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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얼어붙은 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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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이 지나면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220107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먼 왕국에 심장이 얼어붙은 용이 살았습니다.
 
용은 전지전능한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사의 날개처럼 부드러운 깃털 침구에도,
 
짝을 잃고 우는 나이팅게일에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왕국은 천년간 평안했으나,
 
용이 마음을 잃어버린 이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갈수록 강해지는 날카로운 바람에 숲과 샘은 식어가고,
 
추위를 타고 찾아오는 죽음이 사람들을 괴롭게 했습니다.
 
왕은 대신들에게 물었습니다.
 
“용의 겨울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자 부유한 공작이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많은 재물을 바쳐야 합니다.”
 
연이어 유명한 신관이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깊은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어서 똑똑한 학자가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높은 지식을 깨쳐야 합니다.”
 
하지만 용은 많은 재물도, 깊은 믿음도, 높은 지식도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아닌자가 말했습니다.
 
“용의 심장을 녹여주어야 합니다.”
 
그러자 왕은 왕자님에게 무슨 희생을 치뤄서라도 왕국을 구해내기를 명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당신은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놓인 회의실에 앉습니다.
 
맞은 편 테이블, 상석에는 왕이 앉아 있으며,
 
테이블 위에는 보고서가 놓여 있습니다.
 
아직 빈 의자가 세개있습니다.
 
곧 용의 탑으로 가기 전, 선생님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입니다.
 
최근 왕국의 상태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벨라진:(보고서를 집어들어 눈으로 훑었다.)
 
당신이 보고서를 훑어보면
 
최근 왕국의 상태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용은 원래 신성하고, 예언과 마법을 쓰며 천년간 왕국을 도와왔지만,
 
심장이 얼어붙은 뒤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앓고만 있다고 합니다.
 
설상가상 찾아온 겨울은, 성 바깥에 있는 겨울 민족인 야만인을 불러왔고,
 
덩달아 작물의 소출도 떨어져 백성들은 근 몇십년 간 힘든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불안한 시대를 겨울이라 명명하고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참 보고서를 살펴보던 당신의 얼굴을 살펴보던 왕은
 
왕:이런 일을 시키게 되어 미안하구나.
 
라며 먼저 말을 걸어 옵니다.
 
벨라진:아닙니다 폐하.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 ...더군다나 지금 누님께서도 안 계시니 말입니다. (익히 들어온 이야기가 적힌 보고서를 가지런이 모아 정리 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왕:..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구나. 선대부터 기온이 떨어질 기미가 있었지만, 이런 추위가 닥친건 이례적이다.
이 추위의 시대를 겨울이라 명명하고 맞선지 20년이 지났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왕국은 절멸할지도 모르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아닌 자는 너를 지목했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테지, 그렇지 않느냐?
 
벨라진:예... (고개를 끄덕였다. 왜 하필 저를.) 허나 폐하, 그 자의 말을 신임할 수 있습니까?
 
왕:좋은 질문이구나. 허나 그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용과 함께 우리 왕국을 돕기 위해 많은 일을 한 왕가의 비밀이다.
그가 지목한 이상 네가 용의 심장을 녹여 겨울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왕은 당신에게 그 외에는 궁금한 것이 없냐 물어옵니다.
 
벨라진:...노력, 해보겠습니다. (눈을 잠시 내리깔았다.) 심장을 녹이는 것이란 무엇입니까? (물리적으로... 는 아마 아닐 테고. 앉은 자세를 바로잡아 잡생각을 없앤다.)
 
왕:심장을 녹여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자는 그리 말했지. 하지만 그 심장을 녹이는 것이 무엇인지는 일러주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더니) 그것은 용은 죽이는 것일 수도, 용을 설득하여 겨울을 끝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
 
벨라진:그렇다면 용이 지금 일부러 추위를 방관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그렇다. 용은 우리 왕국의 건국부터 도왔다는 신성한 것이다, 마법과 미래에 닥칠 일을 알기에 때때로 왕국의 위험들을 왕국에 알려왔지.
그렇지만...
이 일은 왕국이 절멸할 상황에도 불구하고 십수년 째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용은 왕국이 멸망하는 것을 원하는지도 모르겠구나.
 
벨라진:그렇군요. (이야기를 읽듯 담담한 목소리다. 지난 천년간 어떤 기별도 없다가. 왜 이제와서야? 보고 들었던 왕국의 역사를 되짚어 그동안 용에게 폐를 끼쳤던 적이 있나 떠올려본다.)
 
글쎄요.. 아무리 떠올려도 왕국이 지난 천년간 용에게 폐를 끼친적은 없었습니다.
 
왕:자.. 그럼 이제 더 이상 물어볼 것은 없느냐?
 
벨라진:예. 나머지는... 용과 만나 직접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좋다. 참고로 아무것도 아닌 자가 있다는 것은 나와 용을 비롯한 최고 대신들만 아는 기밀사항이니 허투루 말하고 다니지 않도록 해라.
 
대화가 끝나면, 회의실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왕은 당신을 도와줄 스승들이 도착했다며,
 
이야기를 잘 새겨 듣도록 하라고 말을 한 뒤 문을 열라고 명령합니다.
 
문을 열면 세 명의 사람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한 명은 매력이 풍부한 공작과,
 
존경받는 신관,
 
까다로운 학자입니다.
 
왕과 함께 나라의 극비 사항을 모두 알고 있는 ‘대신’들이 차례대로 원탁에 앉으면, 이어서 대신들이 입을 엽니다.
 
먼저 공작이 일어나 말을 합니다.
 
공작:영원을 사는 사람에게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당신이 용의 환심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신관이 일어나 말합니다.
 
신관:바뀌지 않는 믿음으로 선을 추구하는 것 만이 용의 자비를 받을 수 있다 생각해요.
저는 당신이 용의 신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학자가 일어나 말합니다.
 
학자:어쩌면 우리는 용의 말을 이해한다고 생각 했을 뿐, 오해하고 있을지 몰라.
‘용에 대해 아는 것'이 상황을 타파할 열쇠일거야. 난 용의 정보를 얻길 바래.
 
마지막으로 왕이 일어나 말합니다.
 
왕:우리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힘을 빌리는 대신 국가를 유지해 그를 지키고 있으며, ‘이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나는 용의 을 얻길 바란다.
 
넷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에는 정적이 찾아옵니다.
 
왕은 넷을 대표해
 
왕:이자들은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들이며, 이전에 용을 만나본 적 있다.
우리의 경험을 참고로 삼으면 네가 용을 만났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선례를 통해 용과 가까이 할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고, 내일 아침부터 용의 탑에 다녀온 뒤 본 것을 토대로 배울 곳을 여러군데 찾아가 해답을 찾길 바란다.
 
라고 말합니다.
 
벨라진:명심하겠습니다. (네 사람을 향해 목례했다.)
 
한창 소개를 하고 있자니,
 
시간이 늦었다며 시종이 문을 두드립니다.
 
시종: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왕:..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왕자는 이만 거처로 돌아가도록 해라.
 
벨라진:그럼 차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원탁을 나선다.)
 
당신이 인사를 하며 일어나자 왕은 그런 당신을 바라보고,
 
공작과 신관은 따라 고개를 숙입니다.
 
학자는 가볍게 손을 흔드네요.
 
당신은 회의실을 뒤로하고 거처로 돌아갑니다.
 
시종:도착했습니다! 저는 밖에서 대기할테니 필요하신게 있으면 불러주세요.
 
아직 어린티를 벗어나지 못한 시종이 씩씩하게 말합니다.
 
자처해서 왕궁에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겨울이 찾아온 탓에 가문 또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자신이 거처하는 별궁에 발을 들이면, 어느덧 시간은 밤입니다.
 
캐노피가 달린 커다란 침대 반대 편에는 부드러운 커튼이 덮힌 창이 있습니다.
 
창문이 열렸는지 커튼이 가끔 펄럭입니다.
 
벽난로와 가까운 곳에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타오르는 벽난로가 가끔 딱, 딱 무언가 튀기는 소리를 내며 방을 데우는 편안한 장소입니다.
 
이 방은 언제든 조사할 수 있습니다.
 
벨라진:...날이 차군. (열려있는 창문을 닫으려 창가로 다가선다.)
 
당신이 창문을 닫으러 창문 근처로 다가가자
 
저 멀리에서 용의 탑을 볼 수 있습니다.
 
정원의 관목들은 전부 추운 날씨를 견디는 종류로 대체되어, 푸른색과 검정색, 갈색만이 일렁입니다.
 
선대 때부터 이 시대를 겨울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납니다.
 
벨라진:(무감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다 이내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용은... 어떤 자일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처럼 뿔과 날개가 달렸을까, 등... 실없는 생각을 하며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았다.)
 
벽난로의 열기가 가까이서 닿는 편안한 자리입니다.
 
그러고보니 내일부터는 이 곳에 앉아 기다리면, 밤에 개인적으로 스승을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벨라진:(다리를 뻗고 쇼파에 눕다시피 기대었다... 별다른건 없나? 테이블과 벽난로에 잠시 눈길을 준다.)
 
당신은 테이블을 살펴봅니다.
 
 
어라?
 
테이블 아래에서 불에 타다 만 종이조각을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벨라진:(몸을 일으켜 종이조각을 줍는다. 청소상태가 별로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종 아이를 떠올리곤 관둔다.......)
 
그래요, 시종은 아직 어리니 그럴 수 있죠..
 
종이조각에는
 
이라는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당신은 이런 글을 쓴 기억이 없습니다.
 
애초에 봄이나 계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모르는 단어입니다.
 
이어 당신은 벽난로에 눈길을 줍니다.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던 듯 부지깽이가 벽난로 안에 놓여있으며,
 
그 외에도 난로안에서 금속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변에는 탄 종이조각이 흩어져 있습니다.
 
불길 때문에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잘 파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벨라진:후...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후 부지깽이를 집어든다. 꺼낼 수 있나?)
 
(GM):행운 판정~!
 
벨라진: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늦은 시간이라 미안하지만... 시종 아이를... 부른다.)
 
시종이 문을 빼꼼 열고 들어옵니다.
 
시종:네, 왕자님! 부르셨나요?
 
벨라진:(부드럽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것 좀 꺼내주련?
 
시종:아, 불길이 거세서 꺼내시기가 힘드셨겠네요.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쓰다듬은 받은 시종은 기분좋은 듯 웃습니다.
 
시종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며 거센 불길을 잠재우고,
 
결국 당신은 안에 있는 것을 꺼냅니다.
 
이것은 손바닥안에 쏙 들어갈법한 원형의 금속 세공품입니다.
 
얼핏 회중시계와 비슷해 보이지만, 바늘과 시계판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고,
 
빈 구석 한 군데엔 꽃 모양 금속이 꽂혀 있습니다.
 
이 식물은 주변에서 본 적 없는 모양새지만 어쩐지 그립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벨라진:늦은 밤에 불러 미안하구나. 나는 괜찮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서 쉬겠니? (뭐라도 주고싶다... 주머니를 뒤적여보았다.)
 
(GM):행 운 판 정
 
벨라진:
기준치: 50/25/10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네요…
 
벨라진:
재력
기준치: 90/45/18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탕이라도 쥐여주고 싶었건만 애석하게도 주머니는... 텅 비어있었다... 대신 동전 몇개를 꺼내 주었다.) 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사먹으렴.
 
당신이 동전 몇 개를 건네자 시종은 어쩔 줄 몰라하더니,
 
곧 소중하게 받아듭니다.
 
시종:감사합니다.. 왕자님! 침구를 깨끗하게 정리해두었으니 왕자님도 편하게 쉬세요..!
 
라며 씩씩하게 대답한 시종은 조용히 방을 나갑니다.
 
벨라진:(시종이 나간 후 침대에 걸터앉아 금속 세공품을 살펴본다. 상당히 정교한데, 오흘로비제 장인의 실력인가?)
 
금속 세공품은 당신의 말마따나 굉장히 정교하고 세밀합니다.
 
이런걸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걸까,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로요.
 
그렇다면 이 것을 만든자는 누구이며, 왜 당신의 방에 있는 걸까요.
 
여러모로 의문만 남습니다.
 
벨라진:전혀 모르겠군. (세공품을 적당히 갈무리하곤 그대로 드러누웠다.)
 
당신은 하인들과 시종의 손길이 닿은 푹신한 침대 위에 눕습니다.
 
어떤 위험도 없을 듯한 안온함을 느낍니다.
 
그러고보니,
 
어릴 적 하인들이 일찍 자지 않으면 성 바깥에 사는 야만인들이 찾아와 잡아갈거라고 겁을 주곤 했죠.
 
그들은 큰 덩치에 거대한 팔을 가지고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빠져나온 아이들을 해친다고 했습니다.
 
잠이 든다면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벨라진:(야만인 이야기... 어릴 적 생각이 나 작게 웃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당신이 잠을 청하면
 
만나야 될 용에 대한 생각이 떨쳐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복잡한 마음도 모른 채, 어느덧 용의 탑을 방문하는 날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똑 똑,
 
이른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부터 용의 탑으로 가야 했었지요.
 
벨라진:들어오십시오.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일어나 반듯하게 앉았다.)
 
당신이 호명하자, 하인들과 시종이 들어와 추가적으로 외출을 위한 준비를 돕습니다.
 
준비가 끝나갈 무렵, 시종이 당신앞에 서서 무언가를 내밉니다.
 
시종:그.. 도움이 될까 하여 지도를 준비해 봤는데요..
 
라며 당신에게 지도를 내밉니다.
 
벨라진:고맙구나. (웃으며 짧게 인사하곤 지도를 보았다.)
 
준비를 끝마친 당신은 마차를 타고 왕궁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용의 탑으로 이동합니다.
 
용의 탑은 왕성 제일 안 쪽에 있는 외진 곳입니다.
 
탑은 빽빽한 가시나무로 조성된 숲길로 들어갈 수 있으며,
 
숲 전체는 두껍고 높은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숲 길 입구에서 왕이 사병 몇몇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고 있네요.
 
왕은 당신에게 찻잔과 티포트 및 간단한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건네줍니다.
 
왕:용의 몸이 좋지 않으니 오후 쯤엔 돌아와 쉬게 해주어라,
그리고 또한 용이 너를 현혹하러 할 지 모르니,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 안된다.
알겠느냐?
 
벨라진:명심하겠습니다 폐하.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왕은 자신이 가진 열쇠로 문을 열어 줍니다.
 
당신이 들어가자 왕은 문을 잠근 뒤, 경비병 하나를 문 앞에 세우고 돌아갑니다.
 
좁고 험하고,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가시나무 오솔길을 걷다보면,
 
거의 하늘에 닿을 듯한 탑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바로 찾기 어렵고,
 
하나 밖에 없는 창은 탑의 맨 꼭대기에 있어 마치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벨라진:(이곳에 갇혀 천년을 보낸 용도 입장이 딱하군.)
 
옆에 자라난 가시나무들은 원래는 덩굴로 자랐을 법 하지만,
 
오래자란 덩굴들이 목질화 되어 단단히 굳어있는 가시나무 더미입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네요.
 
탑으로 들어가 볼까요?
 
벨라진:(들어간다,)
 
당신은 마른 가시나무 덩굴 사이에 탑 안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탑 안을 살펴보면 나선계단이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문틀 위에는 풍파에 닳아 희미해진 음각의 문장이 새겨져있습니다.
 
벨라진:... 아득하군. (계단을 보고 작게 한숨쉬었다. 머리카락을 고쳐묶었다.)
뭐라고 적혀 있는거지? (문장 위에 손을 대어 읽기를 시도해본다.)
 
읽어본다면
 
이라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벨라진:(글귀를 확인 후 계단을 오른다.)
 
당신은 계단을 밟으며 꼭대기로 향합니다.
 
도착한 꼭대기에는 작은 나무문이 있습니다.
 
나무문은 가끔 덜컹, 덜컹 작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벨라진:...... (숨을 고르곤, 노크했다.)
 
당신이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벨라진:(조금 긴장한 것 같기도 하다. 손을 한번 쥐었다 펴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용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당신은 긴장한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원형의 방 구석에는 큰 벽난로와 침대가 놓여 있고, 중심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있습니다.
 
원형 테이블에는 잡다한 물건이 가득합니다.
 
걷힌 커튼 너머로 햇빛이 들어 오지만,
 
눈이 닿는 모든 곳에 책이 사람 키만한 높이로 쌓여 있어 방 안은 마치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시선을 조금 옮기면 당신은 책 무더기 사이에 걸터 앉아있는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순간 조금 열린 창 사이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흩날리는 종이들 사이로 보이는 것은,
 
눈부시게 새하얀 머리칼에 당신과 똑닮은 색깔의 자줏빛 눈을 가진…
 
한 남자입니다.
 
얼핏 봐선 당신의 또래같아 보이네요.
 
이렇게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가진 이가 용이라니.
 
용이라고 불리는 이는 눈에 띄게 굳은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벨라진:(이 자가 용...? 조금 놀랐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예우를 갖춰 인사했다. 교과서의 표본으로 나와도 될 법한 동작으로.) 2왕자 벨라진이 용을 뵙습니다.
 
당신은 용에게 인사하며 눈을 맞춥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용은 창백한 피부에..
 
..어라?
 
가슴 부근 옷 위에 성에가 끼어있습니다.
 
용은 당신이 말을 걸자 언제 굳었냐는 듯 금새 기색를 숨기고선 맞은 편 책 무더기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합니다.
 
그리고 말을 걸어옵니다.
 
에테네르:너, 벨라진이지?
 
마치.. 전부터 당신을 알았던 것처럼요.
 
벨라진:(책 무더기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예...... 저를 아십니까?
 
에테네르:뭐.. 난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내 이름은 에테네르, 이미 알겠지만 탑 꼭대기에서 세상을 읽는 용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너, 겨울에 대해 물으러 왔지?
하지만 나는 말 하지 않을거니까 이런 행동은 헛수고야.
 
오자마자 문전박대하는 꼴이군요..
 
벨라진:...어째서이죠? (그를 응시했다. 이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에테네르:(너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린다) ..첫째, 널 신뢰할 수 없어. 둘째, 너 마음에 안들어. 셋째, 말하기 싫어. 이상이야.
 
벨라진:(시무룩...) ...당연히. 저를 신뢰할 수 없으시겠죠. 저희는... 오늘 만났으니까. 허나 당신이 미래를 읽는다 해도 내일도 말해주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겠습니까?
 
에테네르:(...) 날 설득할 생각이라면 그만둬. 말 안할거라니까. (질리다는 듯 고개를 비껴 올리고는 이어 입을 연다) 차라리 다른 걸 물어보지 그래?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곰곰...)
 
곰곰..
 
아!
 
당신은 에테네르와 초면이니 그에 대한걸 물어도 좋겠네요.
 
가령 어떤걸 할 수 있는지와..
 
심장이 얼었다고 하니 그에 대한걸 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금속 공예품의 소재를 물어도 좋겠군요.
 
용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벨라진:몸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챙겨온 티세트를 꺼내어 능숙하게 따듯한 차를 두 잔 우려낸다. 다쿠아즈와 산딸기 잼이 든 샌드위치도 함께 꺼내어 놓았다.)
 
용은 당신이 가져온 음식에 관심을 보입니다.
 
어느새 당신 곁으로 다가와 다쿠아즈 하나를 입에 넣고는 말합니다.
 
에테네르:뭐, 내가 아프다고?
헛소리. 나는 문제 없어. (우물우물)
 
당신의 질문이 왠지 짜증난다는 눈을 하고 있네요..
 
벨라진:...(옷 위에 서린 성에를 보곤 눈살을 잠시 찌푸렸다가, 이내 입을 다문다.) 용께서는 어떤 일을 하십니까? (피크닉 바구니에서 스콘을 꺼내 야무지게 잼과 크림을 발라 내놓는다.)
 
에테네르: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마법을 좀 할 줄 알지. 그거 외엔 없어.
(네 손놀림을 가만히 보더니) ..것보다 너 왕자맞아? (네가 잼과 크림을 발라 놓은 스콘을 잽싸게 들고는 먹는다..)
 
