으로 갈까요? 인원이 인원이니 거기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
 
그린티:... 고마워 리아. (또래 친구의 위로에 자신도 용기를 얻는다. 리아의 작은 손을 꼭 붙잡으며.) 응, 그럼... 도서관으로 갈까.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고요한 도서관.
 
각성자사관학교의 도서관은 카사블랑카에서도 독보적으로 장서 수가 많아 유명하다.
 
다가온 중간고사 때문에 대부분 공부에 몰입해 있지만, 남은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발견한 서가와 서가 사이에서 두 학생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그러니까, 몬로비아에서 시신 발견됐다는 거 구라 아니라니까. 아놀드 박사가 우리 사촌언니 담당교수였잖아.
 
아무래도 아까 그 게시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눈길로 흘끔 살피니 2학년 선배들이다.
 
리아:저는 저쪽에 남는 자리가 있나 보고 올게요..!
 
리아는 그렇게 말하곤 멀어진다.
 
GM:대인기능이나 듣기 판정 등 자유롭게 사용 가능합니다.
 
프림:(쫑긋)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생들은 계속 대화한다.
 
그린티:(같이 쫑긋)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학생:그렇지, 근데 그게 왜?
들어봐, 그 박사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게 공로로 인정돼서 스와콥문트 시민권을 받았대.
이후 제자한테 본인의 연구자료를 전부 넘기고 은퇴 생활을 즐긴다고 알려졌잖아, 그건 너도 알지?
응, 알지. 최근에도 SNS에서 요리 연습하는 거 엄청 올리잖아?
그래서 내 사촌언니가 가끔 연락하는데, 이게 이상하다니까.
당연히 알아야 하는 주제에 대해 의례적인 답변이 돌아오거나, 연구주제에 관해 질문해도 정확한 대답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대. 이거 진짜 이상하지 않냐?
 
학생:화상 통화도, 음성 통화도 모두 조작이 가능한데.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게 뭐 어렵겠냐는거지..!
 
그때 학생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당신들을 돌아본다.
 
학생:(흘금 보더니) 뭐야.. 너희 1학년 아냐? 잠깐 이리와 봐. (조용히 손짓한다.)
 
그린티:... (움찔!)(오빠들 눈치 살핀다.)
 
시폰:(음.. 가야하지 않을까? 작게 중얼거리곤) 왜요? (사람 좋은 웃음지으며 다가가요)
 
프림:........ (시폰에게 맡기자.)
 
그린티:(살짝 경계하며 뒤에서 따라간다.)
 
학생:너희들 최근에 모의 전투 했었지?
왜, 그 모스크 있는 곳 있잖아!
 
프림:.. (그린티 뒤로 따라감)
 
그린티:(...? 프림 슬쩍 보다가.) ... 네 맞아요.
 
학생:그때 나온 크리쳐들 좀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었어?
 
시폰:...? 그랬나? (프림과 그린티를 돌아봐요)
 
프림:... 보고 좀 놀랐던 기억은 있는데.
 
그린티:... (조금 이질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때의 형상을 떠올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그렇지? (역시 맞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것도 그렇고, 그 요상한 모스크도 그렇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려고 하면 별로 없단 말이지. 전부 상식 수준에서 기술한 도서고. 이상하다니까!
 
그때 남은 자리를 찾아보던 리아가 돌아온다.
 
리아:그.. 남은 자리가 없어서요.
아무래도 자습실로 가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라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린티:... 그래? (리아의 곁으로 다가가선 손을 잡고) ... 저, 친구가 와서. 저희는 이만 실례할게요. (조심스레 선배들에게 입을 열어.)
 
리아:(손 잡아줬다.. 그린티와 손을 번갈아보고 은은하게 웃는다.)
 
학생:음? 아, (리아를 바라보곤) 알았어. 오늘들은 건 비밀로 해줘. (잘 가라며 손을 흔든다.)
 
프림:(고개를 까딱.. 한 번 숙이고는 같이 자리를 뜬다.)
 
시폰:다 공부하러 왔나보네.. 알겠어요~ (손을 마주 흔들곤 자리를 뜬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나와 학생회관 2층에 있는 자습실로 향하기로 한다.
 
마침내 자습실로 들어서려던 우리는..
 
복도 끝 학생회실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듣는다.
 
유리:언제까지 ……냐고!
 
요한:입 좀 다물어, 밖에 다 들려!
 
……저 목소리는 아무래도 유리와 요한 같다.
 
말리는 쪽이 요한이다. 말마따나 다 들렸다.
 
그린티:...?! (고함 소리에 놀라 잠시 멈춰선다.) 이 목소리는... 선배님들 같은데.
 
시폰:그러게.. 가봐야 하나?
 
프림:... 역시 신경쓰이네. 가까이 가볼까.
 
그린티:응...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곤 먼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본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면
 
갑작스레 유리가 학생회실 문을 박차고 나온다.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던 유리는 우리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성큼성큼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다.
 
열린 문 안에서 한숨을 쉬던 요한도 잠시 후 학생회실을 나온다.
 
요한:... 어.
...다 들렸나?
 
그린티:저, 그게... (얼굴에 '다 들렸어요...' 하고 쓰여 있다.)
 
프림:... (끄덕)
 
요한:... 하아..
 
요한은 ‘내가 늙는다’는 얼굴을 한 채 한숨을 푹 쉰다.
 
그린티:... 두 분...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요한:.. 아냐. 그냥 좀, 일이 있어서.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곧 요한은 바로 앞에 있는 프림에게 스마트워치 하나를 내밀었다.
 
요한:이거, 유리가 두고 갔다. 내가 가면 또 화낼 테니 네가 좀 전해줘.
아마 학관 뒤뜰 정원에 있을 거야.
 
어려운 부탁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는 정말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풀지 않고 늘 착용하는 기기인데.
 
유리는 어째서 스마트워치를 풀었단 말인가?
 
프림:...? 아, 네... (스마트워치를 받아든다.)
 
그린티:(어수선한 분위기에 자꾸만 불안감이 일렁인다. 곁에서 고개를 끄덕여.)
 
리아:무슨 일일까요.. 워치도 두고 가시고.. (뒤에서 작게 말한다.)
 
그린티:... 그러게... (잠시 눈치를 보다 프림의 옷깃을 잡아 당겨.) ... 갈까? 오빠.
 
프림:응. 일단 돌려주고 오자.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린티:(곁에서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시폰:그래.. (요한한테 꾸벅 인사하곤 따라간다.)
 
그린티:(리아 손 잡고...)
 
리아:(손 꼬옥.. 따라 걸어가요)
 
우리는 뒤뜰로 향했다.
 
요한의 예상대로 유리는 학교 뒤뜰에 있었다.
 
정확히는 흡연 구역에.
 
대기오염 탓에 담배는 굉장히 규제가 심한 기호품이었다.
 
한 갑에 네 시간어치 시급을 털어 넣어야 하는 그것을
 
유일하게 좀 저렴히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성자들이었다.
 
세상이 한 차례 멸망했어도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급품은 담배와 초콜릿인 모양이다.
 
우리들이 인기척을 내면,
 
유리는 깜짝 놀라 담배를 눌러 끄고
 
냄새를 탈탈 턴 후에야 멀찍이 서서 말을 건다.
 
유리:너희들이구나. 안녕, 무슨 일 있어? (멋쩍게 웃는다.)
 
그린티:... 선배님. (머뭇거리다 우선 가까이 다가간다. 걱정스런 어투로 물어.) 그, 괜찮으신가요? 아까, 요한 선배님이랑... 다투셨던 것 같아서.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다보니... 네 눈치를 보듯 목소리는 점차 작아진다.)
 
프림:그리고 이것도 두고 가셨다고... (유리의 스마트 워치를 보여준다.)
 
유리:(냄새날텐데.. 그린티를 가만 보았으나 밀어내진 않았다. 얘기를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 음, 근처에 있었나 보네. 괜찮아. 걔랑 싸우는 건 일상이라.
(가볍게 넘겨버리곤 프림이 건내는 스마트 워치를 발견한다.) 어, 내가 그걸 놓고 갔어? 고맙다, 야. (달라는 듯 손을 내밀어)
 
그린티:... 괜찮아요. (길거리에 있을 때의 매캐한 냄새에 비하면. 네 반응에 조금은 안심했는지 표정이 살짝 풀린다. 프림 살짝 바라보다가) 아... 저번에 모의 훈련...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 감사의 인사를 아직 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요.
 
유리:아, 그거?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는걸, 뭐. 그래도 좋은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 고마워. (쾌활하게 웃으며 그린티를 툭툭 친다.)
 
프림:... 스마트워치는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거의 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풀어서 두고 갈 정도면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덤덤히 말하면서 네 손에 워치를 쥐여준다.)
 
유리:(받아들며 움찔하더니) 너 은근 할 말 다 하는구나.. 이래 봬도 선배인데 말이야.
음, 뭐라고 할까..
너희들. 아까 도서관에 있었지?
2학년들이랑 얘기했고.
 
리아:(흠칫)
 
그린티:(아무래도 그렇게 크게 속닥거렸으니........)
 
프림:(아) 그런데요.
 
그린티:(고개 끄덕인다...)
 
유리:뭐야, 다들 꽤 침착하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난 그때 도서관에 없었어.
 
유리는 호쾌한 성격답지 않게 한참이나 숙고했다.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 ‘쉿’ 제스쳐를 취한 그는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가리키고선 푸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무래도 시계를 풀라는 뜻인 것 같았다.
 
시폰:..? (일단 잠자코 시계를 푼다..)
 
그린티:... (세 사람을 바라보다 시계를 푼다.)
 
프림:(...하아. 한숨을 쉬면서 시계를 푼다.)
 
리아:(머뭇머뭇 따라 풀어요..)
 
지시대로 시계를 풀자, 유리가 옆면의 S버튼을 묘한 박자에 맞추어 여러 번 눌렀다.
 
갑작스레 홀로그램 패널이 켜지더니 초록색 안내창을 내보냈다.
 
……음성 수집 기능?
 
그제야 유리가 입을 열었다.
 
유리:이 학교엔 듣는 귀가 많아. …아까같은 주제는 조심하는 게 좋아.
 
.. 상황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워치가
 
학생들의 대화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린티:... 학교에 의해 감시 당하고 있다는 건가요? (스마트워치를 매만지다 너를 바라보며) ... 선배님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유리:.. 그래, 지금 네가 생각한 바가 맞아. 내가 그걸 아는 이유는 내가 학생회니까.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도청되고, 그 기록은 학생회실 서버에 쌓이지.
학생회 소속중에서도 임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지만.. 대화 중 특이한 단어가 수집되면 곧장 정부로 보고가 들어가곤 해.
물론! 나는 이 수집에 반대해.
하지만 당장 학생회장으로서 이런 도청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너희들에게 이걸 말해 주는 이유는.. 너흰 아직 학교 규정을 잘 모르니 혹여나 검열기준에 어긋나는 대화에 낄까 봐서야.
 
유리:음성 수집 기능을 잠시 꺼 두는 건 그것대로 기록이 남지만, 이 기록은 내가 지울 수 있으니 몰래 지워 줄게. 앞으론 조심해.
 
프림:완벽하게 숨는 것도 불가능하다... ... 아침부터 찝찝한 일 투성이네. (왠지 아까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 ... 그래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린티:... 감사합니다. 조심할게요.
 
시폰:대체 뭐가 뭔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찡그리다 따라 인사한다.)
 
리아:(함께 인사하더니) 저.. 근데.. 근데요..! 이렇게 학생들한테 알려주셔도 되는 건가요? 잘못하면 선배님이.. (말끝을 흐린다.)
 
유리:그래, 맞아. 누군가 날 고발할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반동분자 같은’ 말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지는 것은 옳지 않잖아.
나는 오래 전에 이미 한 번 친구를 잃었고,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진 않아서 학생회장이 됐어. 멘토 자리도 그래서 자원한 거야.
 
유리는 몸을 바르게 펴고 우리를 응시한다.
 
그의 이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에 각성했고, 부모는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출신성분 확실한’ 가정의 외동딸.
 
별달리 억압당한 가족도,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재산도 없다.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1학년부터 학생회에 있었다.
 
무엇이 옳은지 설파하기에 그의 삶은 다소 유복하다.
 
일견 기만으로도 보인다.
 
그래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유리:…간다. 음성인식 다시 켜려면 S버튼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 번 누르면 돼.
오늘 기록은 내가 한꺼번에 지워줄 테니 자유를 좀 더 누리든가.
 
뭐라고 더 말할 듯이 입술을 달싹이던 유리는
 
고개를 내젓고 우리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려준 후 자리를 떠났다.
 
감상은 당신의 몫이다.
 
그린티:...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그대로 서 있다, 작게 한숨을 내쉰다.) ...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걸까.
 
시폰:그러게, 뭔가 계속 가라앉는 기분이네~ 일단 뒤뜰을 벗어날 때까지는 끄고 있는 게 좋겠는걸. (자신의 워치를 매만진다.)
 
그린티:응, 선배님이 배려해주셨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곤 워치를 매만지다 주머니에 넣는다.) ... 결국 선배님들이 왜 싸우셨는 지도 모르겠고,
유리 선배님, 슬퍼 보이셨어.
 
프림:... (생각해 보지만 별로 떠오르는 건 없었다.) 별일 아닐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앞으로는... 말도 조심해서 해야될 것 같네. 하아... (얼굴에 '피곤해'라고 쓰여있다..)
 
