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190830
홍시, 청아름
『10월의 반딧불이』
-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당신은 시일 고등학교 3학년 5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청아름:.. .. (말없이 몸을 기울여 학습지를 줍고는 살펴본다)
학습지를 주워들자 당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여기서 잠깐!
이전 수업이 체육이었으므로
전부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10월은 가을이므로 긴 바지임이 틀림없죠.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당신이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당신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GM):* 교육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당신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GM):* 이성 체크
청아름:
(GM):이성 1 감소..
선생님:청아름!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신뿐입니다.
청아름:.. 음.. (학습지를 주워 책상에 올려놓고 잠시동안 사물함과 근처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응시한다. 이후 문학 선생님 눈치를 보며 사물함에 다가가려고 시도한다..)
선생님:거기, 뭐라도 있냐? 얼른 자습하라니까!
청아름:그건 아니고.. 사물함에서 꺼낼게 있어서.. (잰걸음으로 사물함에 다가가 손을 댄다)
당신이 사물함에 다가가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반짝이던 불빛이 금세 사라집니다.
선생님:거 꺼냈으면 어서 앉아라!
청아름:oO(뭐지..??) 네..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와 사물함을 힐끔거린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
놀리기라도 하듯 사물함에선 다시금 빛이 새어나옵니다..
어라, 사물함 문도 열려있네요.
분명 닫지 않았던가요?
선생님:청아름. 사물함 문 다시 닫고 와라.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당신은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다시금,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직 당신을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그런 당신에게 선생님은 다시 한번 재촉합니다.
선생님:사물함 문 닫고 와.
라고.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아!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청아름:.. ..아무리 그렇다쳐도.. (이건 말이 안되지 않나.. 라고 작게 중얼거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에 다시 손을 대본다)
당신은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청아름, 당신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당신은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설마,
문을 넘어버린 대가로 평생 앞을 보지 못하며
썩은 냄새를 맡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문득 얼굴을 만지면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만이 느껴집니다.
당신의 얼굴은 네모난, 긴…
쓰레기통입니다.
청아름:..?! (급히 제 얼굴에 씌워져 있는 쓰레기통을 양손으로 든다)
쓰레기통을 걷어내자..
그제서야 시야가 탁트입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당신이 누워있는 곳은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당신의 가방,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당신은,
머리가 띵.. 하고 울립니다.
(GM):* 이성 체크..
청아름:
(GM):* 이성 감소치 없습니다.
그런 당신을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붉은 여우:서, 서, 설마……. 인간이다!!!!!!!!!!!!!!!!
아하!
당신을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당신은 또다시.. 멍해집니다.
(GM):* 다시 한 번 이성체크
청아름:
(GM):* 이성 -1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GM):* 관찰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ㅡ ..
굳이 정의하자면 요괴, 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
요괴들은,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당신을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네코마타:정말 인간이잖아!
도깨비불: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여자 오니: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쥐 요괴: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네코마타: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쥐 요괴: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네코마타: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도깨비불: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저들이 날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말을 건네본다면 들어주기나 할까요.
(GM):* 대인 기능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청아름:자,잠깐.. 대체 무슨 소릴하는 거야? (제 앞에 있는 쥐 요괴를 가리킨다) 거기 쥐.. 맞나, 아무튼.. 난 아무것도 모르고 눈 떠보니 여기였어. ..이렇게 무구한 사람을 먹을거야? (일단 살고자 아무말을 하며 쥐요괴를 설득한다..)
당신은 간절한 눈빛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 눈빛은 팅, 튕겨져 나가고 마네요.
쥐 요괴:나, 나한테 말하는 거야?
일순 요괴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듯 하다,
다시금 자신들만의 대화에 빠져듭니다...
알아듣지 못한 걸까요?
...
그렇게 쓸쓸하게..몇 분 후,
(GM):@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당신을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늑대 요괴: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청아름:아니 잠, 나는 맛없을 거라니까..!! (늑대 요괴가 다가오자 다시 아무말하며 뒤로 물러난다)
당신은 뒤로 슬금 물러납니다.
그러나 그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당신이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그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당신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당신은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당신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홍:다들 철칙을 잊은 거야?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드리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그래, 홍 네 마음대로 해."
"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홍' 이라고 불린 요괴가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저무는 햇빛에 일렁이는 붉은 머리칼,
에메랄드라 배운 색의 빛나는 눈동자..
검은 귀를 쫑긋이더니, 당신과 시선을 맞춥니다.
홍: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서 당장 돌려 보내줄 수도 없고..
청아름:아니, 난.. 사물함만 열었는데.. ..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은 후 다시 널 올려다본다) ..그럼 문이 다시 열릴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거야?
홍:..사물함? (눈을 꿈벅이며 묻는 것이 모르겠단 눈치다.) 아마 그래야겠지. 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이야. 내일 시작이니, 오래 기다려야겠네. (앉아 있는 너에 손을 내밀었다.)
청아름:(네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 제 무릎을 털었다) 말도 안 돼.. 우리쪽에서 문을 열지는 못 해? (말하다 하다 순간 아차 하더니 이어 말을 잇는다) 아. 그, 구해준건..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홍:(제 손을 잡고 일어나 무릎을 터는 너를 눈으로 좇았다.) 인간은 열 수 없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네 말에 금방 고갤 돌렸다.) ..내 일인 걸.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당신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홍:여긴 영월호야. 이계의 학교라고 할 수 있겠네.. 다만 학년이 없고,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졸업할 수 있어.