벨라진:입맞에 맞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빈 바구니를 보다가 다음엔 왕실 파티시에에게 더 많이 챙겨달라 해야지, 다짐했다.) 그럼 그것들을 제외하고... 평소에 탑 안에서 뭘 하십니까?
 
에테네르:뭘하긴. 뻔하지 않아? (주위에 빽빽한 책들 쪽으로 눈짓한다) 예언을 쓰고, 그 외 여러가지.. 참고로 책들은 함부로 펼쳐보지마. 보다가 눈이 멀어도 책임 안지니까.
 
눈이 머는 마도서라도 섞여있는 것일까요..
 
벨라진:(걸터앉은 책 무더기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럼 나는 지금... 마도서를 깔고 앉은 걸지도 모르겠군...)(...)
그럼 이건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간밤에 품에 넣어두었던 세공품을 꺼내어 내밀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에테네르: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만난 이래 가장 적극적인 표정을 짓는다)
 
벨라진:제 방에 누가 던져두었더군요. 아시는 물건입니까?
 
에테네르:이건..
봄의 조각은 꽂혀 있지만 나머지는 없네.
 
계절이라거나, 봄이라니.. 그건 뭘까요?
 
벨라진:(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모로 기울이곤 에테네르를 응시했다.) 시계... 그럼 조각을 다 모으면 작동하는 건가요?
 
에테네르:맞아, 이 공예품은 4개의 조각을 다 모아야 사용할 수 있어.
그 중 한 조각이 나한테 있지.
뭐..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줄게. (흘금..)
 
벨라진:용께서 한낯 범상한 인간인 저에게 부탁이라니. (눈깜빡...) 의외롭군요. 무엇입니까?
 
용은 씨익 웃습니다.
 
왠지 불길한데요..
 
에테네르:밖에 나가게 해줘.
 
벨라진:바깥에서... 무얼 하려고 그러십니까? (경계)
 
에테네르:(어쭈) ..난 굉장히 오랫동안 탑에만 있었어. 왕과 대신들은 날 내보내주지 않지. 도망가려는 의도는 없어.
다만 왕국을 돌아보고 싶을 뿐이야.
 
벨라진:...알겠습니다. 대신 동행하게 해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용을 탑 밖으로 보낼지 몇가지 방안을... 그려본다.)
 
에테네르:진짜지? (눈 반짝) 너는 날 만나러 계속 올거니까 내일 왕에게 말해 탑 열쇠를 받아줘. (네가 생각할 겨를도 없어 술술분다..) 오후가 되기 전에는 돌아 올거야.
꼭 내일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안 돼! 알겠지?
 
에테네르는 빼액거리며 말을 끝맺습니다.
 
벨라진: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럼... (꺼내두었던 티세트를 다시 차곡차곡 피크닉 바구니에 정리한다.) 정양하십시오. 저는 귀가하겠습니다. (예의바른 인사와 함께.)
 
에테네르:.. 야, 잠깐. (나가려는 너를 넌지시 부른다)
 
벨라진:예? (문 앞에서 뒤돌아보았다.)
 
에테네르:.. 내가 겨울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야. 준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진실은 재앙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겠지. 사람들은 눈보라 뒤에 있는 것을 몰라.
그러니까,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거야. 비록 그 때문에 수십, 수백이 죽는다 해도.
...
됐어, 이제 돌아가.
 
라고 얘기한 용은 책 무더기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나가기전 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조사하나요?
 
벨라진:(용의 마지막 말을 듣곤 눈을 내리깔았다. 속눈썹 아래에 그늘진 눈 색이 짙었다. 쉬시는 데 방해할 수는 없지. 방을 나섭니다...)
 
어느덧 짧은 오전의 해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들어왔던 길을 따라 나오면, 왕에게 신임받는 신하가 열쇠를 든 채 마차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벨라진:(열쇠...)
 
열쇠가 있네요…
 
벨라진:(빤...) 그대의 충의가 굳건하고 상찬받아 마땅하니 오흘로비제의 2왕자인 나 역시 지극히 화평을 느끼니 그지없네. (입발린 말을 술술 내뱉는다.)
그대는 어마마께 신임받아온 신하이니 나에 대해 역시 잘 알겠지. 그러니 번거롭지 않게 탑의 열쇠를 내가 보관하는 건 어떠한가. (은근슬쩍 권위를 내세우는 어휘는... 역시 썩 내키지 않는 것이나 지금은 가릴 게 없다...)
 
(GM):(ㅋㅋㅋㅋㅋㅋ) 대답과 함께 대의기능 보너스 다이스 판정이 가능합니다
 
벨라진:큼... 부탁하네.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722237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재력
기준치: 90/45/18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정도의 성의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네만.
 
당신은 신임받는 신하의 꼰대 속성이 쏙 들어갈 정도의 돈을 내밉니다.
 
벨라진:(부끄럽다......) 그러도록 하지.
 
당신이 마차에 타자 말을 모는 마부가 입을 엽니다.
 
벨라진:주택가를 둘러보도록 하지.
 
당신은 주택가로 향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입니다.
 
신전의 주변부터 광장 근처까지 많은 가구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신전 앞에 있는 공터가 주된 모임의 장소로,
 
이 곳에는 예배를 드리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켠에 설치된 천막으로 향하는 길게 늘어진 줄이 있고, 골목골목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벨라진:(마차 차창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신은 예배를 드리러 가는 사람과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 천막을 발견합니다.
 
벨라진:(마부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내려서 걸어도 괜찮겠나?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겠네.
 
라고 마부가 대답합니다.
 
벨라진:(마차에서 내려 천막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가깝다.)
 
길게 줄이 늘어선 천막은 급식소인 듯 합니다.
 
날이 추워지고 나서부터 거리의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신전에서 이런 급식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줄의 끝에는,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는 사제들과 신관이 있습니다.
 
신관은 당신은 보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신관:안녕하세요, 왕자님.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네요.
 
벨라진:(가볍게 목례했다.) 음식을 나누어 주고 계신 겁니까. ...제가 도울 일은 없을런지요.
 
신관:(은은하게 웃는다) 괜찮습니다, 왕자님은 이곳뿐만 아니라 모든 곳을 고루 살피셔야 하니까요. 잠시 저와 얘기를 나누시는건 어떠신가요?
 
벨라진:(새삼 본인의 무력함을 깨닫고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작은 자조.) 시간을 뺏게 되어 송구하군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신관:(잠시 사제 사이를 빠져나와 옆으로 다가온다) 보시면 알겠지만, 추위가 심해지면서 호숫가 근처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걸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겨울로 생계를 잃게 된 몇몇 가장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경비병에게 뇌물을 주어, 성도 바깥으로 나가 짐승을 잡아오거나 먹을 것을 구해오는 일도 있지만..
.. 그들이 끝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벨라진:(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인상을... 찌푸렸다.) 추위에 스러지는 것은 우리 왕국 사람들이 되겠죠.
 
신관:(고개를 살짝 숙인다) 맞습니다. 반할이 추위에 스러지며, 반할은 야만인에게 잡혀 살아돌아오는 일이 없습니다.
신전에선 그로 인해 다친 사람을 간호하고, 빈민을 먹이고 있지만 보다시피 역부족입니다.
심정 같아서는 연구 목적이든 무엇이든 성문을 막는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겨울이 시작되고 거진 20년이 다되어가는데,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지 않나요.
 
신관의 말들이, 유일한 희망은 당신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듯합니다.
 
벨라진:성문을 나서는 이들이 그렇게 많단 말입니까... (금시초문... 이다. 고개를 들어 먼곳을 바라보았다. 작은 한숨.) 제가 용의 심장을 녹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신관:(작게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리라 믿습니다. 왕자님, 이럴 때 일 수록 왕자님의 믿음이 중요하단 것을 아시겠지요. 모르는 것은 알아가면 되고,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얻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모쪼록 힘내라는 신관의 말이 따스합니다.
 
벨라진:(무지는 앎보다 경계가 깊고... 무력함을 느끼는 때는 언제든 기껍지 않다.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흐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 주어 고맙습니다.
 
신관:감사합니다, 왕자님. ..제가 왕자님을 너무 오랜 시간동안 붙잡아 둔 것 같군요. 천천히 살펴보시고, 몸 조심하시길.
 
말이 끝난 신관은 다른 빈민을 돌보러 돌아갑니다.
 
다른 곳을 살펴볼까요?
 
벨라진:(살펴볼 곳이 있나? 무작정 걷는다.)
 
당신이 무작정 걷자, 보이는 것은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이들입니다.
 
벨라진:(멈추어 서서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는듯 합니다.
 
다가가 살펴보면 아이들은 술래잡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지만,
 
이건 반대로 아이들 모두가 술래를 쫓아다니며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술래를 잡은 뒤에는 금을 그은 곳에 가두어
 
라고 외친 뒤, 다른 아이들 중에서 다시 이단을 정해 잡기를 반복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냐 묻는다면 한 아이가 대답합니다.
 
아이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연달아 말하네요.
 
아이들은 그저 천진난만하기만 합니다.
 
이단이라고 불린 아이조차도 웃으며 재미로 여기고 있습니다.
 
벨라진:(신전이 이단을 가두어 둔단 말인가.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이내 아이들을 불러모아, 눈높이가 맞게끔 앉아 새로운 놀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술래가 남은 사람들을 모두 얼음으로 만들면 승리하는거야. 이해했어?
 
당신은 아이들에게 이끌려갑니다.
 
이윽고 이단을 벌하라는 외침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가를 채웁니다.
 
한바탕 신나게 논 아이들은 당신을 놓아줍니다.
 
그리고 조잘조잘 얘기하네요.
 
벨라진:(웃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모두가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벨라진:(너덜...)(둘러볼 곳은 다 둘러보았나?)
 
당신이 가만히 서있으면,
 
예배 드리러 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상대방 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며 단정한 인사를 하네요.
 
손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것 같은 원형의 종교적 상징물을 들고 있습니다.
 
신도:안녕하세요, 저는 성 밖에서 다친 사람들을 간호하고 있답니다.
혹시 경비병과 청탁한 뒤 성 밖으로 나가 큰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벨라진:...먹을 것을 얻으려 성 밖을 나섰다 야만인들에게 습격당한 이야기라면. 들어보았지. (방금 전 신관과의 대화를 되새긴다.)
 
신도:어머, 이미 들으셨군요! 그럼 이 얘기는 들으셨나요?
아니 글쎄, 도서관에 있는 학생들이 연구를 위해서 성 바깥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샘플을 가져오라면서 돈을 주나봐요.
하지만 보세요, 결국은 큰 상처만 입고 돌아오게 됐죠.
 
벨라진:흐음?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썹을 까딱했다.)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바깥에 관심을 두는 건가.
 
신도:바깥에 있는 야만인과 미지의 현상들을 연구하고 싶은거죠! 그런 무서운 것을 말이에요..!
그렇게 증명이 불분명하고 힘든 연구를 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쳐야 할까요? 하물며 괴물의 공격이 심해지고 추위가 찾아오는게 그 연구 때문인줄은 어떻게 아나요? 하다못해 고양이도 쥐가 많이 드나드는 곳에 모이는데.. 성 안에 있는 것이 안전을 위한 일인지 몰라요.
 
숨도 쉬지않고 얘기를 내뱉으며 당신의 혼을 빼놓는 신도는 마지막으로 치명타를 날립니다.
 
신도:앗! 혹시 도를.. 믿으시나요?
 
벨라진:......(더 대답하면 붙잡힐까 싶어 빠르게 지나쳐간다.)
 
신도:아, 앗!! ... 은혜로운 하루 되세요...
 
신도의 말의 힘이 없네요..
 
신도를 빠르게 지나쳐 가면, 어느새 마차 앞입니다.
 
모두 둘러본 것 같으니 슬슬 장소를 옮기는게 좋겠죠.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면,
 
마부가 다가와 당신을 목적지로 데려다 줍니다.
 
저녁엔 각 대신이 지내는 처소 문이 열립니다.
 
당신은 대신이 지내는 처소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왕궁으로 가지.
 
굉장히 낡았지만 웅장한 건물입니다.
 
예전에는 귀족들이 왕궁 내에 살았다고 하지만,
 
이제는 직계 왕가와 대신들만 출입 합니다. 당신의 별궁과 용의 탑 역시 이 왕궁 안에 있습니다.
 
왕의 집무실은 왕성의 중심부에 있습니다.
 
벨라진:(옷매무새를 다듬곤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둥근 원형의 방에 도착하면,
 
전면 창을 등지고 책상에 앉은 왕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책상 위는 무언가 서류로 어지럽습니다.
 
왕의 책상 앞으로 커다란 소파와 작은 탁자가 보입니다.
 
탁자 위에는 보고서들로 보이는 것이 가득 합니다.
 
또한, 벽 면에는 왕국의 지도가 가득 붙어 있습니다.
 
왕은 소파를 가리키고선,
 
왕:배우러 온게 있는가, 아니면 네가 앉게 될 방을 둘러보러 온건가?
 
라고 운을 뗍니다.
 
벨라진:그런... 당치도 않습니다. (소파에 앉으려다 살짝 굳은 기세로 대답하였다.) 제가, 후위에 생각이 없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누님도 계시는데 어찌,
 
왕:시국이 이리도 위태로운데 그런 것을 묻는구나.그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너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간에, 난 너에게 기회를 준 것이지.
그리고 겨울의 시대가 시작되었던 때에, 아무것도 아닌 자는 이미 너를 후계자로 선택했었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벨라진:...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저는 또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군요. 어째서 어렸을 적부터 제 누나에게 그리 미움을 받았는지, 결코 가까워질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태껏 거부해왔던 그것이 이미 주어졌던 길일진데.)
허나 오늘 찾아온 이유는 스승으로서 청하기 위함입니다. 어머니.
 
왕:그래. 하나 깊은 얘기는 밤에도 나눌 수 있으니 오늘 네가 둘러보고 온 것, 그리고 느낀 것에 대해 한번 말해보는게 좋겠구나.
 
벨라진: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었습니다. 용은 인간에 대한 신의를 찾고있으며 왕국민들은, (면목이 없는 듯 시선을 아래로 했다.) 생계를 위해 왕국 밖으로 향했다 목숨을 잃거나 다치기 일수입니다. 그리고. 신을 섬긴다 칭하는 자들은 이단을 골라 가둔다고... 하더군요.
 
왕:그래.. 네가 왕궁에 머물러 있을 때에 왕국민들의 삶은 이러했다. 이제 좀 알게 되었겠지. 나는 왕자 네가 용의 심장을 녹이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길 바란다.
그래, 용은 직접 만나보니 어땠지? 감상을 듣고 싶구나.
 
벨라진:(곰곰......) 단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상상보다 더 인간같고, 인간같지 않았으며... (배태되었던 추위의 저주가 고작 그 하나 때문일까. 탑을 떠나기 전 그의 마지막 말을 떠올린다. 의문이 싹을 틔웠다.) 아프지 않다 대답하였으나 제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왕:단 걸 좋아하다니, 의외구나. .. 그래, 네 눈에도 그리 보이던가. 좋아, 첫 날임에도 노력해주었구나. 앞으로 더 정진하도록 해라.
나는 이만 가볼터이니, 이곳에서 더 정보를 얻어보아도 좋다.
 
벨라진:예. (일어서서 짧게 목례하였다.)
(왕이 떠나가자 방을 둘러보았다.)
 
당신은 왕의 책상, 탁자, 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벨라진:(물끄러미 벽을 응시했다.)
 
당신은 집무실에 붙은 낡고 오래 된 지도를 살펴봅니다.
 
옆에는 짤막하게 설명이 쓰여있습니다.
 
이것은 왕국 건립 시, 바깥 세상에 있는 외적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작성한 지도입니다.
 
대대로 왕가는 바깥 세상에 있는 야만인,
 
즉 괴물들에게서 왕국을 지키기 위한 수호자였습니다.
 
수호자는 용과 왕국을 지키고,
 
용은 예언과 마법으로 이를 보조합니다.
 
그것이 왕가의 힘이자, 용과의 계약입니다.
 
설명을 읽자,
 
용의 심장을 녹이는건 어찌보면 계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벨라진:천 년의 계약이라, 지독하군. (들릴 듯 말듯 읊조리곤 발걸음을 돌려 왕의 책상을 둘러본다. 내키진 않았지만...)
 
책상 위에는 여러 서류들이 가득 합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벨라진:(일부러 보라고 두셨겠지만... 역시 거북하다. 빠르게 읽곤 내려둔다.)
 
당신이 눈을 돌려 근처에 있는 탁자를 바라보면
 
탁자 위에는 최근 내역으로 보이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벨라진:(읽어본다.)
 
당신이 이것을 살펴보면
 
그 아랫부분에 왕의 필체로 메모가 적혀있습니다.
 
벨라진:...모든 일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보고서를 가지런히 정리해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무엇이, 사람을 왕으로 만드는가. 한숨을 쉬었다.)
 
모든 조사를 끝마친 당신은 걸음을 옮겨 당신의 처소로 향합니다.
 
밤이 되어, 당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옵니다.
 
어제처럼 자신의 처소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스승을 불러도 좋을 것 같네요.
 
벨라진:(곰곰...) 학자를 만나보도록 하지.
 
당신이 소파에 앉으면 시종이 다가와 묻습니다.
 
시종:아, 학자를 불러드리면 될까요?
그래, 학자를 불러주렴.
 
조금 뒤 학자가 방 안을 들어와 가볍게 손을 흔듭니다.
 
뒤에는 학생들이 연구자료를 가득 들고 따라오다..
 
문틀에 걸려 그만 엎어집니다.
 
학자가 학생을 발로 툭 차서 얼른 내보내고선,
 
소파에 길게 드러누우며
 
학자:용건만 짧게 말해~
 
라는 말로 운을 뗍니다.
 
벨라진:...사람들을 굳이 왕성 바깥으로 내모는 이유가 뭡니까.
 
학자:...
뭐!?
난 그런 일을 하도록 시키지 않거든? 밖에서 뭐라도 봤나본데.. 대체 뭘 본거야? 아님 무슨 말이라도 들었나?
 
벨라진:(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학생들이... 돈을 주고 일반 백성들에게 샘플 채취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말이지. (차를 한모금 들이키곤 비딱하게 소파에 기대앉는다.)
 
학자:(네 태도에 헛웃음을 내뱉더니) 그래, 편하고 좋네~
그런데 말이야, 내 학생 중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직접 나가 연구 자료를 모으는 사람도 존재해.
학생 개개인의 행동을 감독할 수는 없고, 내 일은 연구일 뿐이지 경비나 학생의 비도덕을 바로잡는 것은 더더욱 아니야.
 
학자는 궁시렁거리며 기분 나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립니다.
 
벨라진:(뭐 이런 사람이 다 있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학자님께 묻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자:그래, 이건 이정도만 얘기하자고. 아, 그럼 이런 얘기는 어때? 내 연구에 관한 거라든가, 용에 대해서라든가.. 용은 언제쯤 죽나~ 뭐 이런거.
 
벨라진:(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는 용이 곧 죽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군?
 
학자:음? 당연하지. 너 용 만나고 온 거 아니었어? 걔 상태를 봐라~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던걸.
 
벨라진:...(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소파에 반쯤 묻혀 고민하다가) 수명이,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 용이 죽으면 왕국은 어찌 되는지도, 알고 있는가?
 
학자:(이러다 나처럼 눕겠구만) 글쎄~ 어찌됐든, 겨울은 용의 죽음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든 끝날거야. 내 지식을 걸고 확신해. (어째 진실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짓궂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 그거 알려줄까?
우리 대신들은 용을 한번씩 만나봤거든, 그때 용이 나보고 뭐라 했을 것 같아?
 
벨라진:음... 당신이 겉과 다르게 경망스럽고 학자인 게 의외라는 말?(다리를 반대쪽으로 꼬곤 농담을 던졌다.)
 
학자:하하! 왕자님 재밌네~ 내가 겉은 좀 고지식하긴 하지. 아쉽지만 틀렸어.
나보고 “지식은 깊어지면 마법과 같다.”라는 말을 하던 걸.
역시 용도 내 지식에 대해 깊은 감명은 받은 모양이지~
 
벨라진:하아... 그래. 나중에 어머니께 얘기해 자네에겐 왕실마법사 작위라도 내려주도록 하지. 그래서 그 연구는 어디까지 진전되었는가?
 