시폰:그건 그렇지.. 아마 방금 말씀하셨던 것들 때문 아니었을까? 아침에 그런 일이 있기도 했고, 워치도 두고 가셨다고 했으니.. 정황상? (열심히 추측했으나 역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프림 토닥..)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린티:... 그러자. 프림 오빠 말대로 조심하는 게 좋겠어. 학교의 분위기도 그렇고... (팔을 매만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자습... 할 거야? (힐끔)
 
시폰: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으니.. 일단 돌아갈까?
 
프림:... 그래. 다들 피곤하지?
 
그린티:응... 조금 쉬는 게 좋겠어.
 
돌아오는 길, 뒤에서 조용히 우리를 따라오던 리아는 입을 연다.
 
리아:그, 제가 살던 곳은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곳이었어요.
낙후된 지역이었거든요, 심하진 않았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목소리를 냈어요.
하지만 다들 금방 지쳐 떠났어요.
...
모두 떠난 줄로만 알았는데.. 사람들과 제 친구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그들에게 거둬져 안온한 삶에 눈이 가려진 우리들은
 
잡지에 쓰인 정부를 비판하던 기고문을 읽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잡지가 다음 해에 폐간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 우리의 부모님은 정말 스와콥문트로 갔을까.
 
GM:지성 판정해주세요.
 
그린티: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프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문득 생각한다.
 
스와콥문트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불안감을 뒤로하고 다시 음성 수집 기능을 킬 무렵,
 
갑자기 모두의 스마트워치에 긴 진동이 느껴졌다.
 
서사의 판면을 강제로 집어 벌리고 삽입되는 개정 기호처럼
 
홀로그램 패널은 동의도 없이 방송 창을 띄웠다.
 
화면 너머에는 각성자사관학교의 학장이 무게감 있는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정말 헛된 소문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 것보다야 무시하는 것이 일을 덜 키우는 방식이리라.
 
행간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설이었다.
 
지리한 말들이 이어진 후 학장은 벌떡 일어서 허공을 응시했다.
 
화면에는 이제 학장의 얼굴 대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국기가 송출되고 있었다.
 
 
 
발자국 거친 사막으로부터 인간의 도약 다시 시작되리
조국은 참되어 거짓을 모르니 아프리카여, 영혼의 요람 되어 새 외침을 빚으라
신은 어떤 침략보다도 위로부터 굽어보신다
물수리 나는 창공과 천 년의 녹음 우거진 여름 돌아올 때까지
마땅히 이 자리에서 각자의 구원을 위해 힘쓰겠노라
삶과 죽음은 한 선으로 가로놓여 있어, 동일한 권리 나누어 받은 시민들이여
여기 화합과 희망의 상징, 위대한 화음이 있으니
이 땅의 더 나은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로 넘기자
 
<신이여, 아프리카를 굽어보소서>
 
이 국가가 작사될 때에 이슬람 교도들과 기독교도들이
 
조사 하나까지 좀 더 서로의 종교에 알맞은 색깔을 담으려 다투는 광경을 보고,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에서 건너온 초기 공화국 시민들은 퍽 당황했다고들 한다.
 
그들이 생각하기로 아무튼 아프리카의 종교라고 하면
 
젬베를 두드리며 토착신을 찾는 종류였지
 
지극히 ‘문명화된’ 메이저 종교를 믿을 리는 없었으니까.
 
이 무례하고 순진한 오해를 지닌 산부의 산도를 열고 새로운 공화국이
 
마침내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 정부는 좀 예민하다 싶을 만큼 ‘화합’을 강조했다.
 
출신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재난 때문에 섞여 살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교정에, 회사에, 길거리에, 카페에, 펍에 국가가 울려퍼질 때,
 
우리는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에나 설치된 공화국 국기를 향해 경례해야 한다.
 
나라 어디서나 국기는 휘날리고,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땐
 
하늘길 시계가 국가를 자동 인식하여 홀로그램 패널로 국기 이미지를 띄워 준다.
 
검은 상단은 여러 국가를 뿌리로 둔 시민들이 화합되어야 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대표 색상 역시 모든 색을 섞은 검은색이라는 의미이고,
 
흰 하단은 이 땅이 흐트러지기 전부터 오래 자리를 지켜 온
 
아프리카 대륙의 사막을 오염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가운데 노란 원이 태양을, 태양 안의 붉은 별 일곱 개가 일곱 도시를 나타낸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국부로 추숭되는 초대 대통령의 위인전을 읽으며 자라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를 타고난다’고 교육받으며,
 
험지를 헤치고 인간의 위대한 문명을 다시 이룩한 조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가르침을 듣는다.
 
학교는 고요하여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빈 방을 모두 채우라는 요구에 초를 사와 불을 밝혔다던 처녀의 일화처럼
 
이 광막한 공간에는 오로지 경건하고 엄숙한 국가 선율만이 가득했다.
 
시폰은, 경례하지 않았다.
 
그린티:... ... (시폰을 바라보다 저 또한 가만히 서 있는다.)
 
프림:... (동생들을 가만히 본다. 한숨을 내쉬더니 경례하지 않고 가만히 워치의 화면을 내려다본다.)
 
바람이 널리 드나들 수 있도록 지은 1층 회랑은 카사블랑카의 자부심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제 그런 통기성 좋은 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때로 함신은 굳건한 도시 장벽 너머로부터 날아와 외벽을 덮어 버리곤 했다.
 
그러나 비공식적 별명으로 ‘제1도시’ 라는 명칭을 가진 카사블랑카의 장벽만은,
 
공화국 시민들을 불편케 하는 모든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지킨다.
 
언제나 굳건하게.
 
따사로운 햇살과 축복 같은 적도편동풍이 뺨을 어루만지든 어쩌든,
 
학생들에게는 불행했던 중간고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1층 회랑을 지나 2층에 도서관이 있다.
 
이제 시험은 두 개가 남았다.
 
<군사전략 입문>, <전략문화와 전쟁>이었다.
 
<전략문화와 전쟁> 중간고사 시험 대체 조별 과제 에세이는
 
첫 가상 훈련 때 맺어졌던 페어끼리 함께 작성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과제의 주제는 이랬다.
 
「리델하트의 『전략론』을 통해 독일이 독소전쟁에서 패배한 사유를 분석하라.」
 
…1학년이 당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본래 <전략문화와 전쟁> 강의 평가는 늘 심한 호불호 영역에 놓여 있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머리를 너무 쥐어뜯은 탓에
 
그걸 다 치워야 하는 근로장학생들의 스트레스도 갈수록 쌓여 갔다.
 
시폰과 리아, 그리고 당신들은
 
도서관 구석 창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여러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중이었다.
 
긴긴 고난 끝에 레포트는 결론 부분에 다다랐다.
 
시폰:언제 끝나냐…… 그 쪽은 많이 했어?
 
그린티:(초췌.........................)
 
라며 시폰은 당신들을 바라본다.
 
그린티:......... 어려워... 너무 어려워... (머리 지끈...)
(쌓여 있는 자료들을 훑어 내려가며 최대한 결론을 정리하려 애쓴다. 프림 바라보며) ... 오빠, 이 부분이 좀 걸리는데.
 
프림:아, 이 부분은... (그린티가 가리킨 부분을 보며 설명하려고 하는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이게 무슨 말이지.)
 
시폰:형도 좀 쉬는게 어때.. (안타깝..)
 
그린티:... ... (오빠라면 멋지게 풀어낼 수 있겠지? 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림:... ... 잠깐, 눈이 피로해서... (미간 꾹꾹) 다른 것부터 먼저 봐 볼까? (^^....)
 
시폰:아, 그냥 집에서 공부했을 때가 더 나았던 것 같기도~ 그렇지 않아? (푸념을 늘어뜨리곤 냅다 엎드려버린다.)
 
그린티:(엎드린 시폰 머리카락 슬쩍 매만지며...) 응... 가정 교육 선생님이 훨씬 나았어... 자세하게 설명도 해주셨고... (결론 부분 불나게 노려보며...) 분명히 배웠던 것 같기도 한데...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잠깐만! (파칭...!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펜을 들고 유려하게 결론을 적어내렸다.) ... 이거 아닐까?!
 
그린티의 답은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프림:...! (딱 봐도 괜찮은 것 같다!) 잘 했어. (그린티를 매우 기특하게 바라본다...)
 
그린티:(기분 좋아졌다!! 뿌듯해서 더듬이 움직인다.)
 
리아:(고개를 들어 감탄하는 시폰의 옆으로 그린티의 글을 훑어보더니) 우와, 진짜 잘 썼네..! 나도 얼른 정리해야지! (왠지 자극을 받을 것 같다.)
근데 집이 어디신데요? (말하곤 멈칫하더니) 그, 말하기 싫으시면 말 안 해주셔도..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프림:(레포트를 보다가 리아의 말에 고개를 들곤) 우리 집? 카사블랑카인데. (부자...)
 
그린티:(옆에서 조심스레 끄덕...)
 
리아:(헉) 그렇구나, 그래도 학교랑 가까이 있겠네요. (긍정적!) 저는 좀 멀리 있었거든요, 지금은 가족도 카사블랑카에 있지만요. (푸스스 웃는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근처 자리에서 잠자코 과제를 하던 동급생이 다가와 시폰에게 말을 건다.
 
노노이:시폰, 30분 남았어. 우리 슬슬 준비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남은 시험 중 다른 강의인 <군사전략 입문> 가상 훈련에서
 
시폰과 또다른 임시 페어를 맺고 있는 노노이 라가힛이었다.
 
시폰:어.. 벌써 그렇게 됐나?
아, 인사해. 여기는 내 가족 프림이랑 그린티. 이쪽은 친구 리아.
 
시폰은 양쪽에 통성명을 하고, 노노이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더니 자신을 소개한다.
 
노노이 라가힛, 설계자, 나이는 21살로 당신들과는 한 살 차이다.
 
리아:아아아안녕하세요.. (왠지 조금 무섭다. 프림과 그린티 옆에 찰싹 붙어요.)
 
프림:안녕. (고개 까딱..)
 
그린티:... ! (옆에 붙은 리아 손 꼭 잡아주며) ... 안녕하세요, 그린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노노이:(따라 까딱이더니) 응, 그래. (딱딱하게 덧붙이다가) .. 나도. 그렇게 다 같이 하면 잘 되나? (순수하게 궁금한 거 같다..)
 
그린티:... (슬쩍 결론까지 완벽히 적어낸 보고서를 보여준다.)
 
프림:(뿌듯)
 
노노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네.. 아무튼. 이만 가자. (시폰을 바라봅니다.)
 
그린티:시폰 오빠는 아직 다 못 끝냈는데...
 
시폰:(...................) 미안, 남은 건 부탁할게 리아. 다들 마무리 잘 해!
 
리아:네..!
 
미안한지 리아에게 가진 간식을 모두 건넨 시폰은 노노이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린티:(리아 토닥여줌...)
 
프림:... 리아, 어려운 거 있으면 말 해. 우리가 도와줄게... (왠지 미안.)
 
그린티:시폰 오빠도 공부를 싫어할 뿐이지, 나쁜 성격은 아니야...
 
리아:네...! (슬픈 건지.. 감격 받은 건지.. 울 것 같은 얼굴이다)
 
프림:팀원으론 별로인 것 같지만, 나쁜 애는 아니야...
 
리아:으응.. 그런거겠죠.. (곧 작게 웃는다.)
 
그리고..
 
뒤에서 유리가 나타난다.
 
유리:야, 이거 <전략문화와 전쟁> 레포트지? 그 끔찍한 거?
어떻게 매해 이렇게 참신하게 엿을 먹이시냐.
 
유리는 근처 서가에서 책을 한 권 뽑아 오더니 당신들이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아 옆에 놓인 간식을 하나 집어먹더니
 
후르륵 몇 장을 넘겨 문단 하나를 가리킨다.
 
<전략문화와 전쟁> 담당교수가 집필한 도서가 분명했다.
 
그 교수는 특유의 유려한 어조로 전쟁의 비극과 날것 같은
 
참호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었다.
 
유리:그 교수님, 자기 책 인용하면 되게 좋아해. 이런 거 참고해서 써봐. 어디까지 썼냐?
... 설마 다 쓴 건 아니지?
 
프림:다 썼는데.... (그런 중요한 걸 왜 이제 알려주냐는 눈빛.)
 
그린티:... ... ... ...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바라보며)
 
프림:... .... ... ... ( ㅍㅍ )
 
그린티:... .... .. . .. . .. (ㅍㅍ)(따라하기)
 
유리:(곧 박장대소하다 주위 눈치를 보며 헛기침한다.) 뭐야, 그럼 날 좀 빨리 부르지 그랬냐~ (연락처 안 알려줬다.) 너는? (리아를 바라본다.)
 
따라 리아를 보면..
 
리아는 감사 인사도 없이 이미 유리가 건낸 문단을 받아 적고 있다.
 
정말 힘들었나 보다….
 
프림:(시폰......)
 
그린티:(시폰오빠.........)
 
유리:(누군가를 떠올리는 두 사람을 보며 갸웃하다) 뭐,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려 하는 선배가 어딨어~ 안 그래? 요즘 어때? 학교는 다닐 만하고?
 
뭔가 ‘왜 애한테 그런 걸 물어.’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그린티:(앗 잘못 들었나...? 귀 만지작...) 네, 조금은 적응한 것 같아요. (마냥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프림:.... (부정하고 싶지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건 그렇죠. 감사합니다. (순순히 감사인사를 하고) 뭐... 네... 시험 공부도 재밌고... (과연)
 
유리:흐응~ 다행이네. 정말이야. 힘들면 나한테 찾아와도 돼, 너희 전부.
참, 그린티. 시폰이랑 페어 해봤어? (넌지시 물었다.)
 
그린티:...! 아뇨, 시폰 오빠랑은 기회가 없어서 아직이요. (궁금하긴 하지만... 두 눈이 반짝 빛난다.)
 