청아름:그렇구나.. (고개를 몇 번씩 주억거리며 네 이야기를 듣는다)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은 어떤건데?
홍:이곳까지 와서 시험이 궁금한 거야? (픽 웃음을 흘렸다.) 다양한 분야가 있어. 기본 소양, 인성, 둔갑, 불피우기 까지도. 근데 굳이 인간인 네가 들을 필요가 있을까?.. (갸웃 고갤 기울였다.)
청아름:그건.. 그렇네. (그래도 그냥 궁금해서.. 라고 작게 웅얼거렸다) ..저게 신목이었구나, (제 뒤에 있던 신목에 시선이 머물렀다 다시 돌아온다)
홍:어떻게 하긴. 축제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머물러야겠지. 신목의 문은 함부로 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해가 졌으니 우리집으로 가자. 네게 쓰레기통을 주워서 내민다.)
청아름:아니.. 아니, 절대. 아니! (네가 내민 쓰레기통을 도로 밀며 고개를 휘젓는다) ..다른 방법은 없어? 뭐든 할게..! (정말 간절해보인다..)
홍:..장난이었는데. (네가 고개를 휘젓자 슬금 웃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 나중에 내가 손 써줄게. 지금은 한적하니까 널 보는 요괴는 없을 거야. 축제 때 하도록 하자.
청아름:(다행이다.. ..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알겠어..
그가 당신을 보곤 웃어보입니다.
그나저나,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홍이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홍:..집이 여기에 있어.
당신이 오해할까,
느리게 말을 덧붙이네요.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홍은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GM):* 민첩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당신은 한층 더 빠르게 그를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홍이 멈춰서 당신을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당신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홍:..운동신경 별로구나?
같은 말만 하지 않으면, 더 좋을텐데 말이죠.
그가 당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좋아하는 걸까요?
그가 대체 왜?
우연히라도 당신이 비 맞은 개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알고보니 그 개가 눈 앞의 홍이라던가..
당신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홍은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그는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홍:혹시, 여길 알고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홍은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청아름:... 몰라, 처음오는 것 같은데.. (기대하고 있는 네 모습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끝을 흐린다)
당신의 대답을 들은 홍의 표정이 묘합니다.
(GM):* 심리학 판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청아름:
애써 숨기는 것 같지만,
홍은 어딘가 섭섭해 보입니다.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홍은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청아름:(섭섭해보이는 널 빤히 보다 네 건너편에 따라 앉는다) 꽤 멀리 있네..
홍: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얼마 안 걸리거든. 그리 덧붙인다.)
당신이 그를 따라 조각배에 올라 타자,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홍:..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 하나 해줄까.
청아름:.. 이야기? (가만히 일렁이는 수면을 바라보다 널 올려다보곤) ..그래, 좋아.
홍:이계엔 반딧불이의 전설이 있어.
청아름:그렇구나.. 처음 알았어, (제 손 위에서 빛나고있는 반딧불이를 응시한다)
홍:나도 전해 들은 이야기야. 이곳에만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다시금 느릿이 노를 저으며, 네 손에 올라앉은 반딧불이를 같이 응시한다.) 그리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해준다고 해.
청아름:망자.. 연인도? (네게 다시 시선을 옮기나 네 표정은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반딧불이가 많은걸 이끌어 주는구나.. 그래서?
홍:(어렴풋이 웃은 것도 같았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 이렇게나 아름답기도 하고.. 다음 내용은 아쉽게도 없네. 전설은 여기까지야. 어때?
청아름:새삼.. 신기하네, 내가 사는 곳에는 웬만해선 반딧불이를 보기 힘들거든. 근데 여긴 많다 못해 전설까지 있고.. (밤하늘을 누비는 반딧불이들을 바라본다)
홍:(네 말을 듣곤 놀란 눈치였다.) ..그래? 그럼 네가 사는 곳엔 반딧불이 말고 다른 것이 있겠구나. 우린 이들 없이 살 수 없거든.. 아마도. (고갤 들었다. 밤하늘에 수놓인 반딧불이가 여느날처럼 반짝인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홍은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그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그런 당신을 보고서는,
저 앞에서 홍이 고갤 갸웃입니다.
청아름:(네 시선이 느껴져 퍼득 정신을 차리고는) 아, 지금 갈께.. (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이내 당신은 꽃밭을 건너 그에게 다가갑니다.
그가 이끈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자신은 호수에서 씻는다며 덧붙이네요.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홍:먹을 걸 준비해줄게. 심심하면 책을 읽어도 좋아.
청아름:응, 고마워.. (주위를 둘러보며 거실 벽면에 있는 책을 둘러보고 있다)
(GM):* 자료조사 판정.
청아름:
당신이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당신은 책을 고르며 걷다가,
나무판자를 잘못 밟고 넘어져 버립니다.
덕분에 책 몇 권이 우르르 쏟아졌…….
아야!
머리 위로 두툼한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이계탐험록>이라는 서적입니다.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청아름:음.. (책장을 넘기더니 <어떤 기록> 부분을 펼친다)
(GM):* 모국어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GM):* 관찰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문득,
저자의 서명이 익숙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청아름:... 이상하네, 익숙할리가 없는데.. (뒤이어 <신목의 규칙> 부분을 펼친다)
(GM):* 관찰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문득 당신을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청아름:.. .. (그때가 다시 생각나 미간을 찌푸리곤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부분을 펼친다)
당신은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모국어로 적힌 <어떤 기록> 뿐만 아니라,
모든 이야기를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당신이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홍이 쟁반을 탐사자 앞에 내려놓습니다.
흠흠
책을 다 읽을 무렵 홍이 쟁반을 당신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청아름:..!? 이거 지금.. 먹으라고 가져온 거지..? (적잖이 놀란 듯 당황스러운 표정이 어린다)
홍:(네 반응에 덩달아 놀란 듯, 두 귀가 슬금 쳐진다.)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싫어?
청아름:아니, 그건 아닌데.. .. 한 번도 안 먹어봐서.. 먹고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말끝을 흐리며 도마뱀를 쿡쿡 찔러본다)
홍:인계에선 안 먹는 거야? 우린 이게 주식인데. (그럴 일 없어. 도마뱀을 찔러보는 널 빤히 바라본다. 이거 엄청 맛있는데...)
청아름:진짜..? (앓는 소리를 내며 잠시동안 고민한다. 그래, 여기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 먹을 순 없으니까.. 그나마 먹을 만 해보이는 도마뱀을 들더니 작게 베어 문다)
홍:(작게 고갤 끄덕이다, 이내 도마뱀 구이를 들어 베어 무는 너에 뿌듯한 미소 짓고) 어때? 먹을만하지?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야.
청아름:.. ..(한동안 말없이 우물거리더니 갑자기 표정이 환해진다) 응, 생각보다.. 맛있네. (나머지 부분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한다) 너도 좀 먹는게 어때? (내가 먹기엔 많은데.. 라며 널 바라봐)