학자:그래? 분명 말했다? 기억하고 있을게~ (학자는 상큼하게 윙크를 합니다..)
내 연구? 음~ 일단 무슨 연구를 하는지부터 알려줘야겠네.
나는 왕국 근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지층별로 달라진 변화를 알아내. 겨울을 연구해보는거지.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 분명히 이득이 될거야. 막상 부정하게 얻은 샘플이라 해도, 연구를 진전시키는게 빠르다면 희생이 따르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어.
하, 뭐 이런걸 이해까지 시켜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샘플 없이 더 빨리 연구를 진전 시킬수는 없어. 무작정 결과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데이터가 모이지 않으면 내가 주장하는건 전부 가설일 뿐이잖아?
 
이어 학자는 흥분한 채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댑니다..
 
다른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좋겠군요.
 
신전에 있는 부상자에 관한 것은 어떤가요?
 
벨라진:좋아 거기까지. (가만 듣고있다 끝이 없겠다 싶어 학자의 말을 뚝 잘랐다.) 그럼 자네는 신전의 부상자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
 
학자:(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아~ 또 그 얘기야? 부상자를 돌보는 것은 신전의 의무잖아? 외람되지만 내 학생들도 거기 가서 봉사를 하고 있어.
다만 자기가 제발로 나간건데 연구자가 책임을 지라니.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있어? 안 그래?
잠깐, 왕자님. 혹시 성직자들이 겨울에 대해 얘기하는거 들었어?
 
벨라진:(연구 윤리는 정말 내다버렸군... 고개를 저으며 이마를 짚으려던 참이었다.) 뭐... 대충이라면. 문제가 있나?
 
학자:아니 성직자들은 용이 겨울을 만들었다며 멸망의 전조니 뭐니 어쩌니 한단 말이야, 물론 난 개소리라고 생각해. 용이 침울해 지면서 날씨가 추워진 것도, 용의 상태가 기온과 연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용이 겨울을 만들 수 있다는건 심각한 억측이야.
성직자들이 뭐라 하든 그대로 믿지는마, 나 실망한다?
 
벨라진:그러니까, 추위가 거세지는 것은 용의 영향력이 닿아 그런 것이나 겨울의 탄생은 관련이 없다, 이건가? 그렇다면 누가 이 저주를 왕국의 땅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지?
 
학자:글쎄다~ 그건 내가 연구를 무사히 끝내면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러니까 협조좀 해줘~ 말 끝을 늘리며 하품을 하더니 이내 문 쪽을 가리킨다) 그럼 저거 좀 주워줄래?
 
학자가 가리킨 것은 아까 학생이 바닥에 떨어뜨린 연구자료입니다.
 
벨라진:불경하긴. (학생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겠군. 얌전히 걸어가서 자료를 주워든다.)
 
주워보면 그것은 속기 필기체로 정신 없이 쓰인 문서들과 복잡한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GM):교육 판정
 
벨라진: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뭐라고 쓴 거야
통 읽을 수 없군
 
… 악필이군요.
 
그것도 정말,
 
심각하게!!!!!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문서를 당신이 영혼을 빼앗길 듯이 보고있으면..
 
학자가 당신에게서 문서를 빼갑니다.
 
학자:이것도 모르나? 왕자님도 영 아니구만~
 
라고 덧붙이며 내용을 읽어 주네요.
 
벨라진:...그러니까, 역사를 되짚고 '순환'이라는 걸 그만 두었을 때 겨울이 끝난다? (학자를 흘끔 보며 질문의 답을 구한다.)
 
학자:글쎄, 그 부분은 너무 추상적이라 추론할게 못 돼. 봐야할 건 이 부분이지. (라며 문서의 앞부분과 중간부분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벨라진:(눈을 가늘게 떴다.) 자네는 심각한 악필이군. (뚫린 입!)
 
학자:무릇 왕자라면 이런 것도 해독할 줄 알아야지~ (자신이 악필인걸 알긴 아는 모양..) .. 용은 아무래도 겨울이 오면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지금 제정신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사람으로 치면 아주 깊은 우울증이 있는거지.
하지만 어째서 자신의 죽음만큼 걱정하는게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아?
 
벨라진:그 부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불명확하고 말이지. (다시금 턱을 괴곤 시선을 내렸다. 생각에 잠겼을 때 드러나는 습관이다.)
 
학자: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학자와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킵니다.
 
학자: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난 간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벨라진:그래. (자료를 주섬주섬 주워 들려주곤 어서 나가라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학자:역시 왕자님이군. 몸 조심해서 다녀~ 내 연구의 큰 조력자가 되실 분이 아프면 곤란하잖아?
다른 선생도 만나보든지. 보나마나 내가 제일 낫겠지만!
 
재수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학자는 방을 나갑니다.
 
벨라진:(코웃음을 치며 문을 닫았다... 몇시간 같이 있었다고 피로가 몰려오는군......)
 
학자가 나가자 당신은 침대로 자리를 옮깁니다.
 
당신은 어쩌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에테네르가 자신에게 마을을 둘러보게 해달라고 부탁했었죠.
 
당신이 침대의 누워 에테네르의 부탁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옵니다.
 
똑 똑,
 
역시 시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면 아침입니다.
 
오늘도 준비를 마치고 나와보면 거처 앞에 마차가 당도해 있습니다.
 
용의 탑으로 가는 길은,
 
어쩐지 어제보다는 날씨가 조금 더 부드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용의 심장이 얼어붙은 이후로 이 겨울도 찾아왔다고 했었지요.
 
오늘은 용이 조금 기운이 나기라도 한 걸까요?
 
탑 입구에서 왕이 용의 생필품을 들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벨라진:폐하. (목례한다.)
 
왕:왔는가. 어제 신하에게 얘기는 들었다.
이제는 너를 믿기에, 아침에 오지 않겠다.
다만 용에게 해가 생길까 우려되니, 나가려고 해도 내보내주면 안된다.
열쇠는 용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왕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가 혓바닥을 놀리더라도 넘어가지 말라.
 
벨라진:명심하겠습니다. (조금 양심에 찔린다...)
 
왕:그럼 올라가보도록 해라.
 
라는 말을 남기고 왕은 자리를 뜹니다.
 
벨라진:(어제 챙겨두었던 열쇠로 탑의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른다.)
 
당신이 열쇠를 들고 탑으로 가면 채
 
탑을 다 오르기도 전에 에테네르가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
 
벨라진:(손에 열쇠를 쥐고 흔들어보였다.) 에테네르 님.
 
에테네르:오, 열쇠 가져왔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당신을 쳐다봅니다.
 
어째 옷도 다 차려입은 것이.. 외출을 꽤나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에테네르는 묵직한 후드를 뒤집어 쓰고선,
 
당신에게도 비슷한 후드를 씌워줍니다.
 
에테네르:다들 네가 이 곳에 있는 줄 알테니 들키면 안 되잖아?
 
라고 말하며 먼저 탑을 뛰어 내려가 오솔길의 입구로 갑니다.
 
당신이 쫓아 가보면 이미 경비병과 마부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고,
 
마차에 달려있던 말이..
 
에테네르의 뺨을 핥아주고 있습니다.
 
에테네르:몰래가는 거니까. 저녁 때 쯤에는 일어날 거야.
 
벨라진:(두 눈을 깜빡이기만...) 신기하네요.
 
에테네르:반응이 생각보단 미지근하네.. 됐고, 가기나 하자.
어디로 갈꺼야?
 
둘이서 말을 타고 오전, 오후 시간동안 함께 마을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가볼까요?
광장으로 가볼까요.
 
왕궁 앞, 두개의 조각상이 있는 넓은 광장입니다.
 
작은 연극 같은 것을 공연하는 아티스트들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북적이는 곳입니다.
 
광장 여기저기에는 불을 쬘 수 있도록 작은 난로 같은 것이 있고,
 
그 주변에 경비병이나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광장 근처에 도달하면,
 
용은 신난 듯 여기저기 쏘다닙니다.
 
주변을 둘러 보는 모습이 아주 익숙한 곳인 듯 보입니다.
 
그리고는 광장 북쪽에 있는 용 동상을 보다 고개를 돌리고,
 
남 쪽에 있는 후드를 쓴 동상 앞에 서 있습니다.
 
에테네르: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곳은 변하지 않아.
 
왠지 추억에 젖은 모습입니다..
 
에테네르:너 이게 뭔지 알아? (앞에 있는 동상을 가리킨다)
 
벨라진:(오래 전 와보신 적 있는 장소로군, 하며 그를 따라 바삐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동상 앞에 멈춰서선 올려다보았다.) 아니오... 모릅니다. 용께서는 아십니까?
 
에테네르:이건 아무것도 아닌 자야. ..그에 대해선 묻지마. 나도 잘 모르니까.
다만 한가지 아는 건..
그는 다른 시간에 있는 사람이야.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다고하고. 모습을 잘 보이지 않고, 언제나 쪽지나, 목소리, 선물로 뜻을 전달하지.
무슨 유령 같네.
 
이어 에테네르는 작게 중얼거립니다.
 
(GM):듣기 판정~~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난 한 번 얼굴을 본 적 있긴 하지만... (중얼...)
 
에테네르:난 한 번 얼굴을 본 적 있긴 하지만... (중얼...)
 
벨라진:(용께서 보고도 들어도 모를 수 있는 게 존재하는군.) 시간을 넘나든다니. 꼭 이야기 책 속에서 나올 법한 이군요... 이 자의 의중이 무엇이랍니까?
 
에테네르:몰라, 그 자는 뭐든지 시원하게 말해주는 법이 없으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동상은 충분히 봤으니 이만 가자.
 
라며 걸음을 옮기는 에테네르를 주위로,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옵니다.
 
길거리 악사로 보이는 사람이 바이올린을 켜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에테네르:너도 봤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광장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많았어.
 
늘 왕궁 안에서 창문으로 내려다 봤다는 말을 덧붙이는 에테네르의 표정은..
 
어째 추고 싶은 눈치입니다.
 
 
에테네르:(흘끔..!)
 
벨라진:춤을 추실 줄은 아십니까? (말은 이리 하며 손을 내밀었다. 매우 정석적으로춤을 청하는 사람의 것으로.)
 
에테네르:출 줄 아는 모양이네.(손을 천천히 들어 맞잡았다) ... ...몰라. 까먹었어.
 
벨라진:...그럼 이참에 배워놓으지요. 볼룸댄스면 되겠습니까? (용이 이후에도 춤을 출 일이 있을까... 생각하다 불경한 것 같다 싶어 그만두었다. 팔로워를 자처해 한 손을 끌어 등에 얹게 하곤, 발의 각도까지 잡아준 뒤에) 속으로 4박자를 세는 겁니다.
 
에테네르:(이렇게 본격적으로 알려주나..) 어째 너답다고 해야할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데.
 
벨라진:(제 손끝을 에테네르의 어깨에 걸쳤다. 신장 차가 없어서 그런가, 홀드가 제법 그럴듯하군. 짧은 감상과 함께 스텝에 대해 설명을 마쳤다.) 적재적소에 힘을 넣는 게... 중요합니다.
 
에테네르:(듣다가 절반은 한 귀로 흘렸다..) 그래, 그래 알았어. 그럼 설명 끝난거지? 그럼 가자!
 
하나, 둘,
 
서로가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가면,
 
왠지 기분이 고양됩니다.
 
에테네르는 서툴게나마 당신의 리드를 따라가네요.
 
까먹었다더니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나 보군요.
 
그나저나 정말 차가운 손입니다.
 
심장이 얼어붙었다고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벨라진:...손이 차가우시네요. (아슬아슬 따라오는 에테네르를 보더니) 상대의 발을 밟는 건 실례지만 저는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에테네르:왜, 그래서 춤 못 추겠어? (아니지? 라며 능청스럽게 넘겨버렸다. 이어지는 네 말에 뚱한 표정을 짓더니) 잘 나셨어, 아주 그냥 콱 밟아버린다. (라는 말을 하지만 안 밟으려고 나름 노력하는 중이다)
 
과연 에테네르가 춤이 끝날 때까지 당신의 발을 밟지 않을 수 있을지..
 
노래는 중반부를 향해갑니다.
 
사람들이 웃으며 춤을 추고, 새가 하늘을 향해 날아갑니다.
 
날씨마저 다소 따뜻하니..
 
마치 겨울이 오기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겨울의 시대이긴 했지만요.
 
자, 다음 스텝입니다!
 
(GM):모두 민첩 판정~
 
벨라진: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에테네르: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아이쿠!
 
옆 페어한테 그만 부딪히고 마네요.
 
에테네르가 당신의 발을 밟았습니다.
 
에테네르는 헛기침을 합니다.
 
에테네르:뭐, 네가 괜찮다고 했으니 상관없지?
 
벨라진:뭐......네. (작게 너털웃음 지었다.)
 
에테네르:(너털웃음 짓는 널따라 피식 웃고는) 그래, 춤 실력은 인정해줄게.(인정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많이 춰봤나 봐?
 
벨라진:12살 때 데뷔탕트를 했으니까요. (말마따나 제 움직임은 왕실 최고의 지도사가 빚어낸 것이었으니, 무서울 정도로 맞춰진 각도며 군더더기가 될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에테네르:(역시 잘나셨군. 하지만 네가 말한대로 였기에 덧붙이진 않았다) 그렇군요. 영광입니다, 왕자님. (장난끼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웃어)
 
서로의 스텝이 교차하고, 턴을 돕니다.
 
어느새 노래는 끝을 향해갑니다.
 
모두가 리듬에 맞춰 몸을 돌립니다.
 
자 마지막 턴이에요!
 
(GM):모두 민첩 보너스+1 판정!
 
벨라진: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56351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실패
-2: 실패
 
에테네르: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319899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크으
 
완벽한 마무리!
 
재밌었네요! 나쁘지 않은 춤이었습니다.
 
둘이 춤을 끝내면, 신기한게 보입니다.
 
몇 몇 페어가, 춤이 끝난 후 자신이 가진 악세서리나 물건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에테네르:..춤을 춰 보고 마음에 든 사람은 상대에게 저런 선물을 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하던데.
 
말을 뱉은 에테네르는 무심하게 제 망토에 달린 브로치를 때더니, 당신에게 건냅니다.
 
에테네르:같이 춰준 보답, 너가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고.
 
당신이 건네받은 브로치는 이음새가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중앙에 빛나는 자줏빛 보석과 주위를 둘러싼 은장식들이..
 
꽤나 본인 취향입니다.
 
어딘가 익숙한 것도 같기도 하고요.
 
벨라진:아하하. (당신의 말을 듣곤 짧게 웃다가.) 저도 간만에 즐거웠으니...(주머니를 뒤적이다 여전히 텅 비어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는 수 없이 착용하고 있던 귀걸이 한쪽을 떼 건네며) 브로치의 보답입니다.
 
에테네르:(본인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런거 줘도 뭐 안 떨어진다. (라며 막상 귀걸이는 받아들었다) 그럼 조금 걷지.
 
당신과 에테네르가 춤을 마치고 조금 걸으면
 
아까 보았던 조각상들이 보입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오래 된 동상입니다.
 
광장 북쪽에 있는 것은 다리가 없는 거대한 용처럼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물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책 모양 조각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광장 남쪽에 있는 것은 후드를 쓰고 있는 사람의 동상입니다.
 
특이하게도 남쪽에 있는 조각상의 얼굴은 비어있습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후드를 쓴 사람의 동상에는
 
흐름에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
 
이라고 새겨져 있고, 발치에는 부서진 시계잔해의 조각품이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연극이 보입니다.
 
에테네르는 이미 가서 보고있군요.
 
어서 따라가 볼까요?
 
벨라진:(언제 가신거지... 따라간다)
 
작은 무대에 설치된 연극입니다.
 
지금은 신들의 운명과 황혼이라는 극이 상영중입니다.
 
당신이 연극을 보면, 이 연극은
 
수많은 시대들이 피고 지는 과정을 은유해 전해져 내려온 옛날이야기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벨라진:(역사는 반복된다, 라...)
 
에테네르:(생각하는 너를 가만보더니) 이게 뭔 내용인지 알겠어?
 
벨라진:역사의 정초. 반복되는 것... 신이 써내려가는 세상은 현재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선택은 필연적이지요. '끝'의 개념이 부재하는 세상은 역시 작위적입니다.
 
에테네르:고지식하게 얘기하네.. 그렇긴하지. 이건 전해져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니까. 하지만 이 연극은 이야기로 위험을 암시하는 거야, 사람들이 너무 거대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일어선 배우가 비유하는 건 아주 거대해서, 시간도 공간도 꿈처럼 여기는 무언가이지.
 
연극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치적 의견을 나누고 있고,
 
그 옆에서는 군인들이 새로운 소식을 나누고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말을 나누어 보거나,
 
혹은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벨라진:(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슬슬 다가간다)
 
에테네르:(졸졸)
 
(GM):듣기 판정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에테네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벨라진:뭐라고 합니까? (소곤...)
 
에테네르:응? 저 사람들? 어..
 
에테네르가 당신의 귓가로 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민:최근, 살롱에 모인 귀족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더군, 귀족 대부분이 왕성에서 공작의 살롱 주변으로 거처를 옮겼잖아.
그러게 말이야, 왕과 군대가 금지된 숲에서 야만인을 막느라 힘든 새에 그런 짓을 하다니.
그건 배반이지 않나?
왕은 공작의 목을 쳐서 반역의 불씨를 없애야 해.
 
에테네르:..라고 하네. 왕국이 잘도 돌아가는군. (뚱..)
 
벨라진:(작게 한숨을 쉬었다.) 무결함을 증명하기 위해 피로 이름을 물들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가시죠. (군인들 쪽으로 지나간다...)
 
에테네르:어, 그래...
 
(GM):듣기 2트 go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에테네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너 그냥 들을 생각이 없는거 아냐? 말해줄테니 가까이와.
 
벨라진:저는 미천한 인간이라 그런 작은 소리는 잘 못 듣습니다.(뚱)
 
에테네르:(뚱해지기는.. 따라 뚱해짐)
 
에테네르가 당신에게 말해주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인:바깥에 있는 야만인들 때문에 살기가 힘들어.
갈수록 공격이 점점 심해져서 군대를 늘리고 있어.
다들 성벽을 지키고, 수상한게 보이면 그리로 활을 쏘지만 역부족이라 군대를 계속 뽑고 있지.
바깥으로 나갔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배에 무언가 들이받은 것 처럼 구멍이 뻥 뚫려서 오지 뭐야!
사람의 것이라기엔 너무 큰 손자국도 많고.. 야만인은 크기가 매우 크고 잔인한게 틀림 없어!
이런 적에게서 우리를 지키려니 왕궁은 바쁘겠지. 왕성이 없으면 우리는 죽음뿐이야..
 
말을 전한 에테네르는 어두운 표정으로 잠시 말이 없습니다.
 
벨라진:왜 그러십니까? (에테네르 살핀다)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글쎄요, 에테네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잠시 서있으면,
 
군인:어느새 오후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어느새 오후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에테네르:(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해볼까요?
다음은 상점가로 가죠.
 
귀족들이 후원하는 여러 길드들의 본거지로 이루어진 거리입니다.
 
필요한게 있다면 이 곳에서 구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상점가 안 쪽에는 공방들이 있고,
 
바깥 쪽에는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상점가의 중앙에는,
 
길드의 대표들끼리 회의를 하는 사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상점가에 들어서기전, 문득 에테네르가 입을 엽니다.
 
에테네르:맞아, 앞으로는 테넬이라고 불러. 용이니 용님이니 이러지 말고.
 
벨라진:(끄덕끄덕)예...... 테넬 님.
 
에테네르:(테넬님.......) 그래...
 
상점가에 들어서면,
 
용은 여러가지 물건이 신기한 듯 후드를 조금 걷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상인이 달려와,
 
순식간에 용의 팔을 잡고 가게로 끌고 들어갑니다.
 