유리:그래? (눈빛을 보고는) 역시 너도 궁금하지? 프림이랑 시폰 에너지 파형이 거의 똑같아서 나도 잘 맞을지 궁금했던 참이거든.
 
그린티:... 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나요? (목소리가 조금 커진다. 두 눈이 반짝 반짝... 하게 해주세요, 하고 써 있다.)
 
유리: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웃으며.. 그린티의 눈빛을 외면해본다..) 참, 시폰하니까 생각났는데.
 
그린티:(역시 그렇구나... 두 눈 가득 묻어나는 아쉬움...)
 
유리:평균적으로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50%만 넘어가도 정식 페어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치거든.
페어들은 보통 이것보다 낮은 동조율로 시작해 합을 맞출수록 동조율이 상승하곤 하니까.
(리아를 바라본다.) 너, 50%정도로 시작했지? 지금 시폰이랑 동조율 몇이야?
 
리아:(열심히 글을 쓰다가 멈춘다.) 지금은.. 55% 정도예요.
 
유리:그렇지? 시폰 걔는 타고난 타인과의 동조율 자체가 좀 높은 애 같더라.
아까 데려간 라가힛인가, 다른 애랑도 수치가 낮지는 않았어.
 
시폰에겐 넉살스러운 웃음과 친근한 말투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런 시폰의 성격상 상대가 제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린티:... 다행이다. 그건 좋은 거죠? (이야기를 들을 수록 표정이 점차 밝아진다.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기쁘게 웃음 지어.)
 
프림:(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뿌듯해진다. 역시 내 동생... 같은 느낌으로)
 
유리:뭐, 그렇지. 그래서... ...
 
유리는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얘기들에 귀을 기울이고 있으면..
 
도서관 내 정숙이라는 예절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누군지 보기도 전에 그는 리아의 팔을 잡아채여 일으켜 세워졌다.
 
학생:야! 너 가상훈련 때 시폰랑 임시 페어 맺었던 애 맞지.
빨리 와! 설계 반동 터졌어!
 
 
 
유리가 몸을 튕기듯 일어났다.
 
유리:뭐?! 너희들도 얼른 따라와! 설계 반동이면 제2의무실로 실려 갔을 거야!
 
프림:(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얼른 가자!
 
그린티:... 시폰 오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제2 의무실로 달려간다.)
 
의무실 바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보랏빛이 돌지만 거의 프림과 똑같은 푸른색의 에너지가 문밖까지 일렁이고 있었다.
 
그 위로 칠흑같이 어두운 검붉은색 에너지가 얹혀 피처럼 뚝뚝 흘렀다.
 
우리는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의료진 두 사람이 발작하는 시폰을 억누르고 약을 주사하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를 지경이고, 식은땀이 침대보를 적시고 있었다.
 
시폰은 괴로운 듯이 가슴을 움켜잡고 있다.
 
유리가 침대 곁으로 달려가 의료진까지 제치고 화면에 표시되는 에너지 파동을 읽었다.
 
낭패라는 듯이 그가 외쳤다.
 
유리:안정도가 엉망이야! 약물로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인가요?
 
의사:반동이 너무 심하게…… 같이 시험 치르던 학생이 과하게 설계를 했던 모양입니다.
 
시폰의 페어는 노노이 라가힛, ‘입학 시험 때 5등인가 했다던’..
 
아까 인사했던 동기다.
 
이를 악문 유리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정확히는 정체 모를 검붉은색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서.
 
그가 리아를 휙 돌아보았다.
 
유리:당장은 방법이 하나뿐인 것 같다. 설계 반동이 이 정도로 왔으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러다 얘 죽어!
 
의사:아니, 유리 학생. 설계 반동이 위험하긴 해도 죽는 정도까지는…….
 
유리:죽어요!
 
무슨 확신이라도 있는지 고함을 지른 유리가
 
올올히 일어서 불타는 눈으로 리아를 쏘아보았다.
 

 
유리:이거 에너지 주입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아. 언약해. 정식 페어 맺으라고.
정식 페어가 된 순간 에너지 유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니, 날뛰는 각성자를 안정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야.
어쩔래?
 
리아:하, 하지만! 전…… 제 동조율은 겨우 55%를 찍었는걸요.
만약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리아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시폰을 바라보고 있다.
 
유리는 그런 리아를 바라보다 그린티를 돌아본다.
 
유리:아님 너라도 해! 언약은 나중에 풀 수 있으니까, 지금 시간이 없어!
 
상황이 급박한 것 같다.
 
당신들은 선택할 수 있다.
 
그린티:(창백하게 질린 시선은 시폰에게 머무른 채 떨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짧은 언쟁에 간절하게 소리친다.) ... 제가! 제가 갈게요! 들여보내주세요...!! 저희 셋만큼 유대가 강한 사람도 없어요. 셋도... 가능할지도 몰라요. 이대로라면, 시폰 오빠가...!
혼자라면 무리일지 몰라도... 프림 오빠도 함께라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프림을 바라본다.)
 
유리:뭐, 너희 셋이서?! (적잖이 당황한 듯 언성을 높이다가.. 눈을 꾹 감았다 뜬다.) 그래, 너는 시폰이랑 페어를 맺어본 적이 없으니.. 프림이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넌 괜찮겠어? (따라 프림을 바라본다.)
 
프림:난... 상관없어. 시폰을 구할 수만 있다면... (구현자인 자신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무력감을 느끼며 시폰과 리아, 그린티만 바라볼 뿐이었으나... 만약에 그게 가능한다고 하면....) ... 시간이 없어. 뭐라도 하게 해 줘... (주먹을 꽉 쥔 채 유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유리:.. 알았어.
 
시폰은 유례없을 정도로 프림과 에너지 파형이 유사했고,
 
그린티는 프림과의 동조율이 이미 60% 넘겼으니.
 
어쩌면 그린티 홀로 언약을 시도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프림과 그린티가 정식 페어를 맺는 것에 동의한다면,
 
유리가 의료진을 이끌고 의무실 바깥으로 나간다.
 
‘페어 언약’ 절차시엔 근처에 다른 각성자가 있어서는 안 됐다.
 
에너지가 엉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시폰에게 다가간다.
 
시폰은 몹시 괴로워하지만 의식은 있다.
 
이름을 부르자 시폰은 인상을 찡그린 채 상체를 일으킨다.
 
시폰:(윽... 앓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인영을 확인한다.) 그린티랑.. 형?
 
그린티:... 오빠! 정신, 차려야 해. 절대 놓으면 안돼! (붉어진 눈가임에도 간신히 참고 있는 듯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시폰을 살피며 입을 열어.) ... 지금부터 페어 언약을 할 거야. 오빠랑, 나랑. 프림 오빠 셋이서.
 
시폰:(인상을 찌푸리며 듣다가) .. 뭐? ..괜찮.. 겠어? (셋인 건 차치하고 그린티와 페어를 맺어본 적 없는 것을 염려하는 듯하다.) .. 형도 잘 못 될 수도 있어. (겨우 힘주어 얘기해)
 
프림:... 너랑 나는 에너지 파형이 비슷하고, 그린티와 내 동조율은 60%를 넘으니까... 괜찮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으며 네 이마를 문질러 땀을 닦아준다.)
 
그린티:... 우리만큼, 서로를 잘 아는 사람도 없잖아. (두려움이 묻어나면서도, 결코 망설이려 하지 않았다. 믿어야 했다.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거라고.) 반드시 해낼게 오빠. ... 가족이니까.
 
시폰:(두 사람의 걱정과 초조함이 전해져오는 듯했다. 애써 웃고는) .. 응, 알았어. 믿을게.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우리는 손을 앞으로 내민다.
 
실패가 거듭될 때마다 시폰은 괴로워할 것이다.
 
하지만 포기해선 안된다.
 
GM:에너지를 운용하는 지문과 함께 구현자는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설계자는 항법 판정을 시도합니다.
성공할 때까지 강행합니다.
 
그린티:(짧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감정에 휘둘려선 안돼.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도, 슬픔도, 두려움도. 잠시 마음 한구석에 밀어 넣는다. 진동 하나 없는 잔잔한 고요의 상태를 유지하고. 팔을 뻗어, 눈을 맞췄을 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을 구할 수 있도록, 그 숨통을 틔게 할 수 있도록. 길을 연다.)
 
시폰:... (불안감이 울컥 차오른다. 이게 진짜 될까, 이러다 실패하면? ..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통증에 감정마저 마비되는 듯했으나 두 사람을 향한 걱정만은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다. 믿으라고 했으니까, ..괜찮아질 거라고 했으니까. 이내 생각을 비우고 그린티가 보여준 길에 에너지를 실어 보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프림:(그린티와 시폰만큼 자신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실패할 리가 없다. ... 실패해도 계속해야만 한다. 몸 안에서 시폰과 같은 에너지 흐름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동생이 만들어준 경로를 믿으며, 그 위에 에너지를 끌어모아 보낸다.)
 
프림:
전격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폰:
염력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린티: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 정신차려! (스스로에게 외치고서 간절함을 담아 다시 시도한다. 제발, 제발!)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폰:
염력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프림:
전격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폰:
염력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프림:
전격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간난신고 끝에 뜨겁고 전류 같은 에너지가 심장까지 메다 꽂혔다.
 
일견 자해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 만큼 무자비한 방식의 지배였다.
 
심장을 움켜쥐는 에너지의 흐름,
 
온전히 열어젖힌 정서, 경로,
 
녹은 금속처럼 무섭도록 달아오르는 세 사람의 체온,
 
세상을 묘사한 페이지가 불타 부스러지고 판정과 글줄로 이루어진 우주에
 
오로지 셋 만이 온전한 것처럼.
 
잠시 후, 자연스레 피어오른 에너지가 섞이기 시작한다.
 
별처럼 밝은 푸른색과 함께 섞인 미세한 보라색, 녹음을 닮아 맑은 연두색이..
 
.
 
.
 
.
 
잠시 후 시폰은 정신을 차린다.
 
시폰:.. 된.. 건가? 이게 셋이서도 가능한 거였구나. (얼떨떨..)
 
프림:... 너.... 진짜... ...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정리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잔소리 대신 안아주는 걸 택했다.) ... 다행이다.
 
그린티:... 오빠... (찬란하게 피어나는 빛의 향연, 완전히 안정된 시폰을 마주한다. 그제야 참았던 감정들이 복받쳐 오르고, 양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대로 달려나가 프림의 옆에서 시폰을 와락 끌어안았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다행이야, 오빠...! 정말, 정말 다행이야...
 
프림:(그린티까지 꾸와아악)
 
그린티:오빠아아... 흐어어엉....... (다같이 꾸와압.......)
 
마주 안아오는 프림과 그린티에..
 
시폰은 그냥 밝게 웃어버린다.
 
에너지 유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전까지 되지 않던 것이 지금 이 순간부터는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다.
 
몹시도 기이한 기분이었다.
 
서로가 아주 멀어지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각.
 
언젠가 아주 떠나 버릴 것을 예고하듯이.
 
시폰을 마주 안으면 추위로 작게 떨리는 시폰이 느껴진다.
 
긴장으로 인해 식거나 열이 올랐을 세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의지한다.
 
잠시 그렇게 의지하고 있자면, 열병처럼 들뜬 시폰의 호흡이 안정된다.
 
에너지 유량은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반동으로 인해 고갈된 에너지가 도로 채워 지질 않으니 추위를 느꼈던 모양이다.
 
이것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사람의 체온,
 
그리고 접촉으로 건네주는 에너지 주입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있다.
 
시폰:..응, 그러게. (자신도 힘주어 안았다.) 이렇게 안아보는 건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은데. 다들 뒷감당 가능하겠어? (부끄럽지 않겠냐는.. 일종의 농담이다.)
 
그린티: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훌쩍... 그 농담에 빽, 소리 치고선 더 강하게 시폰을 끌어 안는다.) 다시는 아프면 안돼... 내가, 더 강해져서. 오빠들을 전부 지킬 거야...
 
프림:... 믿음직하네. (그린티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 나도,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야지.
 
시폰:뭐야, 둘 다~ 알았다니까.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눈가가 찡해지는 걸 느낀다. 헛기침을 하곤 둘을 놓아줘) .. 신기하다. 뭔가.. 두 사람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한 손가락을 들어 염력을 사용한다. 그린티의 볼에 흐르던 눈물이 방울방울 날아간다. 그린티를 보며 울지 말라는 듯 웃고는) 능력도 더 세밀하게 써지는 것 같기도 하고.. 형도 해봐.
 
프림:... (어디다가 써야 하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바로 앞에 있는 시폰이 눈에 들어온다. 손을 들어서 시폰의 손가락을 잡고...
... 살짝 따끔한 정도의 정전기를 일으킨다.) ... 걱정시킨 벌이야.
 
시폰:..앗, 따거! 뭐야, 나 방금까지 환자였거든! 그래도 이젠 멀쩡해. (급하게 덧붙인다..) 그래도 의도한 만큼 써지는 것 같네.
 
그린티:(훌쩍이며 천천히 날아가는 눈물방울을 바라본다. 불규칙적으로 일렁이는 작은 구체에 세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또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투탁 거리는 오빠들, 그리고 그 둘을 사이에 있는 나. 잔뜩 일렁거려 조금 웃긴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 때문에 결국 저 또한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 다행이다.
앞으로 또 걱정 시키면, 그땐 내가 벌 줄 거니까. (싸...)
 
시폰:응... (싸한 그린티는 조금 무섭다..) 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축하할 일이지? 앞으로 잘 부탁해, 내 정식 페어들! (찡긋하며 하이파이브를 유도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린티:... 응! (환하게 웃음 지으며, 기합을 넣어 손바닥을 짝!!! 마주친다.)
 