홍:(네 반응을 기다리다, 표정이 환해지면 이쪽도 만족한듯 시선을 돌린다.) 다행이네. 못 먹는 애들도 있었거든. 아, 나는.. (두어번 눈을 깜박이다 그럴까? 곧 널 따라 베어 물어)
청아름:(다른 건 먹을 엄두가 안 나는지 도마뱀 하나를 더 들고는 천천히 먹다가) .. 맞아, 나 운동신경 그렇게 안 나빠. (나 정도 되니까.. 널 따라갈 수 있었던 거라고. 맘에 담아두었던지 한마디를 더 보태곤 다시 묵묵히 먹기 시작해)
홍:(네가 손 대지 않는 것들을 저는 잘도 먹는다. 이내 네 말에 손을 멈추곤 널 바라보다 웃음을 터트려) 하하..! 너 그걸 맘에 담아두고 있었어? 맞아. 사실 봐왔던 인간 중에 네가 제일 잘 따라왔어. 그래도 새발의 피지만.. (부러 슬금 웃는다.)
청아름:.. .. (새발의 피라고.. 뚱한 표정을 짓다가 지워냈다) 나 말고도 다른 인간을 봤어? ..네가 하는 일이 뭔데? (전에 하는 일 때문이라고 했던 네가 떠올라 그대로 묻는다)
홍:(뚱한 표정에 쿡쿡 웃어보였다. 그 질문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어) ..인간은 많이 봐왔지만.. 내가 하는 일은 비밀이야. (묘한 표정이다. 턱을 괴곤 널 바라보아) 얼른 먹기나 해. 이제 자야지.
청아름: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다 먹었어. (마치 돌봐주는 것 같은 너의 태도에 불퉁하게 반응한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는 어디에서 자면 돼?
홍:그래, ..돌봐줄 나이는 지났지. (앞에 놓인 접시를 들곤 먼저 일어났다.) ..아, 맞다. 저 방에서 자면 돼. 이불이랑 베개도 그 안에 있어.
청아름:그래도.. (거실엔 덮을만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같이 자는... ...한 명 쓸 몫이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네. 알겠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후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다 고개를 움직여 널 향해 덧붙여) .. 잘 자. (아까 표정도 그렇고.. 저한테 숨기는 걸 알아야겠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홍:(말을 늘이는 너에 금방 뒤를 돌아본다. 고갤 갸웃이다 잘 자라는 말에. 어렴풋 웃어보였다. 금방 식탁을 치우느라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청아름:(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어렴풋이 눈을 뜨곤 네 쪽으로 고갤 돌린다) .. 응, 알겠어.
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당신이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
그리고 당신은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인연을 소중히 하렴, 아름아.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
딸랑,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홍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려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GM):* 관찰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홍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홍은 당신이 뭔가 물어볼 틈도 없이 서둘러 일어날 것을 재촉합니다.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라면서요.
홍:어서 씻고 나와. 축제가 곧 시작이야.
청아름:으, 알겠어... (잠긴 목소리로 꾸역꾸역 일어나 가볍게 씻고 털레털레 걸어 나왔다. 차마 다 풀리지 않은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준비 다했어,
홍:(네가 나올 동안 저는 저 아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답지 않게 들뜬 듯 보인다!) 그전에.. (네게 다가가 머리 위로 슬쩍 손을 올렸다. 잠시 둘의 주변으로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손을 떼어보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어제 약속했던 거. 맘에 들어?
그가 당신의 머리에 손을 대자,
묘한 느낌이 듭니다.
쫑긋, 쫑긋..
귀..인가요?
뿐만 아니라, 당신의 종아리에 부드럽고 긴 것이 닿아옵니다.
그래요, 홍과 같은 늑대 요괴의 모습이 되었군요!
청아름:... 와, (눈을 올려 제 귀를 보고선 움직여도 보다가 손을 대어 만져본다. 꼬리도 몇 번 살랑여보며 맘에 든다는 의미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엄청 진짜 같다.. 너랑 비슷해졌네. 진짜 들킬 일은 없겠어, (네 모습과 저의 몸을 번갈아 보다 드물게 들뜬 듯 웃음 지어)
홍:그렇지? 웬만한 요괴가 아니면 절대 인간인 줄 모를 거야. (고맙게 생각해. 웃으며 덧붙이더니, 널 죽 살펴보곤 저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이제 진짜 가자. 벌써 북적이겠어.
홍은 먼저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그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네요.
당신과 홍은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당신이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홍은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당신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홍:미아 방지책이야. 이렇게 해두면 잃어버릴 일은 없겠지.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었다.) 평범한 실은 아니니 걱정 마.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어쩐지 어린아이 취급을 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죠.
뭐, 몇백 살 이상 먹은 그의 입장에서
당신이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당신과 홍은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 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청아름:나 축제는 처음 와보는데.. (말하는 와중 노점상을 발견!) 어, 저기 가보자..! (앞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홍은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당신이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 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당신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청아름:이걸로?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한번 보곤 어릴 때부터 있던 건데 괜찮으려나.. 싶어 저의 옆에 있는 널 바라본다) ..괜찮을까? (네게 의견을 묻는 듯해)
홍:(네 물음에 고민 없이 고갤 젓는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그거 멋 부리려고 하고 다니던 건 아니잖아?
청아름:그, 그렇긴 하지.. (순간 혹했던 마음을 접고는 아쉬운 듯이 물건들을 바라봐)
문득 당신은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당신이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홍이 묻습니다.
홍:일어나자마자 온 건데.. 배고프지 않아? 노점상에서 뭐라도 사 먹자.
라고요.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둘에게 손짓합니다.
"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홍은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당신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계산을 마친 후,
홍이 당신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당신이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한 입 베어물자,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홍은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밀고,
이어서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줍니다.
홍:어제 것보단 낫지? 이것도 선생님이 좋아하시던 거야.
청아름:(내민 약과를 열심히 먹는다. 선생님 얘길 자주하네, ..여튼.) 응, 확실히.. (약과를 다 먹고는 시원하게 물까지 마셔준다)
홍:(다행히도 잘 먹어주는 너에 미소가 피었다.) 다음은 어디 갈래?
청아름:다음은.. 저기 사격장! (경쾌하게 말하며 사격장을 가리켜)
당신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당신과 홍을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걸로 잡으십쇼!!"
도전해볼까요?
청아름:나.. 이거 해볼래, (어릴때 장난감 활을 쏴본게 다이지만 패기있게 도전하기로 한다)
홍:* 정신력 , 근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죽어라 이누ㅇ...
앗! 이 이상은 안 돼!
홍과 무척 닮은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청아름:(기적의 활쏘기로 인형을 받아 매우 기뻐보인다) 이거 봐. 너랑 똑같이 생겼어, (인형을 네 얼굴 바로 옆에 두곤 입꼬리를 올려)