벨라진:?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검에 손을 올린 채 황급히 가게 안으로 따라 들어선다.)
 
따라 들어가보면 그 곳은 액세서리 점입니다.
 
상인은 당신이 들어오는걸 보자
 
라고 하며
 
자신은 그저 손님에게 딱 맞는 물건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벨라진:호위입니다. (상인을 눈으로 훑었다. 다른 의중이 있나 하는 관찰.)
 
정말 순수하게 물건을 보여주려고 한 듯 합니다.
 
당신이 이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은 무언가를 손에 들고, 정신 없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로켓 목걸이입니다.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안에는 유리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그 사이에 얇은 색 물감을 겹겹이 칠해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져 있는 일종의 공예품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 공예품에 에테네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가게 주인은 이어 입을 엽니다.
 
라고 말합니다만… 곧 이어 가격을 매우 높게 부릅니다.
 
이건 가보이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요.
 
이에 에테네르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당신을 쳐다봅니다.
 
손에서 목걸이를 놓을 생각을 안하는군요..
 
당신에겐 세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벨라진:... 주인님. (어이가 없다)
 
에테네르:주인님..? (상황파악 중) ..아~ 내가 돈을 안 가져와서 말이지. 돈은 저 쪽이 낼거야, 그렇지? (널 보며 방긋 웃는다)
 
벨라진:......(한숨을 쉬었다.)
 
당신이 주머니를 확인하자, 돈이 넉넉히 들어있습니다. F L E X
 
벨라진:FLEX 했다.)
 
당신이 F L E X 하자,
 
가게 주인은 로켓을 넘겨줍니다.
 
아주 입이 귀에 걸렸군요.
 
이렇게 비싸게 팔 만한건 아닌거 같은데요..
 
로켓을 받은 에테네르가 당신에게 슬그머니 다가옵니다.
 
에테네르:이거 봐 봐.
 
라며 로켓의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그 곳에는 당신의 이름과
 
이 적혀 있습니다.
 
몇 글자는 오래된 탓인지 흐릿합니다.
 
벨라진:(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제 이름...?
 
에테네르:아, 이거.
음.. 난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한결같은 대답)
 
벨라진: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러시겠죠. (드물게 빈정거림)
 
에테네르:어쭈.. 호위가 버릇이 없네. (로켓을 제 품에 넣는다)
 
미래를 본다는 게 거짓인거 같지는 않습니다만..
 
뭔가 찜찜한건 사실입니다.
 
에테네르:뭐, 여튼.. ..
 
마지막은 우물거리느라 잘 들리지 않았지만
 
고맙다고 한 것 같습니다.
 
에테네르:다 봤으면 이만 나가자.
 
벨라진:뭐라도 드시겠습니까? (지갑을 확인하며... 밥을 안 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에테네르:음, 그럼 상점가 바깥 쪽으로 가보자. (앞서 걷는다)
 
바깥 쪽에는 빵을 굽는 가게라던가, 양장점 같이
 
호객 행위가 중요한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가게 근처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GM):밥먹기전에 듣기판정~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자신의 귀로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민:점점 농산물이 귀해져셔 큰일이야.
매년 소출 양이 주는데 대부분 군대로 가버리니 우리가 먹을 건 어디있담?
다행히 공작님께서 남는 생산품을 우리 길드 쪽으로 돌려 주셨기에 망정이지. 요즘 같은 시대에 굶지 않으려면 군인이 되어야 해.
하지만 그, 왜 군인이 되면 밤마다 들리는 괴성에 시달린다잖아.
우리 아랫집에도 배를 곯다 군대로 들어간 처녀가 있는데, 밤 마다 경비를 서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다 미쳐버렸대.
밥 주는건 다 이유가 있는거지!
 
가게 주인은 당신과 에테네르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팍 쓰며
 
시민:뭐야, 살거요?
안 살거면 꺼지쇼!
 
라고 소리칩니다.
 
벨라진:(리코타 치즈와 피스타치오를 넣은 카놀리, 잠봉뵈르, 마롱글라세, 크렘앙글레즈를 끼얹은 산딸기를 가리킨다.) 하나씩 다 주시오.
아, 그리고 뱅쇼도.
 
(GM):~행운 판정~
 
벨라진: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시민:(주문을 확인하더니) 참.. 재료가 모자라서 다 살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셔야해요!
 

벨라진:

전부... 현금이다.

재력
기준치: 90/45/18
굴림: 57685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시민:(아니 이 손님 제법 멋지잖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인은 준비를 위해 가게안으로 들어갑니다.
 
에테네르:뭐 샀어? (기웃)
 
벨라진:먹고 마실 것들이요. 간단하게 주문했습니다.
 
에테네르:음~ 그래? (제법 많이 사는 것 같았는데..)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주문한 음식들을 바구니에 담아 건냅니다.
 
시민:아이고, 감사합니다~
 
말하는 가게 주인의 표정은 굉장히 살갑습니다.
 
역시 세상은 돈이 전부입니다.
 
벨라진:(뱅쇼 한 잔을 건네었다.) 안에 먹을 것들도 있으니 드세요.
 
에테네르:(건네받고는 가볍게 냄새를 맡아보더니 한 모금 마신다) 나쁘지 않네, 너는 안 먹게? (샌드위치 하나 베어 물기)
 
벨라진:(말없이 마롱글라세 하나를 입에 넣었다.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진 않다.)
 
에테네르:(우물거리다 네 반응을 보고는 작게 말한다) 길거리 음식을 맛있어하는 왕자는 없겠지, 아무렴. (본인은 맛있게 먹었다)
 
당신과 에테네르가 요깃거리를 먹으며 거리를 걷다보면,
 
향기로운 냄새에 길거리를 거닐던 아이들이 다가옵니다.
 
다소 허름한 차림에 간절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네요.
 
에테네르:(아이들 보다 벨라진 빤히 봄)
 
벨라진:(왜 절 보시죠?)(애들 손에 먹을것들 쥐여주고 남은 마롱글라세 하나는 에테네르 입에 집어넣었다.)
 
에테네르:(냠)
 
벨라진:자, 갑시다. (발걸음을 옮긴다...)
 
발걸음을 뜨기 전, 한 아이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라며 저들끼리 얘기를 하더니, 바쁘게 자리를 뜨는군요.
 
에테네르:(풉)
 
벨라진:귀엽네요. (애들 뒷모습 봄)
 
에테네르:요정이 나오는 동화라도 읽은 모양이지.. 그래도 너같이 멀대같이 큰 사람한테 요정은 좀 그렇지 않나? (어지간히 웃긴 듯 소리내서 웃으며 상점가 안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상점가 안 쪽은 각종 세공품이나 철물, 가죽 등을 작업하는 곳입니다.
 
.. 하지만 이상합니다.
 
어떤 가게든 전부 무기나 갑옷 같은 군납품을 만들고 있으며,
 
장인들이 낯선 사람으로 보이는 당신을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기에 군납품에 쓰이는 문양을 새기지 않았고,
 
전부 귀족들의 개인 문장을 새겼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최근 왕성에서 거주하다 공작이 거주하는 살롱으로 이사를 간
 
귀족들의 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벨라진:(뒤집어 쓴 후드 사이로 차가운 웃음이 비쳤다. 재미있는 짓을.)
 
시민:뭐, 뭘 보시는 겁니까? (후드를 쓴 낯선 이를 경계하듯 날선 말투다)
 
벨라진:아니 그냥. 좋은... 무기인 것 같아 말이네. (의미심장한 웃음)
 
시민:..저는.. 저는 그저 주문한대로 만드는 것 뿐입니다... (웃음에 되려 찔리는지 변호하는 듯한 말을 내뱉는다)
요 근래에 바깥으로 나가다 시민이나 군인들이 숨지는 일이 많고, 신전에도 부상자가 가득한데다가.. 반란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흉흉한 소문이 떠도니까!
높으신 분들도 자신을 지키려 이러는 것이겠죠...
 
벨라진:물론, 줄을 잘 대어야 할 걸세. (작게 웃고 지나가며 시민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시민:(움찔) 그.. 그렇죠...
 
에테네르:(으휴) 얘기는 적당히 했지? 이만 가자, 가. (네 팔을 잡고 상점가 안 쪽을 나온다)
 
벨라진:(얌전히 끌려나간당..)
 
당신과 에테네르는 상점가 중심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러자 상점가 중심에 있는 회의실이 보입니다.
 
1층에서는 술이나 음료, 뜨거운 음식을 팔고 있고
 
2층은 개인적인 용도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방을 내주는 듯 합니다.
 
에테네르:밥은 아까 먹었으니.. 2층으로 가볼까?
 
벨라진:(눈 깜빡) 2층은 왜죠? (하면서 얌전히 따라감...)
 
에테네르:궁금하잖아, 그리고 너 나랑 놀러나왔다고 맡은 일을 안 하려는 건 아니지?
 
라는 말을 하며 2층으로 발을 내딛자..
 
앗!
 
종업원이 앞을 막아섭니다.
 
에테네르:..어때. 가봐야 할 것 같지 않아? (널 보며 씩 웃는다)
 
벨라진:(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종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지금 중요한 회의에 늦어서 말인데... 지금 내 앞을 막는 건가?
 
에테네르:(흠..) 내가 해볼게, 나와봐.
 
벨라진:(뭘 하려고... 얌전히 비켜선다)
 
에테네르는 무얼 하려는 걸까요?
 
당신이 비켜서자 에테네르는 종업원을 가만보며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그런 에테네르와 눈이 마주친 종업원은..
 
이내 멍한 표정으로 옆으로 물러납니다.
 
wow
 
이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에테네르:됐네. (간단~)
 
벨라진:...? 뭘 하신 겁니까? (종업원을 본다...)
 
에테네르:간단한 마법이지~ 오래는 못 하니까 얼른 가자.
 
당신과 에테네르가 방문 앞에 다다르자
 
방문 너머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볼까요?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에테네르:으이구.. (네 귀를 잡더니 주문을 작게 읊는다)
 
이제 들을 수 있겠습니다..
 
벨라진:(눈 깜빡깜빡)...
 
들려오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테네르:...흠, 너는 어떻게 생각해? (생각보다 덤덤한 어투로 네게 묻는다)
 
벨라진:...(생각이 깊었다. 침묵도. 낮은 목소리이다.) 영웅성을 증명하기 위해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하고요. 살육을 통해 단죄한다면 저는, 피에 익사할 것입니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곤 시선을 돌려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신의를 위해 몇백 몇천이 죽어도 기다릴 것이라 했지만 저는, 더 많은 비탄과 슬픔이 이 땅에 흩뿌려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드는 품이 피의 제물이라면, 참으로 안타깝군요.
 
에테네르:.. 그래.. 그렇구나. (그렇단 말이지.. 멍하니 생각하는 듯 보이다 너를 곧게 마주보고는) ..잘 알겠어, 그럼 돌아가자.
 
더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용은 뒤돌아 섭니다.
 
그리고 걸어나가는 용의 뒷모습은
 
어쩐지 쓸쓸해보이기도..
 
무언가 결심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벨라진:(잠자코 서 있다 따라나선다.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는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돌아갈 시간입니다.
 
탑으로 되돌아 가는 길,
 
 
에테네르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기침을 하더니,
 
비틀거립니다.
 
벨라진:에테네르 님. (황급히 다가서 부축한다.)
 
당신이 에테네르를 붙잡아 주자,
 
탐탁치 않다는 듯 인상을 쓰고는 숨을 고르네요.
 
몸이 너무 차갑기 그지 없어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로브 아래로 성에가 목까지 올라와 있네요.
 
기침을 겨우 멈춘 에테네르는,
 
당신에게서 떨어지더니 품에서 태양 모양의 금속조각 을 건냅니다.
 
에테네르:.. 됐고, 이거나 받아.
약속했잖아. 내 부탁을 들어주면 주겠다고.
 
여름의 조각은 봄의 조각 아랫 부분에 꼭 맞게 들어갑니다.
 
벨라진:...(말없이 받아들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보입니다.
 
에테네르:괜찮아, 이제 돌아가니까. 가서 쉬면 돼.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조금 뚱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내가 테넬이라 부르랬잖아. 경칭도 필요없어.
 
벨라진:...그럼 가시죠. 탑까지 수행해드리겠습니다. 테넬.
 
당신과 에테네르는 말을 타고 달립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이 기분 좋게 날립니다.
 
한참을 말을 타고 달리면, 에테네르가 입을 엽니다.
 
에테네르:.. 사실 오늘 못 나올줄 알았는데,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라며 당신을 바라보는 에테네르의 모습은 제법 후련해보입니다.
 
당신은 어땠나요?
 
용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어쩌면 지루했을 수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 피곤했을 수도 있겠죠.
 
오랜만에 즐기는 여가에 기분전환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찌 됐던, 나쁘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에테네르:그래, 그거나 물어봐볼까.
내가 뭘 물어볼 것 같아?
 
벨라진:(곰...) 전혀 모르겠습니다.
 
에테네르:(고민하는 모습에 짧게 소리내 웃더니) 후계자 잖아, 뭐 바라는 왕국의 모습이라도 있어? 뭐, 넌 딱히 왕위를 이를 생각같은건 없어보였다만.. 지금까지 본 게 있었을거 아냐.
 
벨라진:(맞바람이 불어와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했다.) 저는... 별 거 없습니다.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아끼고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오랜 위협에 고통받지 않고 그저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저는 왕의 재목은 아닌 것 같지만요 (작게 웃었다.)
 
에테네르:정말 별거 없네. (어째 싱거운걸~.. 덧붙이지만 나쁘지 않은 대답인 듯 싶었다) 하하, 그렇긴 해. 아무것도 아닌 자는 왜 너를 선택했나 몰라. (장난이다)
아무튼 오늘 나가게 해줘서 고마워.
나 안 도망갔고, 별 일 없었고. 너도 꽤 괜찮았지?
 
벨라진:네. 간만에 밖에 나와서 즐거웠습니다. (마주웃어주었다.)
 
둘은 마주보며 웃습니다.
 
잠시후 당신과 에테네르는 용의 탑 앞에 도착합니다.
 
에테네르:다 왔네, 오늘 재밌었어. 잘가. (손을 가볍게 흔든다)
 
벨라진:조심히 올라가십시오. (가벼운 인사.) 내일 뵙겠습니다.
 
용이 돌아가고, 당신이 용의 탑 문을 잠그면 얼마 안 있어 저녁입니다.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집니다.
 
저녁엔 각 대신이 지내는 처소 문이 열립니다.
 
당신은 대신이 지내는 처소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경비병과 마부가 후다닥 일어납니다.
 
얼떨떨해하며 당신에게
 
라고 물어오네요.
살롱으로 가지.
 
부유한 세력가 들의 저택 중 가장 큰 건물, 그 내부에 있는 살롱입니다.
 
공작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바람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공작의 개인실은 살롱 2층에 있습니다.
 
개인실은 차분하고 검소하지만 그렇기에 화려한 공작이 더 돋보입니다.
 
방은 어디에 앉던 간에 촛불이 교묘히 얼굴만을 비추도록 배치되었습니다.
 
방 안엔 커다란 소파 두 개와 테이블,
 
그리고 수 많은 선물이 쌓인 침대가 있습니다.
 
침대 옆에는 작은 협탁이 있고,
 
그 위에는 탁상에 올리는 액자 같은 것이 보입니다.
 
공작은 소파를 가리키고선,
 
공작:찾아 뵈어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우리가 벗이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편하게 둘러보시고,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모쪼록.
 
이라고 운을 떼며 같이 마실 차를 내옵니다.
 
벨라진:내 찾아옴이 늦어 경이 지리함에 익사하진 않았을까 걱정했네.
 
공작:(가볍게 웃음짓는다) 재밌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물론 괜찮습니다. 분명 이리저리 바쁘셨을걸 알기에.
 
벨라진:하하, 그거 다행이군. 보아하니 경은... 잘 지낸 것 같구나. 재미있는 일도 꾸며놓고 말이지. (차를 들이킨다. 제법 신경 좀 썼군.)
 
공작:덕분입니다.(고상하게 차를 마시더니) 무얼 보고 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에 들어하셨으면 좋겠군요. 모든 일은 왕자님을 위해서 이니까요.
 
벨라진:나를 위함이라? (공작을 똑바로 응시했다.) 불경하기 그지없는 소리로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군사를 모으는 이유가 무어인가. 나는 그대들에게 위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네만.
 
공작:(들려오는 말에도 자세는 아무런 미동이 없으며, 시선을 곧게 상대방을 향한다. 유감이라는 듯 고개를 기울이더니) 저런, 왕자님께서 뭔가 오해하신 모양입니다. 잠시 저를 따라와보시겠습니까?
 
벨라진:...그러지. (들고있던 잔을 내려놓고 따라나선다.)
 
공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이 공작을 따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앞에 있는 테이블이 눈에 띕니다.
 
테이블에는 여러가지 편지들이 가득합니다.
 
굳이 내용을 열어보지 않아도,
 
이것이 은밀한 청탁, 혹은 남에게 들키지 않았어야 할 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일부러 앞 면을 펼친 채, 티 접시 옆에 둔 듯한 편지가 눈에 띕니다.
 
벨라진:(궁금하지 않아도 읽어야 할 때가 있다.)
 
당신이 발신인을 확인하면,
 
2일차 오전에서 왕 대신 열쇠를 들고 온 그 신임받는 신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위로 공작이 써놓은 답장도 보입니다.
 
공작은 당신을 협탁 앞으로 이끕니다.
 
액자에 든 것은 당신의 초상화입니다.
 
귀퉁이에는 가장 아름답게 필 씨앗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신이 초상화를 바라보던 그때, 공작이 넌시지 말합니다.
 
공작:왕자님께서는 추위가 찾아온것도 용이 아프기 시작한 것도 당신의 탄생과 같은 때라는 걸 아십니까?
그저 제 짐작일 뿐이지만, 왕자님은 자각이 없을 뿐 변화의 씨앗일지 모릅니다.
나는 그 변화의 때에, 당신과 함께 하고 싶군요.
 
벨라진:...전달이 될 성싶지 않으니 그만하게. (언제 그렸는지도 기억이 가물한 초상화를 보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왕의 정통성은 무엇으로 증명되나.) 이미 경은 아무것도 아닌 자의 전언을 들었을 터. 나는 이미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그대의 주군 될 자인데 무엇하러 이런 일까지 벌이는가.
 
공작:(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짓더니) 역시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이 뜻처럼 되지는 않지 않습니까. 게다가 제가 한 것은 사람들의 의견을 한데 모은 것의 불과합니다. 만류하시려면 그들을 설득하셔야겠군요.(왕국이 이 모양인 이상 가망 없겠지만 말이죠.. 속으로 생각한다)
 
벨라진:그것이야말로 주제넘은 행동이네. 경은 세상의 안위를 짊어진 존재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로지 파괴에만 귀속되어있는 계명을 지닌 성 밖 이들을, 배신할 자유의지만 가지고선 막을 수 없을 터. 헛된 대립과 분란을 야기하는 건... 좋지 않네.
 
공작:후후, 역시 왕자님 다우십니다. 하지만 제가 벌인 일의 끝이 대립과 분란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군요. (제 턱을 천천히 쓸더니) 왕자님이 우려하시는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예상치 못 한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죠. 제가 하는 일은 그때를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이걸 보시겠습니까?
 
공작은 침대 쪽으로 걸어갑니다.
 
침대는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에 푹 파묻혀 있습니다.
 
연정을 속삭이는 카드가 달린 꽃다발과,
 
귀중하고 섬세한 물건들이 하나같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입니다.
 
발신인을 본다면 침대 위에서 어지간한 귀족과,
 
상공업 길드에서 빠짐없이 선물을 보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선물을 보고 있자 공작이 다가와
 
침대 위에 있는 물건을 하나 내밉니다.
 
그것은 일종의 밀서로 보입니다.
 
공작:저는 지금의 용은 능력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용이 직책이나 능력이라면, 지금의 용이 수명이 다 했을때, 용의 자리에 오를 다른 무언가가 있는게 아닐까요?
 
벨라진:'용'의 인계라. 그리 묻는군. 이건 그대가 답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앞뒤가 맞지 않는군.
 