프림:... 그래, 잘 부탁해. (입가에 작게 미소를 띄운 채, 손바닥을 마주친다.)
 
하이파이브~!
 
잠시후 분위기가 진정되자
 
시폰은 주변을 둘러본다.
 
시폰:어.. 근데 노노이는? 못 봤어?
 
그린티:... 노노이 라가힛? (분위기가 진정되자, 자연스레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중얼거려.) 그 사람 때문에. 시폰 오빠가...
 
프림:(아까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분명 아까도 없었던 것 같은데...) 못 봤어.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어디 간 거야?
 
시폰:(앗) 진정해 그린티~! 걔도 리스크가 컸을 거야.. ..형도 진정하고.. (쩔쩔매며 두 사람을 달래봅니다..)
 
그린티:입학시험에 5등이나 할 정도면, 누가 봐도 고의로 그런 거 아니야? ... 만나서 직접 물어봐야겠어. 어딨어? 빨리 찾아보자.
오빠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프림:넌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그린티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시폰:잠깐, 잠까안~! (양손으로 그린티와 프림을 잡는다.) 상태가 좀 이상했어. 걘 입학 시험에서도 성적이 좋았고, 나랑 동조율도 나쁘지 않았던거 같은데
오늘은 좀 당황스럽다 싶을 만큼 에너지 제어를 못 하더라고.
색깔도, 원래 그랬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원래 에너지 색깔은 연기 같아서 어느 정도 투명도가 있잖아, 다들 알지?
 
그린티:... (그제야 조금 멈칫한다.) ... 응. 뭔가 느꼈어? 시폰 오빠.
 
프림:... 그래. 네가 의무실에 있을 때도 이상한 에너지가 나오긴 했는데...
 
시폰:그랬지? 뭔가 느낄 것도 없이.. 걔 건, 검붉고 짙어서 앞이 안 보였어.
 
시폰은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짓는다.
 
상황이 마무리되고 의무실을 나서니
 
밖에는 유리와 리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라며 리아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렸다.
 
유리는 이 학교의 최초의 정식 페어가
 
삼인조라는 유례없던 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우리의 해프닝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240607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 모하메드 알 한살리 거리를 따라
 
바다 쪽으로 10여분 걸으면 대형 선박들이 정박한 카사블랑카 항구가 나타난다.
 
오전부터 이 항구에서 짐을 잔뜩 실은 트럭 여러 대가 각성자사관학교로 들어왔다.
 
새 나라가 만들어졌어도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도시들은
 
저마다 기존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카사블랑카가 속해있는 모로코의 상징은
 
흰 벽에 녹색 지붕을 이은 호화롭고 장대한 건물들.
 
아라베스크 문양이 조각된 나무판이 벽면을 둘러싸고, 안뜰은 대리석으로 꾸민다.
 
젤리즈 타일이 섬세하게 벽을 장식했고,
 
세밀한 조각과 촘촘한 문양은 사람을 황홀케 했다.
 
종교 건축물처럼 웅장한 파사드를 지나 여러 개의 건물을 거쳐 이르는
 
중앙 정원은 안달루시아 풍이다.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베로니카 주간’ 둘째날이다.
 
본래 카사블랑카에는 없었던 명절이고,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한 것도 아닌 절일이지만
 
학생들은 베로니카 주간을 좋아했다.
 
초대 학장이 어릴 적 동생의 생일이 되면 가정에서 하던 놀이를 시험 삼아 내놓았던 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이제는 아예 축제 주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학생들은 이미 손에 맥주 한 잔씩을 든 채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미로 찾기 놀이에 끼는 등 즐거워하고 있었다.
 
당신들도 출발할 때가 되었다.
 
1학년들은 메인 게임에 참여해야 했으니까.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 조씩.
 
그러니까 지금 기숙사 밑에는 시폰과 리아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린티:(전신거울에 옷차림을 비춰보고, 머리를 질끈 묶는다. 시간에 맞춰 로비로 걸음을 옮겨.) 프림 오빠도 나와 있으려나...
 
프림:(진작에 로비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린티.
 
그린티:아. (설마 내가 꼴찌...! 걸음을 빨리해 프림에게 다가간다.) 시폰 오빠랑 리아는?
 
프림:(그린티의 말에 고개를 젓고) 아직. 밑에 있는 것 같은데. 내려갈까?
 
그린티:응! 많이 기다리진 않았겠지?
(벌써 계단으로 향하는 발걸음...)
 
프림:천천히 가... 넘어진다. (그린티를 따라서 계단을 내려간다.)
 
기숙사 밑으로 가면 당신들을 발견한 시폰이 이름을 부르며 손짓한다.
 
시폰:그린티, 프림! 이쪽이야 이쪽~ (손 높이 들고 흔듭니다.)
 
리아:..! (옆에서 따라 흔듦)
 
그린티:시폰 오빠! 리아! (두 사람을 발견하곤 마주 흔든다.) 많이 기다렸어?
 
프림:(가볍게 손 마주 흔들며 내려온다.) 다들 일찍 왔네.
 
시폰:(그린티와 프림을 보며 방긋 웃는다.) 아니, 우리도 방금 도착했어.
 
리아:(프림을 보고는) .. 모처럼 축제니까요. (기대된다는 듯 눈을 빛낸다.) 게임 장소는 정원이라고 들었어요, 갈까요?
 
그린티:(축제... 어떤 느낌일까. 저 또한 기대되는지 웃음 지으며 끄덕인다.) 응! 가자.
 
네 사람은 함께 정원으로 향한다.
 
이 계절이면 흐벅지게 피어 은은하게 빛이 나는
 
푸른은가비꽃이 너른 정원과 온실에 가득했다.
 
푸른색 꽃잎이 달빛을 받으면 환하게 빛나 푸른은가비꽃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장관이었다.
 
야자수 아래의 흰 벽돌과 로코코식 낮은 울타리 안에 피어나 깨질 듯이 반짝이는 꽃들.
 
군데군데 켜 놓은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만드는 야경,
 
속살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
 
낭만적이고도 뜨거운 열대의 밤.
 
축제 둘째 날,
 
이 밤에는 베로니카 주간의 핵심적인 행사인 ‘푸른은가비꽃 찾기’가 열린다.
 
종종 피어나는 돌연변이를 아예 품종으로 만든 푸른은가비꽃이 있는데,
 
이 꽃은 달빛을 받으면 보라색과 청록색의 빛이 교차하여
 
마치 오로라를 입혀 놓은 것 같다.
 
이 꽃을 다른 푸른은가비꽃들 사이에 단 서른 송이만 숨겨 놓는다.
 
학급마다 정원을 돌며 오로라 빛의 꽃을 가장 많이 찾아낸 사람이 상품을 받는 놀이였다.
 
시폰:그런데 우리 짝은 어떻게 하지?
 
GM:시폰, 리아와 각각 짝을 맺되, 방법은 자유롭게 정하시면 됩니다!
시폰 1, 리아2 입니다.
 
그린티:음...~ (뒤돌아서 몰래 돌멩이 던져본다.) 얍. 2
... ! (총총 리아 곁으로 다가가 팔짱 낀다.) 나는 리아랑 할래!
 
프림:(시폰 옆으로 간다) 그럼 나는 시폰이랑... ... 잘 부탁해.
oO(시폰이 잘 찾아주겠지...)
 
시폰:(뭣이) 응, 잘 부탁해~ (프림 등을 팡팡칩니다..)
 
프림:윽. (팡팡 쳐진다...)
 
리아:정말? 너무 좋아.. 잘 부탁해, 그린티! (습관처럼 양손을 모으고 좋아한다.)
 
그린티:같이 열심히 찾아보자. 오빠들한테 지면 안돼.
(웃음...)
 
리아:응, 당연하지! (프림과 시폰한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소리친다.)
 
프림:(안 들리지만.... 대충 무슨 말 하는 지 알 것 같다...) (시폰 힐끔..) 너도... 힘내.
 
시폰:형도 힘내야지~! 뭐, 그래도 우리가 연장자니까 더 잘 찾지 않을까? (전혀 관련 없음..) 아무튼 우리도 힘내자고!
 
GM:시폰과 프림, 리아와 그린티의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시폰:그럼 가볼까? 다 찾으면 여기서 다시 만나자. (모두를 보며 얘기한다.)
 
프림:끝나고 보자. (가볍게 손 흔들...)
 
그린티:좋아, 길 잃어버리면 안돼? (리아 팔짱 낀 채로 손 흔들)
 
리아:무슨 일 있으면 워치로 연락 주세요! (따라 손 흔들며 멀어진다.)
 
시폰과 프림은 정원을 돌며 오로라 빛의 은가비 꽃을 찾아보기로 한다.
 
GM:프림 하나 선택해주세요!
정원 아래쪽 > 행운 판정, 노노이를 발견한다.
 
프림: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프림은 오늘따라 눈이 침침한 느낌이 든다.
 
꽃을 열심히 찾았지만..
 
1송이를 겨우 찾아냈다.
 
프림:........
 
시폰:(푸핫) 벌써 그러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형.. (계속 웃는다..)
 
프림:............... 그러는 넌 몇 개 찾았는데. (시폰을 흘겨본다...)
 
시폰:나?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훗.. (가지고 있었던 5송이를 당당!하게 보여준다.)
 
프림:... (자기는 하나만 찾아서 그런 건지... 저 당당한 모습이 왠지 열받는다.) 오늘은 네가 운이 좋은 날인가보다. 그러니까... 찾는 건 네게 맡길게. (하며 자연스럽게 꽃 한 송이도 시폰의 손에 쥐여준다...)
 
시폰:뭐? (늘 말려드는 기분에 뚱한 표정을 짓다 꽃을 받아든다.) 떠넘기기는.. 그래도 운이 좋은 내가 힘 좀 내볼까~ (금세 밝아져선) 이번엔 저쪽으로 가보자.
 
시폰과 프림은 정원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다보면..
 
문득 프림의 발에 무언가 채인다.
 
내려다보면 노노이가 누워있다.
 
발에 채여 잠에서 깬 노노이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오늘따라 다크써클이 유독 짙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날로부터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노이는 피곤한 듯 눈가를 주무르다
 
당신을 발견하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노노이:.. 안녕.
 
프림:... 너... ... 안녕 못 하는데. (... 시폰은 괜찮다고 했으나, 역시 저 얼굴을 보니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은근슬쩍 노노이를 노려보며 인사를 무시했다..)
 
시폰:(이럴 줄 알았다.. 프림 눈치를 슬 보더니) ... 그때 이후로 처음 보네. 몸은 괜찮아?
 
노노이:(어쩌면 당연한 프림의 시선을 덤덤하게 받아낸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더니 시폰을 보며 얘기해) 응. 위험했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미안했어.
 
프림:... 그래,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사이좋은 둘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다.)
 
시폰:뭐, 난 괜찮아. (내 가족들은 안 괜찮은 것 같지만..) 소식 들었을 거 아냐? 잘 해결했어. (끼어들은 프림에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친다.)
 
노노이:.. 그래. (두 사람을 보더니 행사 참여 중인 것을 짐작하곤 자신의 근처를 살핀다.)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거. 자리 근처에 있더라. 싫으면 안 받아도 돼. (5송이를 들어 보인다.)
 
시폰:음? 오~! ..어떡할래? (프림을 봅니다.)
 
프림:... 그... 걸 왜 나한테 물어. 알아서 해결해. (하지만 시선은 꽃을 향해 있다. 고민하는 듯 하다...)
 
시폰:(왠지 프림의 고뇌가 느껴지는 것 같네..) 그래? 그럼 일단 내 몫은 받아둘까~ (냉큼 2송이를 받아듭니다.) 고마워!
 
프림:넌... 성격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꽃을 받아오는 시폰을 보고 중얼거린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짜증이 났는데..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 순순히 사과하는 태도를 보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 가자.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뜨며..)
 
시폰:응. (손을 가볍게 흔들고는 프림을 따라가)
 
시폰과 프림은 다시 걸음을 옮긴다.
 
당신들을 보내자 노노이는 정원에 다시 누워버린다.
 
시폰:(꽃을 찾느라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나저나~ 단둘이 있는 것도 오랜만이네. 요즘 별 일없지? 나밖에 없으니까 편하게 얘기해도 될 텐데. (프림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프림:(별일이라 하면... 얼마 전에 시폰이 쓰러졌던 사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 잘 해결됐으니 생각하지 말자, 고개를 휘휘 저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없어. 그러는 너야말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 넌 항상 웃고 넘겨버리니까...... ... 말은 안 해도 그린티도 걱정하고 있을걸. (걱정된다는 말은 속으로 삼키고 애꿎은 풀만 뒤적인다.)
 
시폰:없어? 진짜? (아쉽다는 듯 눈을 반쯤 접었다가) 뭐, 그래도 없는 게 좋은 거지. (눈을 감으며 웃는다.) 형이 잘 안 웃으니까 나라도 자주 웃어야지. (농담..) 걱정하지 마, 늘 의지하고 있으니까. (프림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듯 대답했다. 주변을 슥 돌아보곤) .. 이만 돌아갈까?
 
프림:... 그래. 웃으니까 참 보기 좋다. (라며 시폰의 볼을 죽 잡아당긴다..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다.) 그럴까. 그린티네는 얼마나 찾았으려나...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리한다.)
 
당신이 시폰의 볼을 잡아당기면,
 
시폰은 평소처럼 앓는 소리를 낸다.
 
곧 정원을 모두 돌아본 두사람은
 
8송이로 꽃을 찾는 것을 마무리한다.
 
리아와 그린티는 뭘하고 있을까?
 
GM:그린티 지능 판정!
 