홍:(범상치 않은 실력에 놀랄 틈도 없이.. 네가 받아온 인형을 들여다 본다. 진짜 나랑 똑닮았네..) 너 나 없어도 잘 살아있을 것 같네. 오늘 저녁은 네가 사냥 해올래?
청아름:.. 그럴까? (물론 장난이다. 인형을 도로 제 품에 안고는) 넌 안해봐도 돼?
홍:고기로 부탁해. (실 웃고) 됐어. 굳이 날 닮은 인형은 필요 없을 것 같네.
청아름:(작게 소리내 웃고는) 음.. 점집? 점집맞나..? (너머에 있는 점집을 가리킨다)
그가 고갤 끄덕입니다.
둘은 점집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홍이 멈춰섭니다.
홍: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하지만…….
그리고 당신과 홍이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홍은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쿠라마 할멈은 늘 이래, 하고 덧붙이면서요.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GM):*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KPC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청아름:(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그럼.. 저 운세 좀 봐주시겠어요?
쿠라마:좋지! 네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곳을 알려주련?
청아름:이름은 청아름이고 8월 7일 생에..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두근두근..)
쿠라마 할멈은 당신의 말을 듣곤,
금색의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쿠라마:자, 다음은 무얼 봐줄까?
청아름:다음은.. 미래 예지를 보고싶어요. (흥미가 담긴 눈을 초롱초롱..)
쿠라마:그래그래, 어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청아름:(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은.. ..얘랑 궁합 좀 봐주세요. (재미니까.. 라며 네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쿠라마:후후……. 네가 가장 재미있는 것을 아는구나.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당신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가리킵니다.
쿠라마:이거면 충분해.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청아름:정말요..? (생각보다 소박한 요구에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건낸다)
쿠라마 할멈은 당신의 넥타이를 받아들곤 샐쭉 웃습니다.
쿠라마: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청아름:네.. 안녕히계세요, (반듯하게 인사를 하고 나와서 밖을 살펴보고) 다음은 저쪽으로 가자. (간이 낚시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둘은 간이 낚시터로 향합니다.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청아름:잡아볼까? 근데 이거 잡을 수 있는거지..? (도전하겠다는 듯 대야 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으음, 괜찮을 거예요. 그리 믿어봅시다.
당신이 대야 안을 쳐다보고 있자,
점원이 작은 그물을 내밉니다.
(GM):* 민첩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매의 눈으로 금붕어를 바라보다,
재빠르게 그물로 건져냅니다.
(GM):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네요..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네요..
금붕어는 뻐끔거리며 작은 이빨을 벌려봅니다.
(GM):다시 도전해볼까요?
청아름:귀엽다.. 근데 조금 작네.. (재도전!)
이런..
건져 올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물은 어느덧 비어있습니다.
잽싼 금붕어들이 당신의 그물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닙니다.
(GM):한 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재도전할까요?
청아름:(포기하지 않는다.. 재도전!!)
아쉽게도...
아까와 같은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두 번이나 잡힌 것에 항의라도 하듯
열심히 뻐끔거리네요.
문득 금붕어 뜨기에 지친 당신이 돌아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인간, 이라는 말에
홍이 급하게 미호의 주둥이를 틀어막습니다.,
미호:흐,흐흠!! 네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청아름:그야.. 나도 이거 하려고.. (물론 잘 안됐지만, 잡힌 금붕어를 애처롭게 바라보다 미호가 잡은 물고기들을 빤히..................쳐다본다)
미호:나참, 그렇게 보면 내가 줄 것 같아??!! (빠르게 숨김!) 그렇게 잘도 돌아다니다니.. 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청아름:(아쉽..) 응.. 난 열심히 도망 다닐 게.. (너의 태도에 체념한 듯 잔잔하게 대답한다)
미호:(잠잠..)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청아름:신당..? 영월호 내부에는 사람이 못 들어가? (제 옆에 있는 널 향해 얘기해)
홍:(네 물음에 그저 고갤 천천히 끄덕인다.) 네가 요괴가 된다면 될지도 모르겠네. 우리가 모시는 신은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 이니까.
미호:그러면 너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청아름:... ... ... 와, 정말 놀랍다. (전혀 감흥없는 표정으로 건조하게 대답해)
미호:(씰룩..) 허...~ 허얼, 진짜 모르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홍!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청아름:(가버렸네..) ..근데 저 말 진짜야? (뒤늦게 네게 물어)
홍:(쿡쿡 작게 웃어 보여) 저 녀석이 한 말이라 안 믿길지 모르지만.. 진짜야.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엔 분명 끝이 있거든. 인계는 아닌가 봐?
청아름: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신기하네.. 다음은 식당가쪽 가볼래? (식당가쪽으로 시선을 옮겨)
그러자. 홍이 말합니다.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당신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홍은 당신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당신이 빈 자리에 앉자,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선생님?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청아름:선생님? 아닌데요..? (고개를 양 옆으로 휘젓는다)
타타:(눈 깜박) 하하,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아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청아름:(이미 들켰구나.. 말을 꾸며내는 것에 재능이 없는지라 어떻게보면 다행이었다) 네, 저기 빨간 애가 보호..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어린애 같네.. 라고 생각하며 멀리 있는 널 가리켰다)
타타:빨간..애? 아~홍이요? 다행이네요. 영월호 동문이거든요! 듬직하죠?
청아름:졸업 시험을 걸러요..? (어쩐지 서열이 제일 높아보이더라니.. 아니 이게 아니라.) 왜요? (너와 타타를 번갈아 보며 얘기해)
타타:네, 모르셨나요? 홍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면서…… 지금은 신목을 관리하는 중일 거예요.
청아름:어지간히 좋아하나 보네, 몇 백 년을 기다릴 정도면.. (본인은 어림도 할 수 없는 시간인지라 너를 가만 보고는) .. 다른 건요? (저한테 말을 잘 안 해주거든요,라고 네게 속삭였다)
타타:으음, 그럴 지도 모르죠! 홍이 아주 잘 따랐거든요. (헤실) 그러던가요? 하긴..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정도로 입이 가벼운 녀석은 아니죠.
홍이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홍은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청아름:..왔어?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네가 들고온 쟁반을 가만히 바라봤다)
홍:..못 들은 척 하기는. 타타가 뭐라고 했어?
청아름:... 아니 별 말 안했는데, 진짜. (인위적인 표정..)
홍:(네 앞에 쟁반을 내려놓곤) 너 거짓말 진짜 못한다. 내 욕이라도 하던?
청아름:거짓말 아닌데.. 너 잠꼬대 이상하다더라, (무근본 아무말 시전!)
홍:..뭐래. 나 수업 들으면서 존 적 한 번도 없거든? (팔짱 끼고 노려봄)
청아름:... ... 아니, 뭐. 그냥..! 너가몇백년째졸업도안하고아주좋아하는누군가를기다린다고도하고그게뭐선생님이다.. 라는 것 만 들었을 뿐이야, (아주 작고 빠르게 읊었다)
홍:.......뭐? (아주 작고 빨랐지만 이쪽은 귀가 네개였다.) 타타 녀석 쓸데없는 소리를.. 거의 틀렸어. 내가 졸업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하지 않으면 신목 관리가 느슨해지는 것도 있고..(뜸)
청아름:느슨해져? 거기는 관리 안해도 되겠던데..? (눈을 가늘게 뜨고 널 바라본다)
홍:..그런 이유가 아니야. (이 이상은 몰라도 된다는 듯, 화제를 돌린다.) 어서 먹기나 해. 다 식겠다.. 그리고 벌써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청아름:.. .. (네 말마따나 어두워지는 주위를 보곤 국수를 먹기 시작한다) ..그래도 넌 내가 물어보면 대답 안해주잖아.. (국수를 먹으며 웅얼거린다)