공작:그쪽까진 아는 게 많지 않아서 말입니다. (무지한 저를 용서하시길. 덧붙이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저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신다면 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겠군요.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왕자님에게 필히 해가 되는 일은 아니니, 모쪼록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면 기쁘겠군요.
 
벨라진:일단은, 알겠네. 다음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말을 듣곤 생각에 잠겼다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 대신과의 대화를 끝마치면 바깥에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 당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옵니다.
 
당신과 함께 처소로 들어온 시종이 놀라 말합니다
 
시종:왕자님, 귀걸이 한 쪽은..?
 
벨라진:아. (한 손으로 귓가를 더듬어 보고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잃어버렸나 보구나.
 
시종: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다른 것을 꺼내드릴까요?
 
벨라진:차려입고 나갈 자리가 없으니 괜찮단다. (남은 한쪽 귀걸이를 빼 넘겨주었다) 평소처럼 이것만 잘 보관해주렴.
 
시종:(귀걸이를 받아들곤) 알겠습니다!
 
귀걸이를 보관하러 갔다온 시종은 이어 우물쭈물 입을 엽니다.
 
시종:그리고..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벨라진:음?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시종은 자신의 타이를 고정한 것과 같은 작은 꽃 모양 브로치를 내밉니다.
 
시종:저희 가문은.. 원예쪽으로 번성했다고 합니다.
겨울이 찾아와, 결국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것은 주로 기르던 꽃을 본 떠 만든 것이라고 해요.
왕자님이라면 금방 겨울을 끝내고 다시 꽃을 피워주실 수 있을겁니다.
아, 혹시 받기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시종은 부끄러운 듯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벨라진:(막냇동생이 생긴 기분이군... 드물게 크게 웃으며 시종아이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싫을 리가 있나. 잘 받을게. (쓰다듬!)
 
시종:(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 오늘은 어떤 스승님을 불러드릴까요?
 
시종:시종: 알겠습니다!
오늘은 왕을 불러주렴.
(미리 대답한 시종 봄)(어어그래)
 
시종:(화끈.........)
 
조금 뒤 초췌한 모습의 왕이 나타납니다.
 
최근 심해진 추위와 귀족간의 알력 탓에,
 
쉴 틈이 없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소파에 앉는게 마치 피로를 내려놓는 듯 해보입니다.
 
곧 이어 왕의 뒤를 따라 들어온 하인이,
 
테이블 위에 오래 된 듯한 자료를 내려놓고 나갑니다.
 
하인이 나가고, 엿 듣는 사람이 없는 지 확인 한 뒤에야 왕은
 
왕:아침부터 바빴겠지, 무엇이 궁금한가?
 
라며 운을 뗍니다.
 
벨라진:폐하. (늘 그래왔듯 반듯한 인사이다.) 가르침을 받고자 청하였습니다.
 
왕:그래,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어서 말해보도록.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최근... 공작일가의 행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만, 괜찮으신지요.
 
왕:결국 너도 알게되었구나. 말하자면, 괜찮다. 공작을 따르는 사람이 많고, 국방으로도 일이 벅차 지금은 놔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가, 왕국이 다시 안정을 찾는다면 그 때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공작을 만나보았는가?
 
벨라진:방금 전 그의 자택에 다녀온 참이었습니다.
 
왕:그래.. 그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해주었지?
 
벨라진:(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떼었다.) 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에 대한.
 
왕:(이야기를 가만듣다 인자하게 웃더니) 그런 이야기만 하였을까. 구태여 감추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언변에 뛰어난 자가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았을테니.
이 나라의 대신들은 각자 의견은 다를지라도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다. 공작 또한 마찬가지지.
다만, 공작은 원하는게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넌 공작의 편을 들 것인가? 네 뜻대로 하라.
하지만 그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벨라진:영명하십니다. 하나 숨김없이 말하건대 저 또한... 그의 의중을 잘 모르겠군요. 아직 주제넘은 생각이라 사료되지만 이미 저의 운명은, 예정된 게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는... (숨을 내뱉었다.) 폐하는 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용이라.. 만났을때 “용을 잘 지키라.”는 말을 했을 뿐 다른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
용은 바깥세상에 있는 야만인, 즉 괴물들에게서 왕국을 지키기 위해 큰 힘이 되어주었던 자다.
야만인은 왕성 바깥에 있는 생명체이지만, 사람과는 다르다. 잔혹함과 공포가 커, 미치는 사람도 여럿 있었기에 왕성은 그것을 비밀로 하고 있지.
혹 그들이 모시는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벨라진:아니오. 금시초문입니다.
 
왕:그것이 무엇인지 알기엔 아직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나, 야만인들이 모시는 신이라 생각한다. 아주 위험하고, 오싹한 소리가 종종 폭풍우 너머 북쪽에서 들려온다고 하지.
얘기가 샜구나, 용에 대해서라면..
더 이상 예언을 주지 않고, 끝내 왕국엔 겨울이 찾아왔지. 안타까운 것 또한 사실이나, 내게는 왕국이 최우선이기에 그 자의 숨을 끊어 겨울을 끝낼 수 있다면 그리할 생각이다.
 
벨라진:인간의 힘으로, 용을 죽이는 것이 가능... 합니까?
 
왕:너는 겨울의 시대와 함께 태어났기에 모르겠으나, 그 자의 힘은 많이 약해진 상태다. 건강상태는 너도 알 것이고. 그 자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벨라진:......예. (긴 침묵. 한참만의 무거운 대답이다.)
 
왕:그럼 이제 이걸 보여줘야겠구나.
 
잠시후 왕은 가져온 자료를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벨라진:(자료를 읽곤 내려두었다.) 이해했습니다.
 
왕:그래. 아무것도 아닌 자의 선택은 천년간 왕가를 위하지 않은 적도, 틀린 적도 없었다.
그는 왕국의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는 않지만, 멀리 보았을 때는 왕국을 위한 일을 해온다. 그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을 위해 널 선택한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는가?
 
벨라진:네, 의문이 가시는군요. 늦은 시간에 예까지 발걸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폐하.
 
당신이 대답하자, 문득 왕은 당신을 호명합니다.
 
들려오는 소리에 바라보면,
 
왕은 진지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왕:.. 너도 알다시피 지금 왕국은 굉장히 혼란스럽고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때 일수록 네 위치가 막중하다.
너에게 무슨 희생을 치뤄서라도 왕국을 구해내기를 명했었지.
나는 네가 공작이나 용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군주가 되기를 바란다.
할 수 있겠느냐?
 
벨라진:(고개를 깊이 숙였다.) 명심, 하겠습니다.
 
왕:좋다, 그럼 이걸 주도록 하겠다.
 
왕은 당신에게 부채꼴 모양의 금속 공예품을 줍니다.
 
공예품 위에는 낙엽과 열매가 양각으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가을의 조각은 여름의 조각 옆 부분에 꼭 맞게 들어갑니다.
 
왕:누군가 이걸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 하더구나.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왕성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납니다.
 
왕: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구나, 이만 쉬도록 해라.
 
벨라진:(왕이 방을 떠나가자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았다. 손에 쥔 금속 세공품을 매만져보았다.)
 
당신이 금속 세공품을 매만지고,
 
시간은 점점 깊어져갑니다.
 
당신은 침대에 누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벨라진:지치는군. (세공품을 적당히 갈무리하곤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당신은 침대에 몸을 뉘입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나요?
 
에테네르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던 때를 회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은 정말 죽는 것일까요?
 
그걸 증명하듯 에테네르는 몸이 좋아보이지 않았던게 기억납니다.
 
그런대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그 답다고 해야 할까요.
 
머릿속을 채우는 여러 생각들과 함께,
 
창을 두드리는 바람이 점점 매서워지는 것을 느끼며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똑 똑,
 
익숙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 생각하고 눈을 뜨면,
 
.. 그것은 시종이 아니라 창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벨라진:...? (의아함에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커튼을 젖혀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창을 반복하여 두드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거세어진 바람이 나뭇가지로 창을 두드린 듯 합니다.
 
안심할 겨를도 없이,
 
당신은 창 밖에 펼쳐진 먹구름에 말문을 잃어버립니다.
 
하늘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어둡고,
 
하늘에서 생전 보지 못 한 것이 떨어집니다.
 
살펴보면 하얗고 반짝이는 결정입니다.
 
얼음결정은 창 틀에 닿는 순간,
 
급속히 녹아 물이 됩니다.
 
한 눈에 봐도 추워진 날씨에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떨려옵니다.
 
창 바깥으로 용의 탑을 보자면,
 
탑 근처에는 군인들이 몰려있고 한 눈에 봐도 부산스러워 보이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조금 지나면, 시종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옵니다.
 
시종:(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왕자님, 일어나 계셨군요..! 왕께서 전해오신 말이 있습니다.
 
벨라진:무엇이지? (맴도는 한기에 옷을 추슬렀다.)
 
시종:왕께서 말하시길, 용께서 크게 아파 오늘은 방문을 거절한다 전하라 하셨습니다..!
대신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오전과 오후에 마을을 둘러보라 명하셨습니다.
 
벨라진:...그래. (고개를 돌려 눈보라 속 탑을 바라보았다.) 곧 나가도록 하지.
 
전달을 마친 시종이 대답과 함께 물러납니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기도 했으니, 마을을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호숫가로 가야겠군.
 
호수 주변, 게이트 근방에 위치한 호숫가입니다.
 
이 곳은 대부분이 호숫물을 끌어와 밭이나 낙농을 하는 경작지이며,
 
게이트 앞에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는 초소들이 있습니다.
 
지금 거기서는 어쩐지 사람이 많고 싸우는 소리가 나며,
 
도서관으로 가는 다리 쪽에서는 무언가를 손에 든 학생 하나가 보입니다.
 
벨라진:(인파가 많은 곳. 싸움을 하는 사람들 쪽으로 가본다.)
 
당신이 걸음을 옮기면
 
바깥에 나갈 작정으로 보이는 농부 여럿이,
 
기절한 사제 옷을 입은 남성 하나를 끌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벨라진:잠시, 무엇을 하는 거지? (인상을 찌푸리며 막아선다)
 
농부:뭘 하냐니, 그런게 왜 궁금하지? 돕지 않을거라면 비켜!
 
농부는 험악한 표정을 짓습니다.
 
벨라진:...무엄하다. 목이 날아가고 싶은 게지. (이런말은안하고싶었는데중얼중얼)
 
농부:허, 지금 당장이라도 굶어죽게 생겼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람. 우린 연구를 돕고 겸사겸사 식량을 찾아 바깥에 다녀올 작정이야. 이 정도면 대답은 되었겠지? 어서 비켜!
 
벨라진:그게 여기 쓰러진 이와는 무슨 상관이지? (검 손잡이에 손가락을 천천히 얹었다.) ...바른대로, 고해야 할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서) 나는 심성이 그리 곱지 않거든.
 
농부:(네 행동을 지켜보다 헛웃음을 짓는다) 높으신 분이 도움을 주진 못 할 망정 내 목을 치려하는군! 그래, 그렇게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우리는 바깥에 여러번 나가면서 무사히 살아돌아오는 베테랑이지. 숲 속에 있는 야만인이나 거대한 것을 피하려면 사람을 한 명 두고,
나머지 사람들이 도망쳐야 해.
이 사제를 따르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을 불태워 죽였다고 하더군.
그저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던거였는데 죽이기까지 했으니, 우리는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거야.
자, 아직도 불만이 남았나?
 
벨라진:(입 안 살을 짓씹는다. 군인들이 도사리는 데도. 지독하군. 손을 들어 군인 몇을 호출했다.) 이 자의 처분에 대해서는... 법도대로 처리할테니 그대들은 염려를 그치게. (쓰러진 사제를 연행토록 명령했다.)
학생의 목숨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이걸로 우선... 그의 가족에게 위안을 전하도록 하고. (지갑을 통째로 넘겨주었다.
)
 
경비병들은 당신의 호출을 받고 불려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명령에도 경비병들은 어째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네요.
 
경비병:어차피 사제가 나가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처해 미끼 역을 맡았을 것입니다. 미끼 역을 맡아도 불구가 될 뿐이지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많기도 하구요. 이 일로 먹을걸 구해오는 사람이 없었다면 사제도 진작 죽었을 걸요?
다들 돈이 궁해 이러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당신이 농부들에게 돈을 건내자,
 
그들은 입을 비죽이나 사제를 놓고 물러납니다.
 
그제야 경비병들이 쓰러진 사제를 연행하네요.
 
벨라진:죄 난장판이군. (옅은 두통이 밀려와 미간을 짚었다. 입 안이 썼다.)
 
이제 어디를 살펴볼까요?
 
벨라진:(도서관으로 가는 다리 쪽으로 가보지.)
 
도서관으로 가는 다리에는 학생 한 명이 서있습니다.
 
학생의 손에는 얼음이 섞인 흙 같은 것이 담겨있는 유리병이 있습니다.
 
벨라진:(... 성 밖의 토양인가. 뭐 학자 녀석이 학생들을 제지할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학생이 당신을 발견하곤 입을 엽니다.
 
학생:앗, 안녕하세요! 이거 보실래요? (유리병을 들어 네게 보여준다)
 
벨라진:흥미로운 거라도 발견했나 보구나. (유리병을 들여다보았다)
 
학생:최신 연구 샘플인데, 학자님께 전달하려구요. 이는 위대한 발견이 될 거예요!
 
유리병을 살펴본다면,
 
새로 싹 트는 씨앗과,
 
잎사귀가 있는 지층 아래에 지금처럼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지층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이것은 대단한 발견이며, 그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보존 된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결과에요! 사람들을 바깥으로 보낸 성과죠..
이건 국가가 건국되었을 때 쯤의 지층인데, 용은 천년이나 살았다고 하니 분명 이 일의 진상을 알고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벨라진:(제가 갖고 있던 의문과도 맞아떨어지는 질문이었다. 곧... 물어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글쎄. 하지만 언젠가 알아낼 수 있겠지.
 
학생:그렇겠죠? 저도 학자님처럼 용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 벌써 종이 울리네요! 이만 가봐야겠어요!
 
라며 학생은 바쁘게 자리를 떠납니다.
 
오후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다른 곳을 더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벨라진:흠...
다음은 광장으로 가야겠군.
 
왕궁 앞, 눈 쌓인 두개의 조각상이 있는 넓은 광장입니다.
 
예전엔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그저 눈 쌓인 벌판에 경비병들의 기침소리만 가득합니다.
 
광장 구석에서는 시를 읊고있는 예술인 한 명이 서 있습니다.
 
벨라진:음악 소리가 들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광장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맹인입니다.
 
옷도 제대로 입고 있지 않은 채,
 
부르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어떤 시를 반복해 읊습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희미해 잘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GM):듣기 판정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를 읊은 다음,
 
무언가를 물어볼 겨를도 없이
 
맹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합니다.
 
당신은 충격으로..
 
(GM):이성 판정!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GM):1d3 굴려주세요..
 
벨라진:3
 
(GM):이성이 3 감소합니다.
 
벨라진:(......뒷걸음질 쳤다. 나는, )
 
어찌 이리 비참할 수가 있을까요.
 
무력감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뒷걸음질 치는 당신의 뒤로, 조각상들이 보입니다.
 
조각상은 용과 함께 봤던 그 날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다만..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욱...(입을 가리고 뒤돌았다.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올려다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원래는 남쪽에 있는 조각상의 얼굴이 비어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누가 그 공간에 얼굴을 그려두었습니다.
 
벨라진:(낮게 숨을 삼켰다. 누구의 짓이지.)
 
그건.. 지금 당장 알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근처에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벨라진:(생각에 잠겨있다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굳은 얼굴의 경비병들입니다.
 
다들 추위로 코와 뺨이 빨갛게 얼어 붙은 채로
 
두런두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말을 나누어 봐도 좋겠네요.
 
벨라진:무슨 얘길 그리들 하고있는가. (소리없이 스윽 끼어든다...)
 
경비병:..!
 
당신이 말을 걸자 농땡이를 피우던 경비병들이 바쁘게 흩어지고,
 
해당 구역을 맡은 경비병만이 당신 앞에 남습니다.
 
경비병:앗, 충성충성! 농땡이 안 피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벨라진:(우뚝...)(뭐라고 한 적 없네.)
쿠데타?
 
경비병:이제는 왕궁에 왕의 최측근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던데, 둘 사이에서 망설이던 귀족들이 몽땅 공작의 살롱으로 이사를 가버렸잖지 않습니까!
 
벨라진:그런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새로운 대관의 순간이 온다 할지언정 이 겨울을 몰아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데.
 
경비병:그렇긴 하죠.. 하지만, 용과 왕국은 매우 관계가 깊지 않습니까? 그러니 다들 왕국 문이 뚫릴거라고 생각하는거죠. 이 얼음들이 내려오는 것도 용이 왕국을 아예 죽일 작정 이라는게 아닐까? 하면서요.
그래서 다들 용을 죽일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벨라진:...... (원치 않네. 하지만 제가 태어난 이래로 줄곧 차가웠던 세상은 묵시록의 판면이다. 하나의 의지로 이루어질 일이었다면 이미 결말에 가닿았겠지. 신의 축성도 무의미하다. 그들은 금제만 남겨두었기에.) 해야 한다면. (그것이 내가 짊어진 사명이자 정언이니까.)
 
경비병:그렇죠? 예전에는 왕국의 미래를 예견하고 지켜준다며 신성시 되었지만.. 아주 오래 왕국에 대한 예언을 하지 않기도 하고... 귀족들의 말대로 용을 죽이는게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언성이 들려옵니다.
 
경비병:아이고, 저기서 저를 부르는 군요. 할 말이 더 없으시면 이만 가봐도 괜찮겠습니까?
 
벨라진:그래. 시간을 내주어 고맙네. (비켜섰다.)
 
충성!
 
경비병은 멀리 사라집니다.
 
차가워 진 거리를 살펴보느라 당신의 몸 역시 아려옵니다.
 
사람들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듯 합니다.
 
이렇게 추워진건 마을 사람들 말대로 역시 용의 탓일까요?
 
하지만 대체 심장이 언다는게 뭘 의미하는걸까요?
 
피부에 닿는 하얗고 반짝이는 결정은,
 
손이나 뺨에 닿는 순간 급속히 녹아버립니다.
 
이 눈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얼려버릴 것 같습니다.
 
왕도는 하얗게, 하얗게 물들어만 갑니다.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집니다.
 
저녁엔 각 대신이 지내는 처소 문이 열립니다.
 
당신은 대신이 지내는 처소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신전으로 가봐야겠군.
 
주택가 중심에 위치한 고상한 옛 건물입니다.
 
육중한 대리석 기둥들이 여러개 서 있고,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있는 모양의 징표가 여기저기에도 보입니다.
 
신전에 가득한 환자들을 지나야 소박한 신관의 방이 나옵니다.
 
신관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맨발로 나와 당신을 맞습니다.
 
사제의 신분을 의미하는 장신구를 제외하면,
 
신관의 옷은 너무나도 얇아 보잘것 없기까지 합니다.
 
방에는 두루마리로 된 오래된 필사본으로 가득한 격자 모양의 선반과,
 
종교적 상징을 나타내는 조형물이 여러개 있습니다.
 
기도를 하는 작은 제단 옆에는 화로와 단촐한 나무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신관은 당신에게 의자를 내어주고선,
 
신관: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오셨습니까? 아니면 기도를 하시러 오신겁니까?
편하게 있다 가시죠.
 
라고 운을 뗍니다.
 
벨라진:기도 전에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신관:그럼, 잠시 저를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으로 향한다)
 
벨라진:(따라나선다.)
 
선반 위에는 몇백년은 되었을 법한 두루마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천과 매듭으로 조심스럽게 보관되어 있네요.
 
이내 신관이 다가와
 
신관:거기엔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경전도 많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신관:이쪽을 살펴보시면 제가 말한 이야기를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GM):자료조사 판정
 
벨라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라그나로크라는 제목이 달린 경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뒤에도 내용이 있어야 할 구성이지만 여기서 끊겨있어,
 
불완전한 예언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신관:어떠신가요?
 