그린티: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정원 위쪽> 행운 판정, 유리와 요한을 발견한다.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도 오늘따라 눈이 침침한 느낌이 든다…
 
역시 1송이를 겨우 찾아냈다.
 
그린티:(식물들아... 힘을줘...!)
(1송이 소중하게 품에 넣는다...) 생각보다 잘 안 보이네... 리아, 그쪽엔 있어?
 
리아:..음~.. (무릎을 꿇고 열심히 찾아본다.)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찾았다! 이것 봐, 그린티! (방금 찾은 1송이와 찾아두었던 2송이를 합쳐보여준다.)
 
그린티:...! 리아, 눈썰미가 좋구나! (두 눈 반짝이며 짧게 박수 쳐준다.) 리아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 부끄럽네, 이능력이 식물 계열인데도... 오늘은 말을 안 들어주나 봐. (괜히 에너지를 살짝 이끌어본다...)
선배님들은 많이 찾으셨을까? (궁금한지 기웃, 살펴본다.)
 
리아:(헤헤..) 고마워, 아니야..!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미소 지으며 격려했다. 따라 주변을 살펴보고는) 선배님들? 그러게, 매해 유리 선배가 꽃을 찾아서 1학년들한테 선물로 준다는 소문이 있긴 하던데.. 이쪽으로 가볼까? (앞서 걷습니다.)
 
그린티:... 정말? 유리 선배님이라면 그럴 것 같기도...! (기대를 가지고 함께 걸음을 옮깁니다.)
 
리아와 그린티는 정원 위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다 보면..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보면 역시나 유리와 요한이다.
 
유리:아니 그게 왜 중요하냐고! 내가 속상했다니까?
 
요한:그렇다고 스마트워치 스트랩을 깔별로 사? 그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지.
 
 
그들은 곧 당신을 발견한다.
 
그린티:...
 
유리:어, 안녕~! 1학년들! 행사 참여 중? (손 흔들흔들)
 
요한:(두 사람을 흘긋 봅니다.)
 
리아:(진짜 계셨네..) 안녕하세요..! (꾸벅)
 
그린티:안녕하세요. (스트랩... 물어보고 싶은데. 더 싸우시려나. 슬쩍 눈치 보다가 고개 꾸벅인다.) 선배님들도 행사 참여중이신가요?
 
유리:우리? 아니, 이건 1학년들만 필수 참여니까. 보다시피 풍류를 즐기고 있었지~ 꽃은 많이 찾았어?
 
요한:(말은 잘해요.. 눈가를 찌푸리며 유리를 쏘아보다 이내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린티:리아는 3송이나 찾았어요. 저는, (소중한 1송이 꺼내어 보여준다.) 유일한 한 송이.
 
요한:뭐, 서른 송이밖에 없으니까 그중에 4송이면 많이 찾았네. (덤덤하게 말한다.)
 
그때 유리가 요한을 툭툭친다.
 
그린티:(뭐 안 주시려나... 의 눈)
 
유리:그렇다는데, 너도 빨리 주지 그래?
 
리아:(설마! 그린티를 가볍게 건드리고 마주 보며 눈웃음 짓고는) 뭔가 주시려고요? (기대 가득 찬 눈으로 유리와 요한을 바라본다.)
 
유리:아니 글쎄, 얘가 너희들 만나면 준다고 자기도 꽃을 찾아보더라, 감동이지?
 
그린티:(리아의 반응에 자신도 입 꾹 닫은 채 빤히... 눈으로 말해요 시전한다. 반짝거리는 시선이 닿는다.) ... 요한 선배님이요?
요한 선배님... 어쩐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찡...)
 
요한:(유리와 그린티를 번갈아보곤) ..유리 네가 전처럼 꽃 찾겠다고 다 뭉개버릴까 봐 내가 찾아본 것뿐이다.
여기 놓아뒀는데..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기. (무려 5송이다!)
 
그린티:...!!! (리아랑 모은 것보다 많아! 입술 달싹이다 소중히 받고서는) 이렇게나 받아도 괜찮을까요...?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할 지도... (작게 중얼...)
 
요한:뭐, 다들 놀기 바쁘지 생각보다 열심히 찾지 않으니까 상관없을걸. (네게 건네주고 손을 내린다.)
 
리아:그래도.. 감사해요. 정말요! (드물게 신난 목소리다.)
 
그린티:... 감사합니다. (그래도 기쁜지 옅게 홍조가 돈다.)
 
유리:(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올해도 좋은 선배 역할을 했네~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린티와 리아를 바라본다.)
 
그린티:... (고민하는듯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 스트랩 몇 개 주문하셨어요?
 
유리:아, 뭐야! 들었구나? (언성을 높이더니 입가에 손을 올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글쎄.. 몇 개 샀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여하튼 많이 샀어.
 
요한:(돈이 아까워 죽겠다는 눈)
 
그린티:(둘의 반응에 작게 웃음 터트리곤) 요한 선배님이 유리 선배님을 많이 걱정하시니까요. ... 음, 다음부턴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유리:너도 그런 섭섭한 소리를..! 내 편은 아무도 없구나~!
 
요한:하........................ 둘은 이만 가봐.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린티:두 분 언제나 우정 영원하시길 바라요. (두 손 모아쥐고 파이팅!) ... 리아, 이만 갈까? (슬며시 웃음 짓는다.)
 
리아:응. 그러자! (흥미진진했다.. 그린티에게 먼저 팔짱을 낀 채 걸음을 옮긴다.)
 
그린티:(같이 팔짱 끼고 처음 장소로 돌아간다. 드넓게 피어난 꽃들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리아와 그린티는 걸음을 옮긴다.
 
당신들을 배웅하곤 다시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이다.
 
돌아가는 길, 리아는 문득 입을 연다.
 
리아:그린티, 손 한 번만 내밀어 줄래? (제자리에 멈춰 선 채 말한다.)
 
그린티:... 응? 여기. (얌전히 팔짱 낀 반대편 손을 내민다.)
 
리아는 팔짱을 풀고는 당신이 내밀어 준 손을 잡는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곧 당신에게로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기쁨, 고마움, 행복함..
 
볼을 간지럽히는 봄바람 같기도 하고,
 
낮에 스며드는 따사로운 햇볕 같기도 한 감정들이
 
당신을 맴돌다 이내 흩어진다.
 
리아:이건 내가 느끼는 감정이야.
난.. 내 감정을 타인에게 전해줄 수 있거든.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그린티.
 
달빛이 비친 리아의 얼굴에
 
평소보다 더 환한 미소가 걸린다.
 
그린티:... 리아. (부드럽게 자신을 감싸오는, 그 누구보다 다정한 감정의 물결. 비록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타인이었던 네게 이렇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도. 네가 이렇게 먼저 다가와 줬기 때문이었겠지. 거짓 없이, 순수한 감정들을 가지고.) ... - (그대로 널 끌어안고는 환하게 웃음 짓는다.) 응, 제대로 전해졌어 리아. ... 고마워.
 
리아:.. 응! (끌어안자 바람에 날린 네 머리칼이 간지러워 조금 소리 내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밤하늘 아래로 흩어진다.
 
곧 정원을 모두 돌아본 두 사람은
 
9송이로 꽃을 찾는 것을 마무리한다.
 
오로라 빛의 은가비 꽃을 찾는 것을 마무리하고
 
다 함께 정원 입구로 돌아가면
 
간이 부스에서 학생이 상품을 나눠주고 있다.
 
학생:상품 수령은 이쪽입니다~!
 
시폰:그린티랑 리아는 얼만큼 찾았어? (부스로 다가가며 묻는다.)
 
그린티:... 시폰 오빠! 우리 9송이나 찾았어! (내가 찾은 건 한송이지만.)
리아가 눈썰미가 정말 좋더라고. (작게 웃음 지으며 리아 어깨에 손을 올린다.)
 
리아:(후후..)
 
프림:오.... 많이 찾았네. 둘 다 고생했어.
 
그린티:상품은 어떤게 있으려나...? (기웃, 부스를 살펴본다.)
 
시폰:아깝다~! 우린 8송이 찾았는데.
 
그린티:정말? 아쉽다, 딱 한 송이 차이네... 그래도 넷이서 이만큼이나 모았어. (웃음!)
(일단... 내심 이겨서 기쁜 듯 하다.)
 
우리가 꽃을 들고 부스를 기웃거리면
 
학생이 다가와 상품을 안내해준다.
 
학생:일단~ 10송이 이상 찾으신 페어는 없으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여기 9송이를 찾은 페어는 이쪽이 맞으시죠? (그린티와 리아를 보곤 한쪽 구역을 가리킨다.)
 
바라보면
 
푸른은가비꽃 모양의 보석이 박힌 악세사리(목걸이, 반지, 팔찌, 스마트 워치 스트랩, 끈 등)
 
이 보인다.
 
학생:여기서 마음에 드시는 걸로 하나씩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쪽은.. (시폰과 프림을 보며 무언가 가져온다.)
 
확인하면 푸른색 보석이 달린 끈이다.
 
학생:튼튼해서 무기에 다셔도 될 거예요. 이상입니다!
 
프림:... 하나 차이로 선택지가 이렇게 줄어드는 거야? (그린티네의 상품과 본인의 상품을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시폰:진짜 보석인 것 같은데.. 예산에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닐까? (보석이 달린 끈을 이리저리 살폈다.)
 
프림: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그래도 마음에 들어. (고마워, 학생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끈을 받았다.) 너희는 뭐로 할 거야? (그린티, 리아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그린티:나는 ... (빤히... 악세사리들을 살펴보다 조심스레 고갤 돌려 리아를 바라본다. 살짝 눈동자를 굴리다 입을 열어.) 저, 리아... 혹시 괜찮다면 같이 목걸이 맞추지 않을래? 반지나 팔찌는 전투 훈련 때 불편할 수도 있고.
... ... 친한 친구 끼리는, 이런 악세사리를 같이 맞추기도 한다고 들었거든.
 
리아:(열심히 고르다가 멈칫하더니) 그,그그럴까?! (좋아서 고장난 듯하다.) 좋아, 그럼 이걸로.. (목걸이 두 개를 집는다.)
 
시폰:(프림을 툭 치고 작게 말한다.) 그래도 역시 친구가 있는게 보기 좋네, 그렇지?
 
프림:... 응. 그린티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야.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따라 작게 말한다.)
 
시폰:(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아와 그린티에게 다가온다.) 그럼 우리들이 목에 걸어줄게, 형은 그린티한테 걸어줘. (리아에게 목걸이를 받아 하나를 프림에게 건네준다.)
 
리아:앗, 감사합니다.. (조금 어색하게 서서 시폰이 걸어주는 것을 기다렸다.)
 
그린티:... 응! 잘 부탁해. (조금 쑥스러운지 귀 끝이 붉어지지만... 그대로 얌전히 기다린다.)
 
시폰:공용 디자인이라 그런가.. 조금 길 수도 있겠다. (제법 익숙하게 걸어준다.)
 
프림:(그린티의 뒤에 서서 목걸이를 걸어준다.) 잘 어울린다. 잊어버리지 말고.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그린티:응, 소중히 할게. (작게 웃는다.)
 
목걸이와 끈에 걸린 보석에 달빛이 반사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반짝이는 푸른은가비꽃처럼 오래토록 빛날 추억을 간직한 채
 
베로니카 주간의 둘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베로니카 주간의 셋째 날.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학생들이 오전나절 내내 침대 위나 뒹굴며 쉬고 있었기에 학내는 고요했다.
 
“----!”
 
그 순간 평화를 깬 것은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학생이 그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프림과 그린티는 어떻게 행동할까?
 
프림:(무슨 일이 생겼나? 방 밖으로 나와서 그린티의 방문을 두드려본다.)
 
그린티:(읽던 책을 내려놓고 곧장 밖으로 나가본다. 문 앞에 서 있던 프림과 딱 마주쳐) ...! 오빠? ... 방금, 무슨 소리야?
 
프림:비명 소리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 가볼래?
 
그린티:응, 가보자... (굳은 표정으로 답하고선 소리가 들린 쪽으로 이동한다.)
 
당신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한다.
 
쓰러져 발작하며 피를 토하는 학생을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 틈을 뚫고 군홧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2주 전 들이닥쳐 아직도 ‘불온 게시글’ 사건을 수사 중인 헌병대원들이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헌병대 예장에는 기묘한 모자부터 가면, 투구가 포함되어 있다.
 
서아프리카 도곤족의 전통을 따른 사팀베 마스크가 그것이다.
 
디자인 자체는 서아프리카 전통에서 따온 것이니 이상하다고 할 게 없지만,
 
가면을 쓴 헌병대가 붉은 줄과 구슬을 관자놀이에 드리우고 표정을 감춘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아무래도 조금 두렵기 마련이다.
 
죽음의 사자가 내려다보는 광경 속인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은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손톱이 깨지고 피를 토하는 그의 몸 위에서
 
검붉은 에너지가 마치 자아를 가진 듯이 움직이며 그를 감싸 죄었다.
 
요한:무슨 일이야!
 
라가힛의 꼴을 보고 놀란 요한이 달려와 몸을 구부렸다.
 
엎드려 울부짖는 소년을 껴안아 달래고, 뒤집어 똑바로 눕히고,
 
눈에 품은 렌즈로 아주 오랜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듯이 그 광경을 들여다본다.
 
요한:의료진 아직 안 왔어?!
누가 1학년 시폰 좀 불러! 라가힛은 시폰과의 동조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
 
부르지 않아도 소란을 듣고 이미 시폰은
 
군중이 둥그렇게 모여 선 한중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GM:그린티 이성 판정해주세요.
 
그린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이성 1 감소합니다.
 