홍:(젓가락을 든 너에, 그제서야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 ..그거야 네가 답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서 질문하니까. 화난 건 아니지?
청아름:.. 안났어. (굳게 닫힌 입술.. 말과 다른 언행..)
홍:.... .... (네 표정을 빤히 보다가)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하나 정돈 이야기 해줄게.
청아름:그럼 넌 나 사심으로 도와주는 거야? (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툭 하고 내뱉은 말엔 나름대로 뼈가 있었다) .. 아까 타타가.. 내가 선생님이 닮았다고 해서, 그래서. (저도 널 빤히 봤다)
홍:... (네 말을 들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뒤늦게 실소를 내고)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닮았거든. 게다가 그녀석이 했던 말 거의 틀렸다고 했잖아? (태연하게 널 마주본다. 동공이..흔들린다..)
청아름:흐음... (널 더 빤....히 본다)
홍:(시선을...피해버린다!) ..다 먹었지? 나 먼저 일어난다.
청아름:치.. 됐다, 됐어.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 널 뒤따른다)
둘은 가게를 나섭니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네요.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
인파에 밀려 점점 홍이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당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무리 홍을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GM):* 민첩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립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부모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당신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당신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당신의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홍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당신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의 표정을 확인하자 조금 걱정스러운 투로 이렇게 말합니다.
홍:..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 표정이 왜 그래?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홍, 이 사람만은 지금 당신을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당신이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그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GM):* 1d3 굴려주세요.
청아름:
=
(GM):* 이성 전부 회복.
곧 불꽃놀이가 시작한대.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보자.
그는 그리 말하며, 부드럽게 손을 잡아당깁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당신을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둘이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당신과 홍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당신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홍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당신을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홍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홍은 당신을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당신이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당신은,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청아름:잠깐,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공포감과 놀람이 어린 표정으로 널 바라봐)
홍:... 절대로 봐서는 안 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그리 말하며,
홍은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 살려줘……! "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홍은 멍하니 서 있던 당신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둘은 자리를 벗어납니다.
...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당신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GM):* 이성 체크 해주세요.
청아름:
(GM):* 1d3 굴려주세요.
청아름:
=
(GM):* 이성 3 감소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GM):* 행운 판정,
청아름:
당신은 손에 든 것들을 놓쳐버립니다.
홍을 닮은 인형, 가게들의 쿠폰,
홍이 사 주었던 갖가지의 것들..
당신과 홍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홍은 묵묵히 당신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홍은 당신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둘의 주위를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청아름:..이제, 어떡해? (인상을 흐리며 너에게 물었다)
홍:...너무 밖으로 나오지는 마.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거야.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선 안 돼.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홍: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청아름:뭐, 대체 어디로? 널 두고..? (등지고 선 너를 여전히 바라봐)
홍:그래, 네가 있던 인계로. 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학생들을 두고 갈 수도 없고..
청아름:야, 홍 너..! (아무리 그래도 이런식으로..! 자신을 속였다는 것보다는 네가 걱정되는 마음에 언성이 높아져) 너 혼자 어떡하겠다고..! 싫어, 안 갈거야. (인상을 굳힌 채 말해)
홍:(언성이 높아지는 너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입을 열어)
홍은 화난 듯 다시금 입을 꾹 다뭅니다.
의견이 충돌하고,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당신을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홍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당신은,
혼자 살겠다고 그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홍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홍은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당신과 홍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당신이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홍: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그는 당신이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당신뿐입니다.
당신은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청아름:... (이부자리로 걸어가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듯 대뜸 주저앉았다. 여기에 남기로 한 것이 정말 잘 한 일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럼 어떡하라고.. (네 생사도 확인 못하고 돌아가는 건 싫은데.. 언제 이렇게까지 정이 들었는지 생각할 새에 까무룩 잠이 든 것 같았다)
당신은 지끈거리는 머리로
온갖 생각들을 떠올리다, 잠에 듭니다.
...
그 날 밤, 홍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를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홍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홍: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된대. 보러 가자.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어제의 무시무시한 생명체도 사라진 걸까요?
얼른 복구된 축제에 가고 싶으니,
서둘러 준비해달라고 말하면서요.
준비를 끝내면, 그는 당신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문득,