벨라진:외람되오나 불완전한 내용인 것 같군요. (조심스레 경전을 내려둔다.)
 
신관:맞습니다, 이 뒤에 내용은 저를 따로 불러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은은하게 웃더니)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건..
라그나로크 란 선대의 신관들의 입에서 구전 되는 세계의 종말입니다.
저는 그것이 아마 지금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겁나지는 않습니다, 죽음 또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순리이기 때문이죠.
이런 순환을 이해하려면, 신을 믿는 수 밖에 없습니다.
 
벨라진:신관님께선 이 순환이 고통스럽지 않으십니까. 신이란 자가 자아낸 역사는 한참 전에 일그러지고 이지러졌고 계율을 잊은 사람들이 사람을 태우고 죽이는 광경들을. (보셨습니까. 미약한 원망이 담겨져 있다. 신께서 원하는 역사는 무엇입니까. 정작 신은 응답조차 없고 그의 뜻을 행하는 것은 한낯 인간일진데. 가까이 다가서서 낮게 읊조린다.) 인간사의 비극이란 신의 입장에선 그저 짧은 연극에 불과합니까.
 
신관:그것은 신의 뜻이며, 그들의 운명입니다. 제가 겪는 고통 또한 그리하겠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덧없는 시간을 사는 우리들은 다른 이의 운명을 바꿔줄 순 없습니다. .. 안타까운 일에 관해서라면 신전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을 권했지만, 부상자 간호만으로도 일이 많아 미처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자님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군요. (짧은 사죄의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벨라진:고개를 드십시오. 사죄를 받을 쪽은 제가 아닙니다. (멸망은 끝나는가, 새로운 것은 오는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이 난세는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가. 막다른 길인가. 시조의 죄는 말예까지 전해지는가.) 아무래도 저는 거듭할 인내심이 부족한가 봅니다. 기도는 하지 않고 돌아가지요. 신께선 제 기원을 들어주실 것 같지 않으니. (신관을 그대로 두고 뒤돌아 나온다.)
 
당신이 대신과의 대화를 끝마치면 바깥에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 당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옵니다.
 
오늘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고, 한기가 듭니다.
 
… 아닙니다.
 
한기가 드는 것은 거처의 창문이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강한 바람 때문일까요?
 
창으로 들어온 눈이 창문 앞에 쌓여 있습니다.
 
벨라진:(제법 오래 열어두었나 보군. 창가로 다가간다.)
 
당신이 창가를 확인하려는 순간..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가보면 시종이 당신 앞에 서있습니다.
 
시종:오늘 날씨로 인해 스승님이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전하네요.
 
벨라진:그래. 너도 일찍 들어가 쉬거라.
 
당신의 대답을 듣고, 희미하게 웃던 시종은 갑자기 놀란 듯
 
시종:피하세요!
 
당신을 힘껏 밀칩니다.
 
 
 
이게 무슨일인가요?
 
바닥에 밀쳐진 당신의 눈 앞에,
 
뚝, 뚝..
 
피가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고개를 들면 복면을 쓴 괴한이 있고,
 
피를 흘리는 시종이 앞에 쓰러져 있습니다.
 
괴한의 뒤로는 커튼이 바람을 따라 펄럭이고 있습니다.
 
의문의 괴한은 말합니다.
 
괴한:쓸데없는게 방해를 하다니, 이번엔 정말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당신에게 덤벼옵니다.
 
괴한:(품에 있던 단도를 들어 휘두른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벨라진: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말이 많군. (침착하게 검을 비껴 피했다.)
(품에서 검을 뽑아 망설임없이 목을 향해 내지른다. 명백히 살상만을 위한 행위.)
근접전(격투)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반격에 성공합니다.
 
벨라진: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아쉽게도 비껴가네요.
 
괴한:하, 꼴에 왕자라고 검을 가지고 있군! (다시 단도로 상체를 노린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벨라진:(재빠르게 몸을 숙여 다가오는 단도를 피한다.)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괴한의 공격은 아쉽게도 비껴가네요.
 
벨라진:(단숨에 자세를 바르게 해 검을 단단히 쥐곤 수직으로 내려긋는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75/37/15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괴한:...! (몸을 옆으로 틀어 회피를 시도한다)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검은 괴한을 향해 그어집니다.
 
벨라진:
기준치: 75/37/1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괴한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몇 걸음 물러납니다.
 
괴한:하.. 이대로 죽을 순 없지. (도망을 시도한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벨라진:...(인상을 쓰고 괴한을 쫓았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괴한은 무사히 도망칩니다.
 
부상의 정도가 심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암살자가 도망간 자리에는 직인이 찍힌 봉투가 한장 놓여 있습니다.
 
직인의 주인은..
 
공작입니다.
 
벨라진:(분노에 차 검을 내팽겨쳤다. 봉투를 멍하니 보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다.)
 
시종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있습니다.
 
당신이 시종에게 다가가면
 
시종은 괜찮다며 애써 말하지만..
 
곧 정신을 잃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죽지 않았군요.
 
잠시후, 소란을 듣고 하인들이 뛰어옵니다.
 
시종이 들려 나가고,
 
주변을 정리하던 하인들은
 
이 일을 왕에게 알리겠냐고 물어옵니다.
 
벨라진:...아니. 내 선에서 처리하겠다. (구태여 일을 크게 할 필요는 없지. 얼굴에 묻은 피를 훔친다.) 도망자가 있으나 상처가 깊으므로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비밀리에 처리하고 수습하라.
 
하인들은 알겠다며 대답합니다.
 
이어 이래서는 선생님을 부를수도 없겠다며,
 
자신이 주변을 지킬테니 일단 쉬라고 권합니다.
 
이제 이 곳엔 당신과
 
바닥에 떨어진 편지 뿐입니다.
 
벨라진:(편지 봉투를 연다) 암살자에게 직인이 찍힌 편지를 주는 멍청이가 여기에 있었군.
이성 판정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애석하게도. 다음 암살에는 썩어나는 돈이나 더 쓰라 조언 해주어야겠군. (편지를 접어 품에 넣는다.)
 
편지의 내용과.. 시종의 모습이 당신의 머릿속에 남습니다.
 
(GM):1d2 굴려주세용
 
벨라진:1
 
(GM):이성이 1 감소합니다.
 
선생님을 부를 수 없게 되었으니..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벨라진:(씻고... 창밖을 바라보다 침대로 들어가 잘 준비를 한다.)
 
침대에 누우면 당신은 극심한 피로에 미처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잠에 빠져듭니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추운 거리를 하루종일 돌아다녔고,
 
밤에 이런 일도 있었으니까요.
 
용의 일과,
 
네개의 세력들이 당신의 잠자리를 어지럽게 맴돕니다.
 
당신은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뜹니다.
 
간 밤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어쩐지 굉장히 슬프고, 긴 꿈을 꾼 듯 합니다.
 
낯설지만 생각보다 인간적인 용을 만나고, 여러 소문을 모으고,
 
여러 사람과 마주했지만 해답에는 좀처럼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이 길이 틀렸던걸까요?
 
 
아니, 당신은 깨닫습니다.
 
정답 같은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어렵고 먼 길…
 
마치 천년의 시간을 외롭게 버티는 것 같은 기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일어나고 조금 뒤, 군인들 몇명이 들어옵니다.
 
군인:피곤해 보이십니다. 괜찮으십니까?
 
당신을 걱정한다기 보다는 용의 탑으로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투 입니다.
 
벨라진:(눈가를 꾹 눌렀다 떼었다.) 일정에 지장은 없을 테니 괜찮네.
 
군인:..알겠습니다. 다음은 왕의 전령입니다.
 
군인:.. 이상입니다.
 
벨라진:...그래.
 
당신이 밖을 나서자 익숙하던 하인이나 마부도 보이지 않고,
 
시중을 드는건 전부 군인 뿐입니다.
 
보호랑 별 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감시를 당신 역시 당하게 된 것일까요?
 
눈발이 흩날리는 차창을 보다보면 금방 용의 탑에 도착합니다.
 
탑으로 올라가보면,
 
용은 침대에 누운 채로 당신을 맞이 합니다.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엔 지친 기색이 완연하고,
 
이불 바깥으로 빠져나온 손은 차갑습니다.
 
땔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 안은 바깥보다 추운 듯 합니다.
 
용은 당신이 들어온 것을 눈치 채고 몸을 살짝 일으키더니 입을 엽니다.
 
에테네르:너도 참.. 다친 곳은?
 
에테네르는 어젯밤 일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벨라진:(고개를 저었다.) 저는 멀쩡합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에테네르:.. 아픈데. 이젠 감출 필요 없으니까, (어깨를 으쓱이고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어.
 
벨라진: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구한 얼굴로 당신의 손에 시선을 고정한다. 무력함을 맛보는 일은... 늘 새롭고 기껍지 아니하군.)
 
에테네르:(너를 보다가 시선을 돌리고는) 네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날 죽여주는 것뿐일까. (라며 실소하곤 몸을 일으켜 비스듬히 앉았다) 조각은 많이 모았어?
 
벨라진:(말문이 막혀 고통스레 눈을 감았다. 죽어야 하는 자는 간절한 간구에도 죽고 살아야 하는 이는 죽음 같은 고통에서도 눈 돌릴 수 없는. 그것은 누가 정한단 말인가. 목이 잠겨 힘겹게 말을 내뱉으려다 실패했다. 대신 시계를 꺼내어 건네는 것으로 대신한다.)
 
에테네르:.. (나를 위해 저런 표정을 지어준 자가 있던가. 제법 기꺼워 피식 웃고 만다. 네가 건네는 시계를 들여다보곤) ..하나 남았네. 겨울의 조각은 널 적대하는 자가 가지고 있을 거야.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하겠지. 생각하며 네게 시계를 다시 돌려준다)
그럼.. 이제 겨울에 대해 말해줘볼까. 그동안 궁금했지?
 
벨라진:(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품에 넣었다.)
 
에테네르는 셔츠의 단추를 네다섯개 풀어냅니다.
 
그러면 목 아래로는 전부 얼음으로 뒤덮힌 피부가 보입니다.
 
얼음은 만지면 녹지만,
 
금방 심장에서부터 뻗어나와 온 몸을 덮습니다.
 
에테네르:보이지? 이건 내가 성 바깥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을 천년간 혼자 맞고 있었기 때문이야.
다들 겨울이 내 우울과 병으로 인해서 왔다고 하는데.. (입을 비죽인다..) 그건 아니고 원래부터 왕국 너머 북쪽에 존재하고 있어. 내가 막고 있었던 것 뿐이지.
 
벨라진:그럼... 당신은 최후의 보루일진데 어찌 제게 죽여달라 청을 하십니까.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다. 용은 하나의 직책. 그리고 권능이 된 반복과 순환의 원칙. 새로이 피어날 계절, 선택받은 이.)
 
에테네르:(잠시 침묵하더니) 그건, 내가 죽어서.. 꼬리를 다시 이어야하기 때문이야. 그건 네가 도와줘야 하고. 나는 지금까지 북쪽에 있는 서리거인에 맞서 추위를 막아왔지만, 이젠 겨울을 막을 힘이 남지 않았어.
시간은 많지 않아.. 내일 아침까지. 그때까지 생각해보고 선택해.
 
라며 당신을 보는 에테네르의 눈에는
 
당신을 향한 신뢰, 정, 연민.. 다양한 감정이 비칩니다.
 
벨라진:...(겨우 마주보다 시선을 내려 눈길을 비껴 피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양하십시오.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에테네르는 침대에서 일어나 당신을 문 앞까지 배웅해줍니다.
 
문을 닫기전 에테네르는 지나가듯이 얘기합니다.
 
에테네르:용은 이 곳에서 겨울을 맞는 직책이지만, ..나에게는 다른 희망이 있으면 좋겠네. 그럼 잘가.
 
(GM):지능 판정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용을 처음 만났을 때,
 
용은 탑 위에서 왕국을 내려다보는 직책이지만
 
자신의 이름은 에테네르라며 대답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에테네르가 말을 할 때도 용과 자신을 구분해 사용해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에테네르는 용의 일을 끝내고 싶은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웅을 받고 나오면 어느덧 시간은 오후가 됩니다.
 
바깥에서 군인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흘끔보긴 합니다만,
 
별 다른 언질 없이 마차를 내줍니다.
 
마차에는 늘 보던 마부 대신 군인이 말을 몰고 있습니다.
 
마차를 타고 내다본 거리는 회색빛깔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와,
 
눈발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생활 하기 위해 땔감을 구하고,
 
밥을 구걸하고, 신에게 기도하여 가족과 친구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용이 죽는 것 정도야 큰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해답을 구하려면 주변을 좀 더 돌아보는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상점가로 가지.
 
귀족들이 후원하는 여러 길드들의 본거지로 이루어진 거리입니다.
 
예전에 이 곳은 상공업의 중심지였습니다만,
 
지금은 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았습니다.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상점가 입구에는 커다란 벽보가 붙어 있습니다.
 
벨라진:(천천히 걸어 상점가 입구 벽보를 바라보고 선다.)
 
벽보에는 상인들의 합의문이 붙어있습니다.
 
벨라진:(무감한 얼굴.) 그 자와 오늘 이야기를 마쳐야겠군. ...받아야 할 것도 있고 말이지.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상점가 근처에서 종말을 소리 높여 외치는 낯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구경하거나, 피해다닙니다.
 
(GM):듣기 판정!
 
벨라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주변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종말을 소리 높여 외치는 낯선 이는.. 광인과 다를바가 없어보입니다.
 
광인에게 다가가 보나요?
 
벨라진:(다가간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을 정도만.)
 
광인은 사람들에게 불타는 얼음의 서리거인,
 
신에 대한 이야기를 설법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성 바깥에 나가 팔이 여섯개 달린 야만인들과 그들이 모시는 신을 영접했고,
 
그에게 몸과 마음을 바쳤기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다들 그 신을 진심으로 모신다면 얼음의 시대,
 
겨울을 날 수 있을거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입니다.
 
그는 이 추위에도 옷을 거의 입고 있지 않고,
 
사지 일부분이 동상으로 새까맣습니다.
 
벨라진:터무니없는 소리. (여느 사람들과 같이 그를 지나친다.)
 
당신이 그를 지나쳐 상점가를 마저 살피면,
 
어느새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집니다.
 
저녁엔 각 대신이 지내는 처소 문이 열립니다.
 
당신은 대신이 지내는 처소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살롱으로 가지.
아니 잠시. 도서관으로 가겠네.
 
호수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섬에 있는 도서관입니다.
 
가장 큰 건물은 높은 탑모양의 서고입니다.
 
내부에선 늘 학생들이 사다리에 매달려 책에 있는 먼지를 터는 척,
 
짬짬히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학자의 방은 도서관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나선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커다란 다락방이 나옵니다.
 
바닥엔 복잡하게 생긴 뼈나 오래된 나무등걸 같은 것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책상 전체에는 계산식 같은게 휘갈겨진 페이퍼들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벽 한쪽 면 전체에는 무언가를 한참 연구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휘날리는 연구자료들에 뒷목잡고 쓰러지는 학생 너머로 보이는 것은..
 
수많은 종이를 날리며 환희에 차있는 학자입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던 학자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네요.
 
학자:뭐야, 왔네?
이쪽으로 와. 아무거나 막 건드리진 말고~
 
본인이 이미 다 어질러 놓지 않았나요..
 
벨라진:...(잡동사니를 최대한 밟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나중가선 그냥 발로 슥슥 밀로 들어왔다.)
*고...
 
학자:그래그래, 잘왔어~ (네 등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여기서 보고 싶은거 있으면 보고,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면 물어봐. 내가 구경시켜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시국에 맞지 않는 굉장한 하이텐션..)
 
벨라진:그대는 항상...... 신나보이는군. (앉을 데가 있나 둘러보다... 그만뒀다.) 그간 연구 성과라도 있나 봐?
 
학자:그럼! 왕자님이 너무 늦게온 탓에 여기저기 쌓여있지. (라며 책상에 있는 연구자료를 들고와 네게 건낸다)
 
벨라진:흠. (알아보기 힘든 글씨다! 게다가 거꾸로 들고 있다.) 전혀 모르겠군.
 
학자:그럴 줄 알았어~ (익숙하다는 듯이 자료를 돌려주더니 내용을 설명해준다)
 
당신은 이것이, 겨울에 관해 수집한 데이터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학자:이건 왕국 벽 너머, 천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주변 토지를 조사해 얻은 결과야! 초기에는 왕국이 따뜻했을텐데, 점점 기온이 떨어지고 있어.
우리는 그 단계마다 각각 이름을 붙여줬지. 어때, 제법 괜찮지 않아?
 
벨라진:흐음... 나쁘지 않군. 수고했네.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줬다.) 용에 관한 건?
 
학자:(훗) 용? 용이라면.. 그래. 왕자님, 용을 숭배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뭔지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벨라진:글쎄... 천 년을 왕국의 수호해온 존재이니 숭배하는 이유엔 대충 걸맞다 생각하지만. 정확히 알아본다라, 무슨 의미지?
 
학자:다들 거창하게 용이라고 말을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건 신이라기엔 너무 인간적이잖아. 저기 봐 봐. (라며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킨다)
 
벽에 있는 것은 속기를 흘려쓴 듯 보이는 글자들입니다.
 
대부분은 알아보기 힘들지만..
 
(GM):자료조사~~~~판정~~~~~~
 
벨라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역시 알아보기 힘듭니다.
 
벨라진:읽어 줘. (!)
 
혀를 차던…. 학자는 자료들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이것이 용을 연구한 자료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됩니다.
 
학자:이건 근 천년간 얻은 자료로 도출한 용의 가설인데, 종교적인 비유나 국가 기밀로 취급되지만.. 내가 짐작하기엔,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식에 당도한 인간일 거라는 얘기야.
 
벨라진:발전된 지식은 마법이라고 하지만. 어찌 그게 가능한가?(벽의 속기를 천천히 뜯어본다.)
 
학자:난 본인이 아니니 모르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니까~ 그거 그만 보고 이리 와봐. (질질질.. 널 끌고간다)
 
벨라진:(얌전히 끌려감...)
 
학자는 당신을 뼈와 나무 등걸이 놓여져 있는 곳으로 이끕니다.
 
살펴볼까요?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닥에 있는 뼈는 인간의 팔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람보다는 훨씬 큰 모양입니다.
 
또한, 나무 등걸에는 딱 그 손이 긁었을 법한 손톱자국이 있습니다.
 
학자:이게 뭘 거 같아? (빨리 신박한 대답을 해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벨라진:(뭘 기대하는 거야) ... 뼈다귀랑 나무.
 
하 참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칼을 넘긴 학자는
 
비밀이라는 듯이 손가락을 들어 코 앞에 세우고선 쉿, 하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작게 속삭입니다.
 
학자:이것들은 출처가 금지 된 숲이야. (뼈를 카리키며) 이건 야만인의 뼈. 얼핏 동물뼈처럼 보이지만 사람과 구조가 완벽하게 같아. 개와 늑대보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수치라니까?
 
벨라진:야만인은 인간과 뿌리가 같다는 건가?
 
학자: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이걸 누가 구해온 줄 알아?
 
벨라진:그래, 그래. (짧게 생각에 잠겨있다 베레모 위 슥슥 쓰다듬어준다. 강아지 만지듯이...) 잘했네.
 
학자:(뭔가 개 취급을 받는 기분인데..) 내 자랑스러운 학생들이 가져왔거든~
 
학자는 학생들을 가리킵니다.
 
점수를 받기 위해 애 쓰는 학생이 많다며 의기양양하게 덧붙이네요.
 
너머로 학자가 어지른 자료를 정리하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불쌍하군요...
 
벨라진:...불쌍하군. (뚫린 입!) 위험한 일은 이제 시키지 말고.
 
학자:그래그래~ 뭐, 본인들이 자처한거긴 하지만? 이제 끝나가기도 하니까. 아, 그리고 왕자님. 가기전에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래?
 
벨라진:무엇이지? (나가려다 말고 뒤돌아섰다.)
 
당신이 학자를 바라보면,
 
학자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를 잡네요.
 