곁에 서 있던 요한과 시폰은 피를 뒤집어썼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순간이라 비명은 뒤늦게 산발적으로 커졌다.
 
비틀거리며 도망치거나 구토하는 학생 사이로
 
리아가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에서 헌병대 한 사람이 노노이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집어들었다.
 
도곤족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가면을 자아 표현과 제식 수단으로 썼지만,
 
장례식에서 쓰는 가면은 오로지 사팀베 마스크 하나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저 표정 없는 얼굴은 더욱 두렵다.
 
어떤 사회문화 연구자들은 이 예장을 두고 인류의 기원 이후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아프리카인들이
 
‘문명국’에서 넘어온 ‘비흑인’들을 ‘비문명적’ 방식으로 위압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아니었나 논설한 적이 있다.
 
억압받지 않던 자가 억압받던 자들의 방식을 야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야만이 될까?
 
어떤 역사의 신성한 전통을 압제에 사용하는 것은 야만이 아닐까?
 
이제는 토론할 수 없다.
 
그 연구자들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이 아프리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대부터 그러하였듯 기록보다는 구전이어서,
 
말할 입이 없어진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래 내려앉은 그 침묵을 사르고 타는 불꽃처럼,
 
요한이 고함을 지르며 라가힛의 다리를 붙잡았다.
 
요한:가만히 놔 둬!
 
그러자 라가힛을 집어들던 헌병대원이 빈 손으로 가면을 밀어 벗었다.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인상이 참 좋은 청년이라고 평가했을 법한 남자의 얼굴이다.
 
GM:관찰력 판정 혹은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프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그린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린티는 그 청년과 요한 에를리히가 퍽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사관생도가 헌병대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해선 안 될텐데.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남자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남자:노노이 라가힛의 신병은 헌병대에서 인수하겠다.
손을 놓기를 권유한다, 요한 에를리히.
 
요한:이 애를 더는 훼손하지 마! 살아있을 때 가지고 논 걸로 충분하잖아, 미친 자식들아!
 
그러자 남자는 자비를 베풀겠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선 한쪽 무릎을 굽혀 자신과 닮은 요한의 얼굴을 바라본다.
 
남자:사관생도 노노이 라가힛에게는 즉결 처분 가능한 혐의의 증거가 있다.
 
요한:…웃기는 소리 마!
 
남자:그가 불법적인 약물을 도핑해 그 부작용으로 발작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접수되어 수사한 결과 여러 혐의를 확보했다.
이 폭사(爆死) 역시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부검이 필요하겠군. 수사가 종료된 후에는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여 유해를 화장하겠다.
불만 있나, 요한 에를리히?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를 제기하는 건 어떤가.
 
요한:개새끼야! 어떻게 그걸… 닭이 시장 가는 것을 어떻게 거절한단 말이야!
 
이제 공화국 시민들은 다양한 옛 지역에서 유래된 속담을 다 섞어 쓴다.
 
‘닭은 시장 가는 것을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은 중부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관용어구였다.
 
약자는 강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성적으로 구는 요한답지 않게 점점 격앙되고 있다.
 
헌병대에게 이런 식으로 반항하다간 징계 감이다.
 
프림과 그린티는 어떻게 행동할까?
 
프림:... 선배. (뒤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더 이상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나왔다. 요한의 어깨를 잡고 말린다.)
 
그린티:... -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던 이였을 터다...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프림이 움직이자 그제야 반응한다.) ... 시폰 오빠! (저 충격적인 광경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을 터였다. 피로 점철된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달려나가 시폰을 부축했다.) 오빠... 오빠, 괜찮아?!
 
시폰:(멍하니 있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린티. 난... ... 난 괜찮아. (애써 침착하려는 듯 팔을 들어 얼굴에 튄 피를 훔쳐냈다. 하지만 작게 떨리는 것이 보인다.)
 
프림이 요한을 말린다면
 
요한은 씨근덕대면서도 서서히 시신에서 손을 뗀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노노이 라가힛의 시신은 결국 헌병대가 회수해 갔다.
 
오후 일정과 행사는 모조리 취소되었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로 돌아가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식의 공지가 내려왔다.
 
그나마 기숙사 안에서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으므로
 
친구들의 방과 방을 건너다니며 몰래 저들만의 추측을 속삭이고 있는 듯싶었다.
 
 
 
 
‘유리 모하에가 죽었다.’
 
그 믿을 수 없는 소문은 학생회로 처음 전해져서, 곧 교정 전체로 퍼졌다.
 
독재에도 등급이 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지독하리만치 세련된 통치 방식은
 
사람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감화시켰다.
 
우리는 문명인이야.
 
한번 스러진 인류를 복구해 빛나는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어.
 
나라가 잘 하고 있으니 박수를 치는 것은 시민의 지지이지 신민의 굴종이 아니야.
 
사람들은 공화국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게 몇십 년이다.
 
전시도 아닌 교내에서 헌병대원의 손에 학생회장이 죽었다고 한다.
 
이 문명적인 나라에서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한 잔인한 억압을 보면 일단 공포에 질려 입을 닫는 법이다.
 
하지만, 왜?
 
그리고 정말로?
 
프림과 그린티는 쉬고 있는 시폰을 뒤로하고 각자의 기숙사방을 나왔다.
 
정보 없이 가만히 숨어 있어서는 무슨 일에 휘말릴지 모르니
 
정보를 수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이 많이 가는 장소를 떠올려 보니 기숙사 1층 학생식당이 떠오른다.
 
프림:(교내 상황이 좋지 않다. 뭐라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방 밖으로 나왔다. ... 그린티... 유리 선배에게 꽤 정을 준 것 같던데 많이 충격받았겠지...) ... 소식, 들었지. ...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린티에게 말을 걸었다.)
 
그린티:... (그 '사건'을 목도한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유리 선배님이 죽었다니. 복잡한 심정으로 프림을 바라본다.) ... 난 괜찮아 오빠. 가장 힘들 건... 요한 선배님이라 생각해. (기운 없이 답하고선 학생들이 모인 학생식당을 바라본다.) ... 유리 선배님의 일이니까. 우리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학생들에게서 정보를 모아보자 오빠.
 
프림:그렇겠지. (헌병대원과 대립하던 요한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일이 일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파트너가... ... 그린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식당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 가자.
 
학생식당에는 헌병대원 두 사람이 경계를 서고 있다.
 
들어 보니 공식적인 사유는 어제 라가힛의 사건 탓에
 
교내에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감시가 있는 탓인지 학생식당은 영 조용하다.
 
학생들 몇몇이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고,
 
주방 직원들도 친근하던 평소와 달리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그때 직원 한 사람이 당신들을 부른다.
 
그리고 조그맣게 속삭인다.
 
라면서 직원이 건넨 것은 웬 달걀 두 개와 음료수였다.
 
그린티:(직원에게서 달걀과 음료수를 받아든다.) ... 저, 이건...
 
프림:아무래도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보네. ... 당연하겠지만. 받아두는 게 좋겠어. 이따가 찾아가 보자.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린티의 어깨를 토닥였다.)
 
받아들자 달걀이 묘하게 가볍고 안에서 달각달각 소리가 난다.
 
그린티 당신이 물으면
 
직원은 성당에서 부탁을 받았다고, 그 이외에는 모른다며 자리를 뜬다.
 
그린티:... 응? (달각거리는 소리에 달걀을 들어 살펴본다. 뭔가 들어있는 건가...?)
 
프림:(그 사이 학생식당을 둘러본다.. 어젯밤 일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있으려나...)
 
그린티가 달걀을 살펴보고 있으면
 
문득 프림은 그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는 학생 하나가 눈에 띈다.
 
1학년 명찰을 달고는 있는데 영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는 멀찍이 선 헌병대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식판을 돌려놓는 척 다가와 속삭였다.
 
학생:앙셰네 지 수습기자예요.
우리 빨대가… 아니, 미안해요.
그러니까 우리 취재원이, 학교에서 어제 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내용을 알고 싶어서 몰래 들어왔어요.
뭐 얘기해줄 거 없나요?
 
앙셰네 지라면 풍자와 비판으로 유명한 대형언론사다.
 
프림:(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했다)
 
그린티:...? (달걀 보다가 프림 옆으로 온다.)
 
학생:(프림의 말을 듣는다.) …그렇군요.
혹시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줘요. 부탁이에요.
 
그는 프림의 손에 명함을 쥐어 주고 멀어졌다.
 
그린티:... 취재진이야?
 
프림:그런 것 같은데.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길래 대충 알려줬어.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생각하며 그린티에게도 명함을 보여줬다.)
 
그린티:응... (명함을 잠시 살피다 고개를 끄덕인다.) 요한 선배님께 가볼까... 이거, 전해드릴 겸. 유리 선배님에 관해서도...
 
프림:... 그래.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 선배라면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요한이 있을 만한 장소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다..)
 
요한은 어딨을까?
 
고민하던 당신들 앞으로 피곤해 보이는 리아가 지나간다.
 
리아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그린티:리아...? (리아의 안색을 보고 미간을 좁힌다. 조심스레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당신이 붙잡자 리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얼굴을 확인하곤 곧 안심한다.
 
리아:미, 미안.. 깜짝 놀라서.. .. 응. 난 괜찮아. (힘 없이 웃는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린티와 프림을 번갈아 본다.)
 
그린티:그냥... 오빠랑 조금 돌아다니다가. (리아도 많이 힘들겠지... 다 같이 그 광경을 봤으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다, 리아에게 계란과 음료수를 보여주며) 이걸 요한 선배님께 가져다 달라고 부탁받아서...
혹시 요한 선배님 본 적 있어, 리아?
 
리아:요한 선배? ..아.
아까 2층 휴게실에서 다른 선배들이랑 무언가 하고 계셨던 것 같아.
(계란과 음료수를 바라보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당신들을 바라본다.) 그렇구나.. 모쪼록 조심해. 학교 분위기가 너무 안좋아..
 
그린티:응, 리아도 조심해. (차고 있던 목걸이를 살짝 들어 보이며 작게 웃는다.) 우린 이 부적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 같이 고민해 보자.
 
프림:너도 조심해. (리아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곤) ... 그럼 우린 2층으로 가자.
 
리아는 낮게 손을 흔들며 당신들을 배웅한다.
 
그린티:응, 가자 오빠. (2층 휴게실로 향한다.)
 
이상하게 식당을 제외하면 기숙사엔 헌병대원이 전혀 없었다.
 
헌병대 수색이 학교와 전부 다 협의되지 않기라도 한 걸까?
 
조용한 복도를 지나 휴게실로 향한다.
 
그때 프림과 그린티의 스마트워치에 알람이 뜬다.
 
시폰에게서 온 메시지다.
 
잠시 후 시폰이 도착한다.
 
휴게실은 각층마다 2개씩은 있고, 퍽 넓어서
 
작은 도서관처럼 여러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인구밀도가 심하게 높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수십 개의 눈동자가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다가,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도한다.
 
학생 몇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건다.
 
학생:얘기 듣고 온 거야, 아니면 그냥 들른 거야?
 
그린티:...? 요한 선배님이 이곳에 있다고 하셔서...
 
학생:그래? 모르고 왔나보네. 우리는 그 소문이 맞는지 확인 좀 해보려고 모였어. 요한도 여기있고.
진짜라면 학교를 다 뒤집어야 할 사안이잖아. 유리 선배 얘기 말이야.
 
다들 밤을 샜는지 눈이 벌겠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
 
어디론가 연락을 잔뜩 돌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요한이 앉아 있다.
 
그는 태블릿 디바이스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물리 키보드까지 두드리는 중이었다.
 
요한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는지 얼굴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린티:... 잠시 요한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괜찮을까요?
저희도 그 소문의 진위를 알고 싶어요.
 
학생:그래, 가봐. 요한은 저쪽에 있어. (요한이 앉아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린티:(곧바로 요한에게 다가간다. 들고 있던 계란과 음료수를 내려놓고는) ... 선배님. 혹시 바쁘신가요?
 
요한:(눈가를 주무르다 계란과 음료수를 보고 조금 놀란다.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확인하곤) 보다시피. .. 이거 너희가 가져왔어?
 
그린티:아... 네, 주방 직원 분이 건네주셔서 들고 왔어요.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던데... (빤히)
 
프림:(빤히.....)
 
요한은 그린티의 말을 들으며 달걀을 집어 든다.
 
부활절도 아닌데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그 달걀에는 ‘성심성당’ 이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요한은 달걀 껍질을 깨트린다.
 
안에서 나타난 건 삶은 달걀 흰자가 아니라 빈 내부였다.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가 툭 떨어진다.
 
요한:.. 너희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그린티:...! (어째 가볍더니)
... 그건 유리 선배님과 관련된 일인가요?
 
프림:... 일단 들어나 보죠.
 
시폰:(도움..? 눈을 깜빡이며 프림과 그린티를 번갈아본다.)
 
그린티:(자기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시폰에게 눈짓...)
 
당신들의 말을 들은 요한은 설명을 시작한다.
 
요한:오전 04시를 기해 정부지침으로 학교와 외부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다. 인자미나도 접속이 안 돼.
학교가 정보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지. 내 설계로 이 차단 시스템을 잠시 들어내는 중이야.
..유리 얘기가 사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맞다면 다음 대응 방침을 생각하려고 해.
 
요한은 메모리카드를 들어 보인다.
 
요한:이건 신부님께 보내달라고 했어.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성심성당, 너희가 아는 거기 맞아.
애초에 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연락주신 것도 신부님이고. 만일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서버에 뭘 기록해 봤자 검열당하면 끝이니.
 
요한은 이어 말한다.
 
자신의 능력은 해킹.
 
에너지를 섬세하게 다루어 서버 간 데이터 전자 신호에 간섭하는 용도로 활용하곤 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거기에 세 사람의 도움이 왜 필요할까?
 