홍이 어제와는 다른 길로 걷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청아름:..어디로 가는 거야? (.. 가던 길이 아니잖아. 어제 말을 듣지 않은 일말의 죄책감 때문인지 소심하게 덧붙였다)
홍:..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청아름:(고개를 몇 번 끄덕이곤) ..다들 괜찮은거야? (그간 마주쳤던 요괴들의 안부를 묻는 듯 해)
당신이 다시금 물으면, 슬 미소 지어 보인 채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할 뿐입니다.
당신과 홍은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홍은 조용히 입을 엽니다.
홍: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홍:..축제는 이제 끝이야.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홍: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그는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당신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홍은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홍: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아, 그렇습니다.
홍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당신의 몸이 붕 뜹니다.
...
왜?
어째서 홍은 당신을 밀어버렸나요?
홍:거짓말해서 미안해…….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당신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홍은 당신과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당신이 그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홍은,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홍 역시 어제의 그 요괴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그는 당신을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그입니다.
(GM):* 듣기 판정.
청아름:
……기뻤으니까.
홍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당신이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당신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당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당신을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당신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청아름 본인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홍이 기다리던 선생님은..
당신의 혈연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홍아,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입니다.
홍은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홍은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그가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그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당신은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홍이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당신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
...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당신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당신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당신은..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발로 걷어차거나 소리를 질러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홍을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GM):* 지능 판정.
청아름: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당신을 괴롭힙니다.
그는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죠.
당신이 어떻게든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이계로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
가을밤의 바람이 몸을 휘감습니다.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이전에 교실에서 하지 못했던 것..
사물함 문을 닫고 앉아,
평범하고 무료하고 아름다운. 나의 세상에 돌아올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당신은..
신목의 앞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기엔 아직, 이를 지도 모르겠군요.
청아름:(나의 일상, 나의 가족.. 친구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분명 따분하도록 평화로웠던 하루하루가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은 내가 없어도 서로가 있는데, .. 너는? 여전히 저는 너의 안녕을 고하지 못했다. 아마 너를 생각보다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그리 생각했다. 그게 어떤 마음으로든. 도심의 풍경에서 뒤돌아 신목을 바라본다. 처음엔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멀리 와버린 건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홍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당신을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당신은 그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당신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당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청아름:.. .. 그때 분명히 반딧불이를 따라가라고 했지.. (반딧불이를 보자 자연스레 이끌 리 듯 따라간다)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당신이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당신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당신은,
이계의 산에서는 늘 홍이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홍은 줄곧,
당신이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당신의 시야를 가립니다.
(GM):* 정신력 판정.
청아름: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홍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GM):ㅉ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이계로 넘어가는 데 사용한 사물함이죠.
경비실에서 수위 아저씨는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시일고의 학생인 당신이 펜스를 열어달라고 한다면 분명 열어주시겠지만,
이런저런 질답 시간을 가지다 보면 시간은 지체될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하는 당신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겠죠.
(GM):* 민첩 판정 3회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펜스를 통과하려다..
그만 큰 소리를 내고 맙니다.
아무래도 들킨 것 같네요.
(GM):* 3d6 굴려주세요
청아름:
=
(GM):
=
청아름:
=
(GM):
=
=
청아름:
=
당신은 간신히 펜스를 넘었습니다.
바로 뒤에 수위 아저씨가 따라왔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볼 시간 조차 없습니다.
3-5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당신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당신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GM):* 열쇠공, 근력 판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청아름:
마침 당신은 실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열쇠 구멍에 끼워 맞추고,
건드리다 보면..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당신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당신을 안내한 반딧불이는,
당신이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청아름:...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서 사물함 앞에 선다. 이 소용돌이가, 또다시 네 앞으로 데려다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손을 내밀어)