학자: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아. 나는 계절이 순환하는 방법을 찾고 증명할거야.
희생자들을 딛고, 우리는 이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어.
왕자님, 나는 당신이 내 연구방식을 인정해주고,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원해.
어때.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벨라진:그렇잖아도. 그대는... 지금과 같이 하던대로 하도록. (반대해도 할 거잖아) 너무 위험한 건 시키지 말고. 명령이네. (한 번 더 강조했다...)
 
학자:(활짝~!) 그래, 잘 알겠어. 그럼 조심히 가, 왕자님~!
 
벨라진:(대충 손을 흔들어 준 뒤 도서관을 나선다.)
 
당신이 대신과의 대화를 끝마치면 바깥에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 당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옵니다.
 
소파에 앉으면 군인이 다가와 어떤 스승을 부르길 원하냐고 묻습니다.
공작을 부르겠다.
 
조금 뒤 공작이 방 안을 들어와 우아한 인사를 합니다.
 
태도는 예의바르지만 여유롭고 빈 틈이 없어보입니다.
 
공작의 뒤를 따라온 시종이 품 안에서 봉인이 된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라집니다.
 
시종이 나가고 나면 공작은 가만히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벨라진:나의 누님은 내가 어릴 적, 암살자를 쓸 땐 적어도 두 명씩 보내왔네. 날 죽이지 못해도 그저 명령 받았을 뿐인 이들을 내 손으로 처리하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아도 겪을 수 있는 죄업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려고. 경은 다음부턴 썩어나는 돈을 좀 더 쓸 필요가 있겠어. (다음이 있다면 말이지. 하고 낮게 덧붙였다.)
 
공작은 당신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살아서 자신과 대면한 것이 불편한 듯,
 
눈을 찌푸리더니 이내 입을 엽니다.
 
공작:.. 저는 겨울이 시작됐을 때 왕과 왕국에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왕국을 위해, 저와 왕의 대립은 불가피했죠. 왕자님께서 더할 나위 없는 후계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제 편은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공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공작:씨앗에서 원치 않는 것이 피어났으니, 잘라낼 필요를 느꼈을 뿐입니다. 허나 이리 질길 줄 알았다면.. 왕자님 말마따나 좀 더 튼튼한 것을 준비해둘 걸 그랬군요.
자, 이렇게 되었으니 왕자님께서는 저를 어떻게 하실 셈입니까?
 
공작은 한치의 수그러짐도 없이 당신의 앞에 서있습니다.
 
벨라진:하하, 경의 충심이 그리 대단한 줄 알았으면 미리 어머니께 고할 걸 그랬군. (즐거운 듯 웃었다.) 안심하게. 여긴 내 사적인 공간이고, 무뢰배들을 들이는 공간은 아니지. 그대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해이니. 공의 눈엔 내가 왕관을 쓰기 위해 부모마저 살해할 냉혈한으로 보였을진 모르겠으나...
 
공작:(마주 웃더니) 왕자님의 아량에 감탄하게 되는군요. 역시 후계자의 재목이십니다. 하지만 후환을 남겨두시려는 겁니까? 감당하실 수 있을런지요.
 
벨라진:오? 지금 내 걱정을 해주는 겐가? 경은 사소한 데에서 어리숙하게 구는군. 덧없는 짓이네. 나 역시 재주가 아주 모자라는 것은 아니니 주군 될 자로써 최선을 다 하지. 윗사람의 그늘에 기대어 보게. (입꼬리를 올렸다.)
 
공작:..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평온해 보이나, 억눌러진 분노가 옅게 어려있다) 오늘 밤은 왕자님과 담소를 나눌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의 있게 고개를 숙이고는 시종이 가져온 상자를 응시한다) 저 상자는 왕자님을 위한 것이니, 한 번 열어보시길.
 
공작은 방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요.
 
당신이 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벨라진:저 자는 가망이 없으니 안 됐군. 썩은 동아줄을 붙잡아 봤자이지. (태연하게 남은 차를 들이키곤 상자를 가져와 열었다.)
 
상자를 열면
 
그 안에는 아주 오래된 듯한 그림 여러개와,
 
부채꼴의 금속 공예품이 들어있습니다.
 
부채꼴의 금속 공예품을 살펴보면, 그것은 눈결정 모양이 섬세하게 양각된 모양입니다.
 
봄의 조각의 옆, 그리고 가을의 조각의 윗 부분에 딱 맞게 들어갑니다.
 
각각의 그림은 어떠한 상황을 나타내는 듯 보이며, 순서는 뒤죽박죽 섞여있습니다.
 
벨라진:(그림을 c b d a 순으로 배열한다.)
 
당신이 시간 순대로 나열하면
 
이것이 용의 일생을 다루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킵니다.
 
벨라진:...(한숨을 내쉬곤 그림을 다시 상자에 정리해둔다. 힘없이 침대에 몸을 뉘였다.)
 
..바깥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슬슬 자야겠군요.
 
자고 일어나면 내일 아침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용을 죽이라 부탁한 사람의 얼굴도,
 
용의 얼굴도,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도 차례로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요?
 
수많은 생각들 사이로 밤은 깊어만 갑니다.
 
눈을 뜨면 시간은 아침입니다.
 
문 밖은 바람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지만,
 
너머에서 긴장 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곧 이어 군인들이 들어와, 거친 손으로 채비를 도와줍니다.
 
마차에 타기 위해 문 밖을 나서면, 새하얘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눈보라가 왕도를 다 덮을듯 몰려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백지로 만들어버릴 듯한 설원 위에서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생명체입니다.
 
마차에 타면,
 
최근 5일간 겪었던 일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다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협력했고,
 
다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용을 죽이라고, 혹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떤가요?
 
눈과 바람이 그치는 것,
 
왕국을 물려 받는것,
 
세력가들과 손 잡거나,
 
신앙을 갖거나,
 
지식을 얻는다거나..
 
그런걸 스스로도 원하고 있나요?
 
생각해보는 와중 마차는 탑으로 가는 문에 도착합니다.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면,
 
군인 네 명이 문 앞을 지키며 들어가라는 시늉을 합니다.
 
벨라진:(한숨을 쉬고 계단을 오른다.)
 
탑으로 올라갈수록 냉기가 온 몸을 감싸옵니다.
 
두터운 옷도 죽음의 한기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윽고 당신은 용의 방 문 앞에 도착합니다.
 
벨라진:...(노크를 하고 들어선다. 무거운 발걸음.)
 
용의 방 문을 열면,
 
이불을 두른 채 책을 하나씩 분류하고 있는 용을 볼 수 있습니다.
 
엉망진창으로 쌓여있던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차례차례 탑의 벽면을 따라 꽂혀있습니다.
 
밤새도록 책정리를 한 것일까요?
 
또한, 테이블 위에 있는 집필 중이었던 책이 마무리가 된 듯 해보입니다.
 
당신은 이 책을 읽어보나요?
 
벨라진:지금... 봐야합니까. (책을 펼쳤다.)
(그래. 신에게서 받은 목숨을 신에게로 돌려주는 순환이니. 아주 잔혹한 방식이군. 이 원망마저 그러도록 예정되어 있었을것이란 생각에 코웃음 쳤다.)
 
당신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용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어깨에 걸친 이불을 여밉니다.
 
에테네르:왔네, 어떻게 할지 생각은 해봤어?
 
라고 묻는 에테네르의 얼굴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없습니다.
 
그저 평소와 같은, 당신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때와 같은 얼굴입니다.
 
벨라진:(그와 눈을 마주할 수 없다. 침묵.) ...아시잖습니까. 미래를 읽을 줄 아시니.
 
에테네르:(소리 내 웃더니) 그런 말을 하긴 했지. 근데 이제 와 말하지만 마법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
 
에테네르는 당신을 벽난로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에테네르:그리고.. 너무 침울해하지마. 날 죽이지 않으면 겨울에 왕국이 사라지는걸 막을 수 없으니까. 그걸 위해, 넌 용의 역할을 이어나가야만 해.
..
라고 너도 말했었겠지.
뭐! 기억은 잘 안나지만~ 무려 천 년전이니.
 
라고 말하며 벽난로 위에 있는 그림에 손바닥을 가져다댑니다.
 
그러면 벽난로 위에 있던 용 한 마리가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던 원 모양은,
 
용 두마리가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물고 원이 된 모양이 됩니다.
 
벽난로에는 두 마리의 용이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본래의 그림이 나타납니다.
 
그래요,
 
용은 애초부터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용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합니다.
 
에테네르:벨라진, 너는 자각하지 못하는 알 같은 존재야.
우리는 저주를 받아 천 년의 시간을 두고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면서 왕국을 지켜오고 있었어.
하지만 그 오랜 시간과 기억 속에서 미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러기에 우리는 선택했어. 죽음으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새로이 시작하는거야.
그것이 다시 봄을 맞고, 직책을 계승하고, 계약을 지키며, 용의 꼬리를 이어가는 일이야.
..나는 며칠간, 네가 이 사실을 스스로 알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다렸어. 친히 기다려줬으니 감동해도 좋아.
 
왕자님은 깨닫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가 자신을 지목한 것도,
 
자신이 후계자가 된 것도,
 
어쩌면 태어나서부터라던가..
 
알지 못하던 저 먼 시간부터 당신은 용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벨라진:(속눈썹이 느리게 눈을 덮었다 떨어졌다. 이것 또한 인과인가? 몇 번의 고통스러운 반복을 견뎌야 시간의 갱신을 중지시킬 수 있는가. 불멸하며, 영원토록 패배하게 되어 있는 신의 이야기가 가소롭다.) 에테네르.
 
에테네르:... 드디어 이름으로 불러주네. 그 되지도 않는 경칭을 듣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 (툴툴거리며 말해보라는 듯 너를 바라본다)
 
벨라진:......준비는, 되셨습니까. (이 고통은 필시 여러 번 반복된 것이다. 종래에는 제 이성을 앗아갈. 당신이 숨을 거두면 세상이 되돌려지고 얼어붙은 땅에선 싹이 자라날진데 앎이 주는 고통은 막중하며, 감당하기 버겁다.)
 
에테네르:나? 글쎄, 죽어보는 건 천 년 만이라 조금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없이 가벼운 말투다) .. 처음엔 네 의지를 잇는다는 사명감에 죽음은 생각지도 않았어. 왕국을 꾸리는 것도 보람찼고, 나쁘지 않은 삶이었지. 근데.. (널 향하던 시선은 어느새 눈이 내리는 밖을 향한다) 어느 날은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들었어. ..어느 날은 미치도록 죽고 싶었지. (잠시 침묵하더니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너를 원망했어. 네가 용이 돼도 난 너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거라면서. 근데.. 우리 처지가 피차일반이라, 맘 놓고 원망하지도 못하겠더라.
..잡소리가 길었네. 여하튼 천년이란 시간은 내게 너무 길었고.. 난 그냥 조금 지친 거야.
이제 쉬고 싶어.
 
벨라진:(억겁의 반복을 겪고도 한 곳에 걸린, 단선이길 포기한 역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여기에 고통의 핵심이 있다. 진주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신은 결코 다정한 존재가 아니다. 우릴 존재토록 하기 위한 사건들이여. 이것은 참으로 긴 이야기.) 우리는... 그렇게 설계되었군요. (반복된 이야기는 모든 것을 마모시킨다. 슬픔도. 올바르게 이해한 유일한 자는 적법한 목격자가 된다.) 이제 쉬셔도 좋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그렇게 설계된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한 우리들의 긴 여정은..
 
또다시 막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쉬어도 좋다 얘기하자
 
에테네르는 늘 그렇듯이 웃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편하고.. 후련해보이는 웃음입니다.
 
에테네르:말한대로 이 시대의 겨울과 고통은 내가 죽으면 끝이 나.
용이 죽으면 새로운 용이 나타나, 다시 겨울을 녹이는 거지.
이것말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어.
여러가지 해봤는데, 난 실패했거든.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기 위해서는 서로 맞닿은채로
잘자, 눈을 뜨면 다시 만나.
 
에테네르:라고 인사하면 돼. 간단하지?
 
벨라진:...(천천히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서서, 어설프게 손을 올려 차가운 몸을 끌어안았다. 이마를 툭 맞대었다. 눈을 감는다. 마지막을 고하는 나즈막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잘자, 눈을 뜨면... 다시 만나.
 
당신이 용을 죽이기 위해 끌어안으면, 차가운 피부 너머로 아직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문을 외우기 위해 안은 몸은 차가워,
 
사람이라기보다는 눈으로 빚은 것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직 피부 너머로 생을 붙잡는 고동이 있습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용의 피부 위를 혈관처럼 덮은 성에들이 번졌다가 돌아오길 반복하며
 
이 곳에 용이 아닌,
 
에테네르가 살아갔다는 것을 증명하듯 요동 칩니다.
 
서리들이, 죽음에 반항하듯 당신을 감쌉니다.
 
그러지만 이내, 껴안은 자리에서부터 차가운 피가 녹아가는게 느껴집니다.
 
닿은 몸이 부드러워지고, 점점 따뜻해 지는게 느껴지면
 
에테네르는 작은 상자를 당신에게 건냅니다.
 
에테네르:내가 죽고 난 뒤 열어봐.
마지막 선물.
 
그리고 마지막에는..
 
에테네르:..우리 둘 중 누군가는 희망을 찾겠지.
언젠가는 말이야.
 
라고 말합니다.
 
라며 에테네르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이제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 아직 놓지 못한 서로의 약속도,
 
천 년간 마지못해 바라왔던 죽음조차도.
 
이제 모든 것을 잊을 때입니다.
 
당신이 말을 끝마치면 에테네르는
 
품 안에서 한 번에 부드럽고 따뜻한 물이 되어 녹아버립니다.
 
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십니다.
 
이제 당신의 손에 남은 것은 형체를 잃은 물방울 뿐입니다.
 
...
 
...
 
그 순간,
 
품에 있던 시계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빛나기 시작합니다.
 
당신에게 정녕 후회가 없는지, 이 결말을 받아들이고 싶은지 묻는 듯이.
 
...
 
당신은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다시 반복한다고 해서, 더 나은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당신은 이런 선택을 아주 여러번 해 왔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걸 보면,
 
여러번 용의 심장을 녹여왔을 것입니다.
 
이 결말 역시, 하나의 방법이겠죠.
 
그럼에도 당신이,
 
이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면.
 
당신은 시계를 주워 시간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벨라진:(우리는 이미 지옥의 업화 속에서 오래 불탔다. 이제는 바로잡고 처음으로 돌아갈 때. 몇 번째 반복인 지는 알 수 없지만... 작위적인 반복을 정지시키는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거며쥔 가능성이며 신의 대적자로 설계된 이들이 할 수 있는 지고의 행위이니. (시계를 주워 입맞춘다.)
 
당신의 선택은 미련이나 탐구심, 혹은 열정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바라던 일을 해낸 결과를 받아들이나요?
 
받아들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것 또한 하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결말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걸로 끝낼 수 없습니다.
 
당신이 바란 결말은 이것과는 달라야 합니다.
 
빛나는 시계를 쥐고, 결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돌아보면 그 곳에는, 깊은 후드를 눌러 쓴 자기 자신이 있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뒤집히는 듯한 새하얀 실명…
 
당신은 흔들리는 시간을 되짚습니다.
 
사고와 이성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물살을 거스르는 것과도,
 
한 없이 추락하는 것과도 비슷한 기분입니다.
 
그것은, 흐름을 거스르는 일…
 
그리고, 당신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먼 왕국에 심장이 얼어붙은 용이 살았습니다.
 
용은 전지전능한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사의 날개처럼 부드러운 깃털 침구에도,
 
짝을 잃고 우는 나이팅게일에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왕국은 천년간 평안했으나,
 
용이 마음을 잃어버린 이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갈수록 강해지는 날카로운 바람에 숲과 샘은 식어가고,
 
추위를 타고 찾아오는 죽음이 사람들을 괴롭게 했습니다.
 
왕은 대신들에게 물었습니다.
 
“용의 겨울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자 부유한 공작이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많은 재물을 바쳐야 합니다.”
 
연이어 유명한 신관이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깊은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어서 똑똑한 학자가 말했습니다.
 
“용에게 더 높은 지식을 깨쳐야 합니다.”
 
하지만 용은 많은 재물도, 깊은 믿음도, 높은 지식도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아닌자가 말했습니다.
 
“용의 심장을 녹여주어야 합니다.”
 
그러자 왕은 왕자님에게 무슨 희생을 치뤄서라도 왕국을 구해내기를 명했습니다.
 
… 당신은 말합니다.
 
벨라진:3
 
용은 당신이 말을 걸자 언제 굳었냐는 듯 금새 기색를 숨기고선 맞은 편 책 무더기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합니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말을 합니다.
 
에테네르:너, 벨라진이지?
 
마치 전부터 당신을 알았던 것처럼요.
 
벨라진:(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테넬.
 
에테네르:.. ..우리 오늘 처음보는거 아닌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저 호칭은 입에서 꺼낸적도 없는데.. 네게서 드는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기울인다)
 
벨라진:하하...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손바닥을 펴 쥐고있던 시계를 내민다.) 면목이 없습니다.
 
에테네르:... (네가 건낸 시계를 보곤 인상을 쓴다...) ..잘하는 짓이다 아주.. (귀 잡아댕기기!)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시간까지 돌린거야?
 
벨라진:(끙!) 하지만... 당신도 이렇게 했을 거잖아. (신의 뜻에 휘둘리는 도구에 불과한 생을 계속 이어가겠다면, 신의 임재(臨在)를 부정하고 마는 것이다. 반복을 통해 제자리에서 한발짝 나아가는 인간의 미덕을 입고서.)
 
에테네르:... (대꾸하기는! 잡았던 귀를 한번 당기고는 놓아준다) ..그래, 맞아. 나도 여러번 돌렸었어. 별 소득은 없었지만. (뚱..) 그래서 이제 어떡할건데, 계획은 있어?
 
벨라진:(자기 귀 문질...) 문 꼬리를 놓는다는 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왕국의 흥망성쇠, 그리고 이것을 수호하는 '용'의 자리. 진실.) 왕국 밖에 도사리는 것들을 없애는 방법은 모르십니까, 용이시여.
 
에테네르:너랑 나랑 거기서 거기인데 그렇게 높여 부를 필요는.. 됐다, 말해 뭐 하겠어. (질색하며 손을 휘휘 젓고는) 문 꼬리를 놓는 건, 우리 둘 중 한 명이 포기하는 거야. 계속 이어진 순환을 말이지. 그 이후에 이 왕국이 어떻게 되는지는 몰라.
왕국 밖에 있는 것들이라면.. 글쎄, 나도 근원을 없애보려고 금지된 숲으로 나가봤었는데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아, 죽을 뻔하긴 했는데. (바로 시간을 돌렸지만~.. 덧붙이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벨라진:...영문을 모르겠군요. (턱을 괸 손의 손톱을 물었다. 무엇으로 의지를 보증하는가. 그래도 해 볼 만한 시도인가?) ...제 정신이 무너지지 않는 한, 시간을 돌리는 횟수에 제한은 있습니까?
 
에테네르:없는 것 같아. 그 시계,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할 때만 반응하거든. (생각하고 보니 소름 돋네.. 제 팔을 살짝 문지르곤)..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너 혼자서 숲으로 나갈생각은 하지도 마!
 
벨라진:아무것도 아닌 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예정된 미래 중 단 한가지만은... 저희들에게 다정한가 보군요. (이 모든 것들이 반복의 공이자 과라고 해도.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이전의 당신은 제게 부탁을 하셨지만... 이번은 제가 하나 청을 하겠습니다. 내일 저를 왕국 밖으로 내보내 주십시오.
 
에테네르:... 보나 마나 네 얼굴이었겠지. 나 때는 내 얼굴이었거든. (이어지는 네 얘기를 가만 듣고는 다시 인상을 쓴다) 나간다고? 너, 잘 생각해. 네가 갑자기 왕국 밖으로 나가버리면 모두가 네가 도망친다고 생각할 텐데, 감당할 수 있어?
 