그린티:(요한 선배님도 유리 선배님의 행방은 모른다는 건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에 집중한다.) 저희가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되나요?
 
요한:너희들 에너지를 내 에너지에 뒷받침해주면 돼.
학교 서버는 규모가 몹시 크고 복잡해. 보안도 아주 철저하지.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는데, 내 설계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곧바로 추적될 거다.
너희는 이 학교의 유일한 정식 페어잖아. 동조율이 안정된 페어가 에너지를 뒷받침해 주면 안정적인 설계에 도움이 되거든.
...
…하지만 너희들. 이 일을 돕는다는 건 너희도 이 학교나 정부 지침에 반기를 드는 동조자가 된다는 뜻이다.
나는 유리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고, 여기 모인 애들도 그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지만, 너희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
 
요한:괜찮겠어?
 
그린티:... -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뒤를 돌아 두 사람을 바라본다.) ... 오빠들은 어떻게 생각해?
 
시폰:그러게, 난 가능하면 돕고 싶은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신중하는 게 좋겠지. 어떡할까?
 
그린티:... 나도, 돕고 싶다고 생각해. 이 학교와 정부는 명백히 무언갈 숨기고 있어. ... 회피만 해서 바뀌는 건 없으니까. (물론 부모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굳은 표정으로 제 의사를 전해.)
 
프림:... 난 너희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솔직히 마음 같아선 위험하니 빠지라고 하고 싶지만... ... (시폰과 그린티의 표정을 살핀다.) ... 이미 결정 난 것 같네.
 
요한:(묵묵히 세 사람을 보더니) 그래, 알았어.
좋아, 시작한다.
 
GM:구현자는 본인의 이능력과 관련된 핵심 기능 판정을, 설계자는 항법 판정을 시도합니다.
모두가 성공할 때까지 강행합니다.
 
시폰:그럼.. 할게. (천천히 자신의 에너지를 운용한다.)
 
그린티:(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 억압받고 싶진 않아. 두 눈을 감고, 두 사람의 파장에 힘을 싣는다.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다. 익숙한 에너지의 파동을 느끼며 에너지의 길을 설계한다.)
 
프림:그래.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마음을 다 잡고 그린티가 설계해 준 길을 따라 에너지를 싣는다.)
 
그린티:
항법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프림:
전격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폰:
염력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시후 세 사람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인다.
 
요한은 조심스럽게 명령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 후 옆 사람을 돌아본다.
 
요한:인자미나 접속돼?
 
학생:……돼! 잠깐만, 성당으로 전화 걸어 볼게.
 
학생들은 단계별로 차단이 해제되었는지 확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요한:좋아, 이 휴게실 범위 내에서, 그러니까 내 태블릿 핫스팟으로 데이터가 연결된 범주 내에선 추적당하지 않고 기록 없이 자유롭게 웹에 접속할 수 있어.
우선 유리가 정말 헌병대에게 끌려간 게 맞는지 확인해보려고 해. 신부님이 목격하셨다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요한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 패널을 위로 끌어올려 크게 키웠다.
 
화면이 여러 개로 분할되며 다양한 각도의 CCTV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대를 계속해서 돌려 보며 유리를 찾아내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GM:자료 조사 판정을 통해 이 과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린티:(옆에서 열심히 찾아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프림: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그린티:(어려워... 전자기기..)
...?
 
시폰:음..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세 사람은 CCTV 영상이 너무 많아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때, 근처 선배가 화면 구석 ‘16번 카메라’에서 헌병대원 네 사람이
 
사람으로 추정되는 것을 어깨에 둘러메고 기숙사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발견한다.
 
시각은 오늘 새벽 1시 24분.
 
학생:저기 멈춰 봐! 1시 24분경.
그래, 맞네!
사람 들고 가잖아!
 
다른 학생이 말한다.
 
학생:근데 저게 유리 선배라고 어떻게 확신해?
 
GM:관찰력 판정을 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린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프림:(화면을 뚫어져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린티:... (오빠 찾는 거 힐금)
 
프림은 헌병대원이 떨어진 흰색 운동화를 주워드는 것을 확인한다.
 
학교 내에서 구두를 신는 것이 보통이라
 
유리가 신고 다니는 흰색 운동화는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 생각난다.
 
프림:... 유리 선배의 신발이야. 유리 선배 맞는 것 같은데요.
 
학생들은 프림의 말을 듣자 동요한다.
 
그때 한 학생이 다시 입을 연다.
 
학생:어, 차에 태운다.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
 
우리들은 다시 CCTV를 바라본다.
 
학생:미카엘관 뒤쪽으로 나갔네.
저기로 가면 방위사령부 방향 아냐? 헌병대 본부가 거기잖아!
하지만… 저건 ‘끌려갔다’지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근거는 아니잖아.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맞는 말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민하던 요한이 말했다.
 
요한:만일 방위사령부로 끌려 갔고,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위해서든 은폐를 위해서든 병원으로 연락이 갔을 거야. 군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을 테고.
저 근방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이 어디지?
 
학생:하씬느. 근데 거기 물어본다고 이렇다할 대답이 나오겠어? 괜히 우리가 들쑤셨다가 더 큰일나는 거 아냐?
정보 캐는 건 기자들이나 능숙한 일이잖아. 차라리 어디 제보를 하는 건 어때?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프림:(제보라고 하니... 아까 받은 명함이 떠오른다.) 흠...
 
그린티:오빠, 그때 대형 방송국 사람들... 이곳에 왔었지. (속닥.)
... 말씀 드리는 편이 좋을까?
 
프림:요한 선배한테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시폰:그게 낫지 않을까, 달리 방법도 없는 것 같고. (대화를 듣다가 중간에 은근슬쩍 끼어서 대답한다.)
 
그린티:(시폰의 말에 고개 끄덕인다.) 그럼... 명함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요한:뭐야, 너희 아는 거라도 있어? (소곤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프림:(요한이 다가오자 명함을 보여준다.) 아까 앙셰네 지라는 곳에서 받았어요. 더 이야기 할 것이 있으면 연락달라고 하던데.
 
요한:양셰네 지? (명함을 본 순간 눈에 이채가 돈다.) ...좋아, 양셰네 지는 그나마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많이 내는 곳이잖아.
한번 제보해 보자. 그쪽에서 취재해 주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모아 항의를 하는 거다.
유리가……
유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간에, ‘대학 내에서 학생을 헌병대가 새벽에 몰래 끌고 갔다’는 사실 자체가 특종 감이니.
 
이어 요한은 우리에게
 
명함 속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제보할 것을 부탁한다.
 
그린티:그럼...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어본다.)
 
명함 속 번호로 전화를 걸면 학생식당에서 마주쳤던 수습기자가 연락을 받는다.
 
그린티:... 네, 저... 제보 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꼭 도움이 되어 주셨으면 해서요. (그리곤 지금까지의 일들을 간략히 설명한다. 학교에 대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조사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마무리해)
 
그린티의 말을 잠자코 듣던 수습기자는 대답한다.
 
곧 전화가 끊긴다.
 
학생들이 저마다 할 일을 하며 상황 정리를 기다리고,
 
요한은 한숨을 쉬며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요한:대충 일단락됐나.. 그래, 너희들도 궁금한 거 있어? 그동안 수상하게 느꼈던 거라든가.
내가 아는 선에서 얘기해 줄게.
 
그린티:... (지금 말해도 괜찮을까. 머뭇거리다 입을 열어.) 요한 선배님, 그때 그 헌병대원을 기억하시나요?
요한 선배님과 많이 닮으셨던 것 같아서... 실례라면 죄송합니다.
 
요한:(괜찮다는 듯 작게 손사래를 친다.) 네가 생각한 게 맞아. 그 사람은 내 형이야. 그리고 난 집안과 절연했어.
또 다른 건?
 
프림:저도 그 일과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노노이 라가힛... 시폰 때처럼 설계 반동은 아닌 것 같던데. 어떻게 된 거죠?
 
요한:(길게 뜸을 들이더니) .. 그건 나도 많이는 몰라. 안다고 여기서 함부로 얘기할 일도 아닌 것 같고. 형이 속해있는 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 알아. (남은 게 있냐는 듯 눈짓한다.)
 
그린티:인자미나의 커뮤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스와콥문트의 게시글. 요한 선배님도 알고 계시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천천히 미간을 좁혀.) 그 게시글의 작성자를 알고 계신가요? 그 내용은 전부 사실인가요?
 
요한:(그린티를 바라본다.) 글 작성자는 유리야, 그걸 내가 도왔고. 의심스러운 정황을 모아 작성한 것에 불과하니 모두 사실은 아니지. .. 그에 대한 처벌이 새벽에 남몰래 끌려가 종적을 감추는 형태일 줄은 몰랐지만.
또 달리 궁금한 게 남았나? 없다면 나도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린티:(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 전... 괜찮아요. 프림 오빠는?
 
프림:(그렇다고 하면 모두 앞 뒤가 맞아떨어진다. 더 궁금한 것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나도 괜찮아. ... 이제 말씀하시죠.
 
요한:그래. 첫 가상훈련 때 봤던 모스크 기억나? 유리도 보고 있었던.
 
그린티:네, 기억 하고 있어요.
 
프림:(고개를 끄덕인다.)
 
요한:우리는 북동 게이트 바깥을 묘사한 가상세계에 있었지. 하늘길 시스템의 크로노미터 지도를 그대로 따른.
근데 그 모스크는 그 방향에서 보일 수 없어. 좀 더 서쪽에 있으니까.
유리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지도마저 조작되고 있다고.
정부가 말도 안 되는 걸 숨기고 있는게 분명해.
스와콥문트는 카사블랑카로부터 정확히 1만 km 떨어져 있다.
.. 진실을 호도하기엔 너무 좋은 거리감이지.
 
요한:이상이다. 더 할 말이 없다면 돌아가도 좋아. (피곤한 듯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린티:이건... 그저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 ... 요한 선배님이 이런 일들을 행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유리 선배님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그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 이건 정부에 대한 반역 행위로 보여질 거예요.
 
요한:뭐, 나도 정부에 반대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그래서 유리랑 싸웠던 거고. (전에 학생회실 앞에서 싸웠던 일을 말하는 듯하다.) .. 걔의 바보 같음이 옮았는지도 모르지. ... 유리라면.. (이렇게 했을 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가라앉는다.)
그 이후는 그때부터 정해야지. 그나저나 한배를 탄 것치곤 너무 늦게 물어보는데. 각오는 된 거겠지? (모두를 돌아보며 얘기한다.)
 
시폰:.. 물론이죠, 아까 괜찮겠냐고 했을 때부터 이미 각오는 했었어요. (진지하게 대답한다.)
 
그린티:각오는 됐어요. ...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았으면 해요. (두 사람을 돌아본다. 셋이서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다.)
 
프림:...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순 없겠지. (한 배... 이제 정말 실감이 난다. 유리나 요한처럼 대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생들이 위험한 길을 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요한은 각오를 다지는 세 사람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우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은 채..
 
휴게실을 나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학생회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앙셰네 지에 한 제보는 상당한 유효타였다.
 
똘똘 뭉친 기자들이 병원과 군 양쪽에 '빨대를 꽂고' 소식을 물어 왔다.
 
오전 07시 04분, 유리 모하에의 시신이 하씬느 병원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다.
 
심폐소생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시신이 구급차에 실릴 때부터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헌병대는 참으로 교묘한 방식을 사용해 유리의 혐의와 라가힛의 죽음을 하나로 묶었다.
 
노노이 라가힛이 금지 약물 혐의를 썼고,
 
그 공급책으로 유리 모하에가 지목된 것이다.
 
수사 과정 중 라가힛과 동일하게 약물을 과용한 유리가 쇼크사했다는 것이
 
군과 정부의 입장이었다.
 
공분한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고작해야 가끔 강성 노조의 시위 정도나 일어나던 도시에서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았다.
 
시위 현장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기술은 재앙의 날을 거치며 실전되었지만,
 
화염병만 저항의 상징이겠는가?
 
무기는 많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은 채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한번 폭력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상황을 겉잡을 수 없다는 학생회의 판단이 들어맞았다.
 
4학년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겹겹이 둘러 지키고,
 
아직 전투 역량이 모자란 저학년들은 내부에 모여 앉아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다.
 
프림과 그린티는 어디에 있을까?
 
그린티:(시끄러운 주변을 뒤로 하고, 오빠들과 함께 내부에 머문다.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당신들의 곁에 시폰과 리아가 있었다.
 
손을 굳건히 맞잡고 바깥을 바라보면서.
 
시선은 건물과 옥상을 타고 흘러 모래바람에 실린다.
 
날아가, 장벽 너머로, 닿고 싶은 곳에.
 
학생회관 앞에는 오래된 연단이 있었다.
 
뛰어오른 것은 요한이었다.
 
그는 떨고 있었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긴장되어서가 아니다.
 
생생하게 살아 지펴진 격노가
 
그 부르짖음 안에 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
 
차마 목이 메어서, 요한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읽고 있는 것은 어떤 시였다.
 
그것도 수첩에 메모한.
 
그 수첩이 당신들의 앞으로 툭 떨어진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역사의 기로에서 적극적이거나 방조적이거나 소극적일 수 있다.
 
우리는 수첩을 들어 요한의 연설을 받아 읽어줄 수도 있고,
 
그에게 그것을 돌려줄 수도 있다.
 
프림:(... 떨어진 수첩을 주워서 다음 구절을 받아 읽는다.)
 
그린티:(받아 읽는 프림 옆에 서서 요한을 바라본다. 당신을 연대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며)
 
우리가 프림을 바라보고
 
프림은 수첩을 든다.
 