당신은 간절히 바라며,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홍:……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홍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그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자신을 속인 사실에 화를 낼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이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홍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홍은..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GM):* 이성 체크.
청아름:
(GM):* 이성 3 감소.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그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당신이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그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홍은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홍과 당신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그는 당신을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홍:..뭐야. 청아름이잖아.
청아름:왜.. 나 뒤끝 긴 거 알면서.. 그러게 날 혼자 두고 가지 말았어야지, 축제 때도. 아까도, (막상 네게 하려고 하던 말을 하려니 목이 메어오고 눈앞이 흐려지지만 애써 말을 이어나가) .. 이번에도.. 이번에도 안 돌아올 거잖아, 축제 때는 돌아왔으면서.. .. 너 진짜 나빠. 왜 자꾸 너 마음대로 먼저 가는데, (결국 눈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 내게 비친다)
홍:...너는 혼자 있어야 했어. 그리고 널 혼자 뒀기에.. (옅게 미소 지었다. 힘겹게 올라간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 .. 내 앞에 있잖아. 다시 만났잖아. (함께 있었으면, 위험했을 거야. 그리 말하고 싶은듯했다. 의식이 옅어 말을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가쁜 숨을 애써 괜찮은 듯, 규칙적으로 쉬어내면 제 앞에서 눈물을 떨구는 네가 그리도 애처로워 보였다.) 응, .. 나쁘지. 나는 나 밖에 몰라서.. 널 선생님처럼 대했어. 너무, 닮아서.. 근데 다르더라. 넌.. 너는 그만큼 또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됐어. (제 한쪽 팔을 겨우 들었다. 널 향한 손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하고)
청아름:(네 손짓에 이끌려 네게 가까이 다가가면, 비릿한 혈향이 짙어져 제 마음이 미워지는 것 같았다. 거짓말.. 축제에선 말 돌렸으면서.. 말은 이렇게 해도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이내 일그러져) .. 가지 마.. 몇 백 년 동안이나 기다렸잖아, 이렇게 가는 거 억울하지도 않아? .. 홍.. (네게 애원하듯 울먹인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사물함을 열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오지 말걸 그랬어..라고 덧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홍:(네가 이끌려 다가오면, 이전의 호수 위 조각배의 둘이 떠올랐다. 너는 그때의 반딧불이처럼 내 손 위로 날아온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반딧불이가 되어 주었다. 망자를 이끌고,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 뭐가 억울해? 몇백 년이나 기다려서 나는 결국.. 만났잖아. (너를 말하는듯했다. 손을 들어 네 뺨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감각을 잃어 차가워지던 체온이 활력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네 눈물이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네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 세상이 잠길지도 모르겠다.) .. 가야만 해. 너는 저 문을 통해서, 나는 이 숲속 사이로. (저 문이 닫히면, 다시는 열리지 않을 거야. 그리 덧붙이곤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 그랬으면 나는.. 선생님도, 너도 만나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혼자 사라졌겠지. (옅게 웃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저는 이 만남이 그리도 아깝고, 서글프며 몇 백 년을 기다려 얻은 무언가임을 느꼈다.)
청아름:...싫어.. 어차피 이번엔 넌 날 저 너머로 보내지도 못하잖아. 겨우 왔단 말이야, 얼마나 힘들었는데.. (제 손을 네 손위에 겹치고는 식어가는 네 희미한 체온을 느꼈다. 이번에는 놓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무색하리만큼 우리는 다시 멀어지고 있다) ... ... 안 잊을게. 너랑 여기서 했던 모든 일들.. 그 호수도, 반딧불이도. 축제도.. 너도. 너와 함께해서 좋았어, (겹쳐진 손을 그러쥔다. .. 그러니까 너도 나 잊으면 안 돼. 이 정도는 쉽잖아, 그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널 향해 웃어 보이는 게 다였다)
홍:알아,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겹쳐진 네 손이 그리도 따뜻했다. 나는 전부를 알았다. 그 감각은, 기분은, 끝은 어떤지.. 왜냐하면 그 순간에 나도 겨우 걸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우리 사이로 붉은 끈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끈은 이번에도 우리를 이어줄 것이다.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결속의 끈.) 잊지 않을게, 날 배웅해주는 널 어떻게 잊어. 이 날의 반딧불이를 어떻게.. (그제서야 제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너와 같은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난 이미 숨이 거의 마지막을 치달았을 때였다.)
서로의 눈물로 바닥을 적실 때..
(GM):* 지능 판정 해주세요.
청아름:
당신은 떠올랐습니다.
그는 분명 당신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홍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청아름:... 홍, ... (제 목에 있던 목걸이를 빼어 네 쇄골 부근에 가져다 댄다. 네 이름을 몇 번 더 불러내어)
홍:(네 부름에 겨우 감기려는 눈을 떴다. 이제 제 혀끝에 느껴지는 것이 비릿한 피의 아림이라는 것조차 잊어갈 때, 저는 꼭 할 말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더라. 떨리는 손은, 방울을 쥔 네 손으로 옮겨 갔다. 그 자리에서 멈추게 했다.) .. 주면 안 돼. 이건.. 네 자격이야. 신목의 문과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알아듣고. 나를 만난 것조차도.. 내게 돌려준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없어. 나중에라도.. 난 너를 찾으러 갈 수가 없는 걸.
청아름:나중에 언제.. 또 그런 식으로 몇백 년을.. .. (헤매게 될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간곡한 너의 부탁을 무시할 순 없었다) .. 난 오래 못 기다려주니까.. 빨리 와야 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방울을 쥔 손을 네게서 천천히 거두어갔다)
당신은,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당신의 세계로..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인가 보네요.
홍:..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
당신은 봤을까요,
홍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당신을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그가 당신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꼭 당신을 품에 안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을 거예요.
그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당신'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홍을 잇습니다.
...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당신은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당신이 그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당신이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안녕, 홍.
E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청아름 생환, 홍시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9/34/13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9/34/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보다시피 나도 여기 학생이고. (널 돌아보곤, 잠시 뜸을 들이다 제 옷을 가르켜) ..이건 우리 교복.