그리고 읽는다.
 
다음 구절은 이렇다.
 
그 문장이 누군가의 명료한 발음을 타고 터진 순간,
 
근처 반경에 있던 모든 스마트워치가 새빨갛게 진동하며 경고음을 내보냈다.
 
이를 악문 요한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 나갔다.
 
요한:이 시를 아십니까?
세상에서 삭제된, 기록말살형을 받은, 끝없이 무수한 텍스트를 아십니까?
러시아 땅이 절반쯤 황폐화되었다고 해서 네크라소프의 시까지 사라져야 합니까?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던 우리는 어제 학우 두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마이크가 순서대로 돌았다.
 
울며 더듬더듬 준비한 말을 읽는 학생도 있었고,
 
분노하여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평화로웠다.
 
그때,
 
지나치게 큰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GM:이성 판정 해주세요.
 
프림: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린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GM:그린티 이성 1 감소합니다.
 
자정까지는 이제 4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새하얘진 얼굴, 벌건 눈동자들이 요한과 학생회 임원들에게 향했다.
 
요한:……다들 어떻게 하고 싶어?
진압이란 단어까지 썼다면 학교 징계 따위로 끝나지 않을 거야.
체포당했다가, 다신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빠져나갈 사람은 지금 나가도록 해.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학생:선배는요? 지금 제일 위험한 거 사실 선배예요.
1학년, 2학년부터 일단 내보내. 농성을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지 전교생의 절반이 여기 몰려 있을 필요는 없잖아.
 
그때 요한은 우리에게 다가와 손을 붙잡고 눈을 불태웠다.
 
요한:옳은 말은 거세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이야기하는 거다.
그래야 다음 세대로 우리 말들이 전해질 수 있다. 어떤 구전은 기록보다도 강력하다.
내 말 이해하겠어?
 
그린티:... 동감해요.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 요한 선배님도 마찬가지고요.
 
프림:... 이해합니다. (요한의 말을 듣고 마음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부디... 살아서 전해주세요. 그린티, 시폰. 너희도 어서 나와.
 
그린티:... (프림의 목소리에 고갤 끄덕이며 의지를 다잡는다.) 유리 선배님의 몫까지 전해주세요. 끝까지 살아서.
 
요한:... 그래. (손을 떼고 그린티의 어깨를 두드린다.)
 
치솟는 말들을 삼키던 그는
 
걸음을 옮기는 시폰을 붙잡고 급히 제 수첩을 쥐여 주었다.
 
요한:잠깐, 이거 가져가. 가면서 읽어보고. 난 내용 다 외우고 있으니까.
 
시폰은 조금 당황하지만,
 
이런 걸 가지고 실랑이할 시간이 없다.
 
우선 모두와 함께 이 장소를 빠져나가야 한다.
 
인파를 헤치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도중,
 
문득 리아가 제자리에 멈춰 선다.
 
리아:..안되겠어. 난 돌아갈게.
 
리아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본다.
 
리아:나..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 도망치기만 했어.
처음 훈련을 받았을 때도, 시폰이 힘들었을 때도, 노노이가 죽었을 때도 아무것도 못했어.
사람들이 계속 사라진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무서워서 외면해왔어.
내가 돌아가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리아:...
더 이상 남의 온정에 기대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
 
리아는 두려움에 곧 쓰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떨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두발을 딛고 이곳에 서있다.
 
결연한 리아의 감정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그린티:... 리아. (머뭇거리다 두 손을 잡는다.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약해졌다. 네가 어떤 기분으로 어렵게 이 말을 꺼냈을지, 조금이나마 알 것만 같아서.) ... ... 대신에, 꼭 무사히 돌아와 줘야 해.
넌 절대 겁쟁이가 아니야 리아.
 
리아:...응. 알겠어. (손을 잡아주자 떨림이 잦아든다. 두려움은 곧 강한 용기가 되어 자신을 지탱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거 받아줄래?
 
리아는 자신의 셔츠 깃에 달린 브로치를 떼어낸다.
 
목걸이는 풀 여유가 없는지 그대로 걸고 있다.
 
하늘색과 붉은색 보석이 달린 브로치는 두 개로 분리되어, 리아의 손바닥에 놓인다.
 
리아:부모님이 물려주신 거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때 시폰이 바로 입을 연다.
 
시폰:아니, 이건 안 받을게.
어차피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그렇지? (리아와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그린티:응, 리아. (리아에게 브로치를 받아선 다시 달아준다.) 이미 목걸이도 있는걸. 그러니까, 꼭 조심해서 다녀와.
 
프림:... 그래, 줄 거라면 돌아와서 주는 게 좋겠어. 요한 선배 말씀 기억하지? ... 조심히 다녀와.
 
리아:(손을 거둔다.) ..응, 알겠어요.
 
우리는 리아를 보내주었다.
 
급히 되돌아가는 리아의 뒷모습이 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우리는 아우성치는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겨우 인적 드문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제야 멈춰선 시폰은 급히 수첩을 훑어보고, 생각 끝에 입을 연다.
 
시폰:..요한 선배가 이걸 준 이유가 있어. 인자미나에 올라왔던 글 기억나?
스와콥문트 관련 이야기를 무슨 망명 정부가 수집하고 있다던 거.
 
그린티:(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응 기억해.
 
프림:... 뭘 하려고?
 
시폰:그렇지? 이상했어. 아프리카 땅에 나라라고는 공화국밖에 없는데 망명정부가 있을리가 없으니까.
..여기 그 연락책과 위치가 쓰여 있어. 칼라하리 사막을 넘어서, 보츠와나에.
 
그 순간
 
탕!
 
총성이 들렸다.
 
학생회관 방향이다.
 
저편이 몹시 시끄러워졌다.
 
사이렌 소리, 확성기 소리가 뒤엉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폰은 잠시 멍하더니 천천히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듯 이를 악물었다.
 
시폰:나… 여기 가 봐야 할 것 같아.
이 보츠와나 망명정부라는 곳에 가 봐야 해. ..그래야 우리 부모님의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거 같아.
 
그린티:... ? (시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잠시 살피다가) ... 혼자 가겠다는 건 아니지?
 
프림:그건... 너 혼자 다녀오겠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그린티와 동시에 되물었다.)
 
시폰:.. 혼자 갈 거야. 함께 움직이면 더 위험해지니까. 확실하지 않은 일에 모두가 매달릴 순 없어. 그렇다고 이 학교에 홀로 남겨놓을 수도 없고.. 그러니까 내가 갈 거야, 지금 바로. (두 사람을 마주 바라본다.)
 
그린티:... (곧바로 손을 뻗어 시폰의 손을 잡는다.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며) ... 아니. 지금은 위험해 오빠. 혼자 그곳에 간다니 너무 무모하잖아... 차라리 같이 가자. 발목 잡지 않을게, 그러니까...
 
프림:그렇다고 너 혼자 간다고? 확실하지 않은 일에 너 혼자 매달리는 건 말이 되고? 난... ... 동의 못 해. 이건... 달라. 그린티 너도...... 내가 혼자 가면 되잖아.
 
시폰:아니, 떠난다면 지금 가야 해. 학내에 소란이 벌어진 오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야. ..그린티, 프림.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잖아. 이번 기회가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리고 형. 형이 간다고 하면 어떡해? (형은 항상 우리 버팀이 돼줘야지. 뒷말은 내뱉지 못했다.) ..말리지 마. 갈 거니까.
 
시폰이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구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린티:... 예전부터, 결심하고 있었구나 오빠. (그 완강한 모습을 보며 천천히 그러쥔 손에 힘이 빠진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모습으로 표정이 일그러져.) ... 부탁할게 오빠, 하지만...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조금이라도 위험한 것 같으면, 바로 다시 돌아오는 거야. 약속해...
 
프림:난...... (그런 시폰과 그린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표정이 일그러지려는 찰나, 미간을 꾹 누르고) ... 네 뜻이 그렇다면. 알아서 해. ... 대신... 그린티 말대로, 무사히 돌아오겠다고만 약속해.
 
일순 시폰의 눈빛에 괴로운 듯한 기색이 비친다.
 
하지만 시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탁한다.
 
시폰:내가 학교에 없는게 알려지면, 각성자가 사관학교를 떠났다는 것 자체가 중죄이니 페어인 형이랑 그린티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거야.
그럼 오늘 사고에 휘말려 내가 죽었다고 증언해 줘.
..그래야만 해. 수업 시간에 배운 거 기억나?
상대가 죽어서 해제된 언약만이 기억 손상도 일으키지 않고, 에너지 색상을 원래대로 돌이키지도 않으니까. 그게 제일 자연스러울 거야.
 
그린티:... -오빠! (무슨 말이냐는 듯 한껏 수축된 동공에 시폰의 모습이 비친다. 담담하게 말을 잇는 모습이 퍽 잔혹하게 다가왔다. 네가 어떤 기분으로 이 이야기를 꺼냈을까... 홀로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가족으로서 힘이 되어줄 수 없었단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술을 꾹 깨물며 참아내고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쳐.) ... 다 같이 약속해. 프림 오빠도, 손가락 들고... 약속하는 거야. 제대로,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야 돼! 안 그러면 절대 안 보내 줄 거니까!
 
프림:야, 너, 그걸 말이라고...... (순간 숨기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지만... 시폰이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하는지는 나도 안다. 너도 괴롭겠지.) ...... 하아... 알았어. (그린티의 말에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약속해.
 
시폰:... 알았어. (더 말을 얹으면 자신의 망설임만 커지리라. 손가락을 걸었다.)
 
우리는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그저 그뿐이다.
 
이게 시폰을,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들에겐 이 맹세가
 
서로가 서로에게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확신을 주는 것만 같다.
 
시폰은 위치를 풀어 건냈다.
 
스마트워치는 각성자들을 에너지 파동으로 구분한다며,
 
학생회관에 던져 놓아달라 말한다.
 
그럼 자신이 떠나도 위치 추적이 안 될거라면서.
 
 
그리고 돌아선다.
 
시폰:프림, 그린티. 살아남아.
꼭 돌아올게.
우린 가족이니까, 내가 돌아올 곳은 너희밖에 없으니까.
 
결국 돌아본 시폰에 눈에는
 
오래도록 보지 못할 가족을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눈시울이 뜨겁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아서.
 
멀리 모래바람 소리, 발밑에 고인 푸른은가비꽃,
 
스무 살의 한 갈피에 고인 너.
 
그 약속밖에는 할 수 없다.
 
믿고 의지하던 가족을 놓고 떠나는 것이 생살을 자르는 것보다도 힘들다.
 
추억이란 두려운 것이다.
 
꺼내 보고 쓸어 만질 때마다 닳아 없어지니까.
 
이윽고 그것으로조차 견딜 수 없을 때가 오면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텅 빈 구멍이 남으니까.
 
아, 우리의 사랑은 이다지도 겁이 많아서.
 
하지만 이제 우리는,
 
멈추지도 망설이지도 말아야 할 순간이 닥쳤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어쩌면 선택할 수 있다.
 
이게 정말 선택일까?
 
상황에 내몰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우리 스무 살에, 죽기보다도 힘든 순간을 고르는 것이 선택이기는 한가?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뒤꿈치를 잘라 놓고 떠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한 발짝 나아가는 게 대체 의미가 있기는 할까?
 
그러나 그는 한 발짝을 떼었다.
 
다시 한 걸음.
 
돌아보지 않고 걷다가, 뛰었다.
 
그제야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끔찍한 격통 속에서,
 
심장을 쥐뜯는 것 같은 성장통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너머로, 자오선을 넘어서…….
 
어깨를 무언가 두드린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소나기로 길어져 키질되는 쌀처럼 땅바닥에 까불렸다.
 
어떤 빗줄기는 해풍의 구조를 이루는 방파제처럼 윤무의 일부에 이르러 춤을 추었다.
 
세상의 모든 경로와 진실이,
 
구현이,
 
설계가,
 
우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신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라면 이런 이별은 겪어도 되지 않으리라.
 
학생회관 쪽에서 울분에 찬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은 한 선으로 가로놓여 있어, 동일한 권리 나누어 받은 시민들이여
여기 화합과 희망의 상징, 위대한 화음이 있으니
이 땅의 더 나은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로 넘기자…….
 
 
 
 
4년 뒤, 각성자사관학교.
 
계절에 맞지 않게 일부러 피워낸 푸른은가비꽃이 지천을 뒤덮은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49기 졸업식이었다.
 
4년 전의 소요는 학교에 짐승이 할퀴고 간 듯한 총탄 자국 몇 개만 남겼을 뿐이었다.
 
죽은 사람은 몇 없었다.
 
그마저도 오발에 의한 사고라고 판단되어 몇 사람이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었을 뿐이었다.
 
이 위대한 공화국에 악의적인 사고란 것이 있기나 하겠는가?
 
그리고 리아는…
 
하지만 죽지 않았기에,
 
그는 살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다.
 
도열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태도로 바로서 연단을 응시했다.
 
학장의 지루한 축사가 끝나고, 귀빈들의 특별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4년 전 학생회관에서의 일 이후, 학생들은 두 파로 갈려 서로를 물고 뜯었다.
 
'순수한 운동'이란 말이 그 시절쯤에는 농담밖에는 되지 않았다.
 
분기마다 한 번씩은 누군가가 밀고당하여 학교 바깥으로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체제에 반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변절은 사람을 이토록 지난하게 만든다.
 
낯설지만
 
 시폰: ...여기, 사랑했던 동기들을 길러낸 자랑스러운 나라의 요람에 돌아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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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번역사
푸른은가비꽃
삶과 죽음은 한 선으로 가로놓여 있어, 동일한 권리 나누어 받은 시민들이여
자오선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