아, 덧붙이자면.. 시험이 끝나면 축제가 열려. 그 시기에 가끔 너처럼, 신목을 통해 인간이 넘어오기도 하지. 네가 기대 앉았던 나무가 신목이거든.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영월호 학생들과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그 녀석들한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너는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어떨까?





기준치: | 60/30/12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운명과 길조의 상징,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늘 반딧불이가 함께하지.
이들은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지금이 마침, 그 장면이라는 듯. 네 손을 잠시 잡아 허공에 올려주었다. 반딧불이 한 마리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아)


또,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어. 그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래. (어두운 주변 탓인지, 그가 짓는 표정은 네게 잘 보이지 않겠지.)





기준치: | 65/32/13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요괴가 일제히 사라질 때 한번..? 그럼 축제는.. ..아냐, 아니겠지. (터무니 없는 생각에 고개를 몇 번 휘저은 후 <요괴 5 철칙>을 읽는다)















한 명 쓸 몫이니, 손님에게 양보할게. 나는 거실에서 잘 테니 걱정하진 말고.


..아, 내일은 축제에 함께 가자. 내가 있으니 안전할 거야.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음은, 어디 갈래?


뭐,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지.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청아름,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기준치: | 60/30/12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흥, 아냐.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아……. 늦었지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인간이시죠?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보호해주는 분이 계시나 봐요?

그런데 저녀석, 몇백 년 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홍이 기다리는 분은 선생님이에요.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셨는걸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셨어요. KPC가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는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rolling 1d3
(
)
3
3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3
3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청아름, 너한테는 너무 위험하니까 돌아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줄 수 있어. 거짓말 해서 미안해.. 내가 신목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건 알려져서는 안 되거든.


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알겠어.




기준치: | 65/32/13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참아.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건강해야 해.
그럼 안녕.

기준치: | 55/27/11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어떻게든 되겠지. (저는 신목에 남는 것을 택했고, 아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짱.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3d6
(
+
+
)
3
5
6
14
rolling 3d6
(
+
+
)
5
3
6
14

rolling 3d6
(
+
+
)
1
5
6
12
rolling 3d6
(
+
+
)
6
2
4
12
rolling 3d6
(
+
+
)
5
4
5
14

rolling 3d6
(
+
+
)
6
6
4
16

기준치: | 51/25/10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7/33/13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하지만 네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지..
아름아,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부디 나를 기다려줘.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처럼.

... 다시 만나기엔 이계는 썩 좋진 않을 것 같지, (처참하게 무너진 이계를 둘러본다. 그렇다고 이계를 재건하는 건.. 나한텐 불가능이고) 그럼.. 잠시 동안 헤어져있자, 날.. 꼭 만나러 와. (느릿히 말을 잇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그렇게 인계로 넘어가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널 돌아보지 않았다)

'티알 백업 > 아름홍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크를 탄 줄리엣 (0) | 2022.06.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