벨라진:...어차피 제가 있든 없든 왕국이 멸망하는 것은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고통의 총량이 적은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추위는 너무... 아프니까.) 나가서 죽거나... 여기서 얼어 스러지는 왕국을 보며 천천히 미치거나 둘 중 하나...겠군요 (자조!)
 
에테네르:... ...하 .. 그래, 너도 얌전히 용의 자리를 이을 생각은 없다 이거군. (찡그린 표정으로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알겠어. 그렇게 해. 대신, 조건이 있어.
첫째, 날 데리고 갈 것. 인간의 몸으론 거긴 너무 위험해. 둘째, 오전에는 내가 왕국을 둘러보게 해줄 것. 너는 지금이 반복되는 거겠지만 나는 처음이거든. (툴툴거리며 네 대답을 기다린다)
 
벨라진:하하, 좋습니다. 열쇠를 가지고 기다리도록 하지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네르:그래, (절대 왕국 밖으로 내보내줄 생각은 없었지만.. 너도 날 내보내줬었으니까. 가만히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럼 이만 가봐.
 
들어왔던 길을 따라 나오면,
 
왕에게 신임받는 신하가 열쇠를 든 채 마차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전과 똑같네요.
 
벨라진:(선량한 표정!) 내 그대가 공작에게 무어라 속살거리는 지 익히 잘 알고 있네. 폐하께선 그대를 제법 신임하시았거늘... 아들인 나는 과히 마음이 좋지 않네.
열쇠를 그대에게 맡기긴 어려울 것 같으니 좋은 말 할 때 넘기는 것이 어떠한가. 제안이 아닐세.
 
신하는 당신의 말에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당신에게 열쇠를 내미네요..
 
벨라진:흠, 그리 방어적으로 굴 건 없네. 자네같은 자가 있는 것도 위정자가 겪는 당연한 수순이지. (열쇠를 받아들고 마차에 올라탔다.)
 
당신이 마차에 타자 말을 모는 마부가 입을 엽니다.
 
벨라진:흠. (반복이란귀찮군!)
주택가로 가지.
잠시. 말을 번복해서 미안하지만
광장으로 가겠네.
 
광장으로 말을 몰던 마부는 갑자기 곤란한 듯이 입을 엽니다.
 
벨라진:괜찮네. 호숫가는 한적하겠지. 그리로 가게나.
 
호수 주변, 게이트 근방에 위치한 호숫가입니다.
 
이 곳은 대부분이 호숫물을 끌어와 밭이나 낙농을 하는 경작지입니다.
 
근처 경작지에는 일하는 농부 하나가 보이고,
 
게이트 근방에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는 초소들이 있습니다.
 
초소 앞에는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불을 쬐고 있고,
 
호숫가 근처에는 사람들이 몰려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벨라진:(마차에서 훌쩍 내려 호숫가 근처의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다리에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서 있습니다.
 
손에 종교적 문양을 쥔 사제 한 명이 다리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제:사람이 죽어가는 연구를 멈춰라!
연구를 한다는 핑계로 사냥을 가는 농부들을 통과 시켜주는 경비병과, 샘플을 가져오면 돈을 가져다주는 도서관의 학생들을 규탄한다!
바깥은 위험하다!
지금 신전은, 환자들로 가득차 있고 그 환자들은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당신의 가족이나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사제는 외치지만,
 
곧 이어 다리 위에 있던 학생들이 맹렬한 비난을 하기 시작합니다.
 
학생:이 추위에 배를 곯느니 나가는게 나은거 아냐?
게다가 자기가 원한 일이었다고! 우리는 억지로 시킨게 아니야.
게다가 신전에 들어가는 헌금도 그렇게 바깥에 다녀온 시민들에게서 나온거 아냐?
우리가 신전을 먹여살려주는거나 다름없거든!
 
비난을 하던 학생은 결국 사제를 떠밉니다.
 
물에 빠진 사제를 보던 학생들은 킬킬거리며 도서관으로 가버립니다.
 
벨라진:(사제가 물에 빠지자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가 그를 건져내었다.)
 
사제:감사합니다…
전 신전에서 간호 일을 하는 사제인데, 요새는 바깥에서 다친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요.. 바깥으로 나가는 걸 조장하는 도서관의 행태를 바꿔야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는 그는..
 
어째 낯이 익습니다.
 
기억하나요?
 
당신은 넷째날에 기절한 사제 한 명을 구해주었죠.
 
그 자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벨라진:(눈을 가늘게 뜨고 사제를 훑어보다가) ...신을 섬기는 이가 손을 피로 물들일 생각일랑 말게. 그것은 자네 홀로 질 수 없는 짐일세.
 
사제:..네?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알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죠.
 
이번엔 뭔가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웃으며 감사 인사를 마저 한 사제는 옷을 말리러 신전으로 돌아갑니다.
 
벨라진:인과란 참으로 무겁군. (손에 묻은 물을 털고선 군인들 옆으로 다가간다.)
 
숙소 앞에 모여 있는 군인들 입니다.
 
다들 왁자지껄하게 경비를 서면서 본 소문에 관해 떠들고 있고,
 
누군가 그런 소문들을 받아 적고 있습니다.
 
왕궁에서 보았던 학자입니다.
 
벨라진:(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가까이 다가가 듣고자 한다.)
 
당신이 천천히 다가가자, 인기척에 학자가 고개를 돌립니다.
 
학자:뭐야, 왕자님이잖아? 여기까진 무슨일이래?
 
벨라진:(듣기만 하고 떠나려 했거늘...)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하십니까.
 
학자: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바깥에 나갔다 들어온 사람들이 겪거나 본 것에 대해서야! 왕자님도 알려줄까?
 
벨라진:들려주십시오. (군인들 옆에 슬쩍 앉았다.)
 
건내받은 학자의 연구서를 살펴보면 익숙한 필체입니다..
 
사람들이 겪거나 본 것에 대한 자료가 쓰여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사람의 손과 같지만 커다란 손과
 
털이 난 뿔에 관한 이야기가 공통적입니다.
 
학자:나는 바깥에 있는 야만인이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하지만 더 강한 괴물이나 짐승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어때, 놀랍지 않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놀랍지 않군요.
 
당연합니다.
 
당신은 인생 2회차니까요.
 
벨라진:놀랍습니다. (이 왕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거짓말을 못한다!)
 
학자:... ...뭐야, 놀랍지 않은거야? (찌풀..) 내가 어떻게 알아낸 정보들인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쥐어싸매곤) ..안되겠다, 이따가 도서관에 놀러와! (뭔가 보여주겠다는 표정)
 
벨라진:예... 뭐... 발자국...이라든가 뼈... 같은거라도 찾으셨나 봅니다. (조금 재밌다)
 
학자:... ...그것도 들었단 말이야? ..학생들이 밖에서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다니는거야! (안되겠네! 기강을 잡아야겠다며 벌떡 일어남) 여튼! 꼭 놀러오라고, 왕자님.
 
라며 학자는 도서관으로 바삐 돌아갑니다.
 
가엾은 학생들..
 
벨라진:(가엾은 학생들... 군인들에게 대충 손짓으로 편하게 있으라 한 뒤 농부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작지 위에서는 냉해에 병든 식물로 고민이 많은 모양입니다
 
피곤해보이는 농부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들어보나요?
 
벨라진:(듣겠다.)
 
농부:도서관 학생들이 냉해에서 피해를 줄이는 법을 가르쳐 주어 굶는건 면했지만, 그래도 딸린 입이 많은 집은 학생의 이름을 대어서 성 밖으로 나가 야생 작물이나 짐승을 사냥하기도 하지.
지금은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나가서 짐승을 사냥하거나, 학생의 심부름을 하는게 벌이에 좋으니까 말이야.
근데 그건 불법 아닌가?
맞지, 하지만.. 경비도 학생들도 다들 사정을 아니 눈 감아주고 있지.
이 상황에서 기도만 하다간 일가족이 굶어죽으니, 나 역시 그 사람들을 이해해..
 
라며 한참을 떠들던 농부들은 다시 모종에 바람을 막는 벽을 치러 갑니다.
 
벨라진:(덩그러니...) 한시 바삐 끝을 보아야 겠군. (추위에 차가워진 손에 입김을 불었다. 마차로 돌아간다.)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면,
 
마부가 다가와 당신을 목적지로 데려다 줍니다.
 
저녁엔 각 대신이 지내는 처소 문이 열립니다.
 
당신은 대신이 지내는 처소 중 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으로 가지.
 
호수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섬에 있는 도서관입니다.
 
익숙한 곳을 지나 꼭대기로 올라가면..
 
바닥엔 복잡하게 생긴 뼈나 오래된 나무등걸 같은 것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책상 전체에는 계산식 같은게 휘갈겨진 페이퍼들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벽 한쪽 면 전체에는 무언가를 한참 연구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올 것입니다.
 
역시나…
 
휘날리는 연구자료들에 거품물고 쓰러지는 학생 너머로 보이는 것은..
 
수많은 종이를 날리며 분노에 차있는 학자입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던 학자는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학자:어, 왕자님! 왔네~ 안녕!
 
라며 손을 흔듭니다.
 
벨라진:(문간에 기대 헛기침을 하다가...) 바쁘실 때 제가 찾아왔나 봅니다.
 
학자:아니~! 연구자료가 없어졌거든! 왕자님한테 보여주고 싶은 자료가 있었는데..
 
계절의 내용을 담은 연구자료를 말하는 것일까요?
 
같이 찾아보는게 좋겠습니다.
 
벨라진:...돕겠습니다 (광활한 도서관을 둘러보곤 들릴듯말듯 한숨쉬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GM):관찰판정데쓰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GM):ㅋㅋ
 
콩!
 
따라 자료를 찾던 당신의 머리 위로 책이 굴러 떨어집니다..
 
벨라진: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아야)
 
콩!!!!!!
 
벨라진:(억울!) (책을 들고 위를 보았다.)
 
책이 떨어진 쪽을 보면
 
당신은 높은 탁상 위에 올라가 있는 연구자료를 발견합니다.
 
못 찾았을 법도 하군요..
 
벨라진:(한숨 쉬곤 손을 들어 연구자료를 집어들었다.) 학자 님. 찾은 것 같습니다.
 
학자:어, 정말!? (우다다 뛰어온다. 휘날리는 자료들이 제법 아름답다..) 그래. 이거야! 어때, 이건 놀랍지않아?
 
벨라진:(키가 작으시군요.)키가 작으시군요. (속으로 생각만 한다는 게 그만... 자료를 본다.)
 
학자는 웃으며 주먹을 쥡니다.
 
그리고 당신을 치.. 진 않았습니다만,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네요.
 
자료는 전에 학자가 보여준 것입니다.
 
당신이 자료를 보고 있으면 학자가 말을 겁니다.
 
학자:음, 왕자님은 태어났을 때부터 겨울이었지? (뭐, 키가 태어났을 때부터 컸을수도 있고.. 퉁명스럽게 덧붙인다) ..봄이 오면 어떨 것 같아?
 
벨라진:(하품~ 을 하며 자료를 돌려주었다. 명백한 도발이 맞다.) 상서로운 날씨에 얼었던 땅이 녹고 초목이 자라겠군요.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학자:(그냥 한 대 치고 대신 때려칠까..) ..그거 말고, 감상을 물었거든! 봄을 보고싶지 않아?
 
벨라진:(무해한 표정으로 눈 깜빡) 봄을 맞이할 방법이라도 알아내신 겁니까?
 
학자:(오늘 본 표정 중에 가장 흥미로워하는 표정이군) ..아니, 그건 곧 알아낼거고! 오늘 왕자님이 너무 시큰둥해서~.. 겨울을 해결할 생각이 아예 없는건가 싶었지! 아니지?
 
벨라진:당연히... 있지. 그게 내가 할 일이니. (대놓고 말을 놓았다.)
 
학자:(말을 놓는 것은 학자에게 별 타격이 없었다!) 그렇지? 이러니저러니해도 왕자님이 유일한 희망이라고들 하니까~ 나도 왕자님만 믿고 있을게, 화이팅! (하이파이브 하자는 듯 손을 내밀어)
 
벨라진:참 나...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에 응해준다.) 그리 부담주지 말게. 나 역시 자네를 제법 믿고 있으니.
 
하이파이브~!
 
학자는 영광이라며 깔깔댑니다.
 
이제 학자와 충분히 대화한 것 같은데..
 
이만 갈까요?
 
벨라진:할 말은 끝났나? (학자 봄)
 
학자:응, 끝이야! 왕자님이 내 연구에 흥미를 보이지 않은 건 안타깝지만.. 그건 왕자님이 날 인정해 준걸로 퉁칠게~!
 
벨라진:(어어그래... 손을 흔들어주곤 도서관을 나섰다.)
 
당신이 대신과의 대화를 끝마치면 바깥에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이 되어, 당신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옵니다.
 
시종이 돌아온 당신을 맞이하네요.
 
시종이 크게 다친 이후로는 만나지 못했으니.. 오랜만입니다.
 
시종:왕자님, 오셨군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벨라진:(웃으며 쓰다듬어 주려다가... 아, 손을 거둔다.) 평소와 같구나. 밤이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쉬련.
 
시종:앗.. (쓰다듬어주시려는 것 같았는데.. 표정에 아쉬움이 그득하다) 그럼 오늘은 스승님을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쉬시겠습니까?
 
벨라진:(유정有情함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이제는 안다. 희미하게 웃었다.) 스승님을 불러주렴.
 
시종:네! 그럼 누굴 불러드릴까요?
신관을 불러주겠니.
 
시종:알겠습니다!
 
조금 뒤 신관이 방 안을 들어와 가볍게 고개를 숙입니다.
 
신관의 손에는 양피지 뭉치가 들려 있으며, 대동하는 시종이나 호위도 없이 단정한 모양새입니다.
 
소파에 앉은 신관은 경청하듯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신관:이 시간에 따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어려운 것이 있으신가요?
 
라는 말로 운을 뗍니다.
 
벨라진:가르침을 받고자 불렀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죄송할 따름이군요. (고개를 마주숙였다.)
 
신관:아닙니다, 대신으로써 왕자님을 돕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은은하게 웃더니) 따로 물으실게 없다면, 제가 가져온 것을 좀 보시겠습니까? (라며 들고온 양피지를 내민다)
 
벨라진:(양피지에 시선을 둔다.)
 
신관은 품에 있는 두루마리를 펼쳐 내용을 보여줍니다.
 
방금 쓴 듯,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습니다.
 
신관:이것은 신관들에게 구전으로 내려오는 종말에 대한 내용입니다. 전 이 추위가, 언젠가 다가온다는 종말의 증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이것은 용의 죽음 뒤, 이 세계가 일종의 끝을 맺는다는 이야기일 터입니다. 저는 용의 심장을 녹이는게 방법적으로 용을 죽여, 용의 머리로 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벨라진:(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하하, 신관님은 신의 사자인 용을 좀 더 소중히 여기실 줄 알았습니다.
 
신관:(네 웃음에도 담담한 표정이다) 용의 죽음 또한 흐름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용이 새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죽음이 필요하죠. 그러한 용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기에, 우리는 매사를 소중히 여기고, 선을 실천하며, 용에게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벨라진:그렇습니까. (허나 저는 그 인계를 반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속으로 되뇌었다. 인과가 무엇인가. 한낯 인간인 나는 신의 축성을 받았을 지언정 그저 책장을 넘기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 온전하길 바랄 뿐인데.)
 
신관:..용이 꼬리를 물고 있는 한, 꼬리에서 머리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죠. 거대한 원 위에서 파괴와 탄생을 반복하는 것으로, 다시 처음부터 무한히 존재를 반복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라며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더니) 음, 왕자님은 학자의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벨라진:그의 연구는 도움이 되나 민간인들을 꾀어내 숲을 살피게 하는 것은 탐탁지 않아 하던 중이었습니다. (눈을 마주치더니) 신전에서도 늘어난 부상자 덕에 고생이 많다 들었죠.
 
신관:..맞습니다. 학자도 그의 방면에선 굉장히 뛰어난 자이나 만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다소 결여되어 있죠. 연구 자료를 모은다고 하지만, 사람의 희생 위에 세워진 연구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릴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나서야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모쪼록 왕자님께서 잘 조언해주시길 바랍니다.
 
벨라진:예. 제가 잘 타일러 보도록 하지요. (목례했다.) 어두우니 조심히 들어가시길.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킵니다.
 
신관:알겠습니다, 왕자님도 푹 쉬시길 바랍니다.
 
신관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곤 방을 나서네요.
 
침대에서 잠에 들 수 있습니다.
 
벨라진:(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밤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어렴풋이 듭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히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겠다고 다짐하면..
 
곧 잠이 쏟아집니다.
 
똑 똑,
 
역시 시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면 아침입니다.
 
오늘도 준비를 마치고 나와보면 거처 앞에 마차가 당도해 있습니다.
 
분명 오늘은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었죠.
 
용은 오늘도 당신과의 외출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왕궁밖으로 나갈 생각에 긴장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벨라진:(품에 있는 열쇠를 잘 확인한 후 마차에 올랐다.)
 
당신이 용의 탑으로 가면
 
역시나 탑 입구에서 왕이 용의 생필품을 들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왔구나, 이제 너를 믿기에, 아침에 오지 않을 참이다.
잘 할 수 있겠지?
 
벨라진:예. 맡겨 주십시오.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열쇠를 들고 탑으로 가면
 
탑을 다 오르기도 전에 에테네르가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
 
에테네르:열쇠는?
 
오늘도 기대감에 가득 차있군요.
 
벨라진:(열쇠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만족스럽게 웃는 에테네르는 묵직한 후드를 뒤집어 쓰고선,
 
당신에게도 비슷한 후드를 씌워줍니다.
 
저번에도 씌워 주었던 것과 같습니다.
 
검은색 후드네요.
 
에테네르:들키면 안되잖아, 그럼 먼저 간다?
 
라고 말하며 먼저 탑을 뛰어 내려가 오솔길의 입구로 갑니다.
 
또 마법을 부려놓겠죠?
 
맞습니다.
 
당신이 쫓아 가보면 이미 경비병과 마부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고,
 
마차에 달려있던 말이 에테네르의 뺨을 핥아주고 있습니다.
 
에테네르:저녁 때 쯤에는 일어날 거야. 왕궁 밖으로 나가려면 용의 탑에 다시 오긴 해야하니까.. 오후까지 여기로 돌아오면 딱 맞겠지.
그럼 갈까?
 
(GM):가기 전에 지능 판정!!!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여기서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이 듭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알 수 없네요.
 
벨라진:뭔가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말해버림)
(테넬 봄)(반짝)
 
에테네르:음..? (뭘해야 하더라.. 일단 생각해봄)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이따 오후에 왕궁 밖으로 몰래 나갈거니까.. 경비는 지금 다 물려놓지 그래?
 
용의 탑 입구에는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미리 경비병을 물려놓는다면, 당신의 부재를 좀 더 늦게 알아채지 않을까요?
 
벨라진:과연 영명하십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후드를 잠시 벗어두곤 경비병들에게 다가간다.) 이곳은 왕궁 안이기도 하고... 별 일 없을테니 자네들은 이만 물러나게. (손 안에 돈을 조금 쥐여주며.) ...가는 길에 목도 좀 축이고.
 
의심스럽게 당신을 보던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알겠다며 천천히 물러납니다.
 
둘이서 말을 타고 오전동안 함께 마을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가볼까요?
 
벨라진:가고 싶으신 곳은 있습니까? (테넬 봄)
 
에테네르:음.. 주택가는 어때? 여기서 나름 가깝기도 하고.
 
벨라진:그럼 그렇게 하시죠. (주택가로 말을 몰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입니다.
 
신전의 주변부터 광장 근처까지 많은 가구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신전 앞에 있는 공터가 주된 모임의 장소로, 이 곳에는 예배를 드리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켠에 설치된 천막으로 향하는 길게 늘어진 줄이 있고, 골목골목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주택가에 들어서면,
 
용은 많은 사람들에 후드를 뒤집어 쓰고선 천천히 골목쪽으로 향합니다.
 
따라가보면..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는듯 합니다.
 
다가가 살펴보면 아이들은 술래잡기와 비슷한 놀이를 하지만,
 
이건 반대로 아이들 모두가 술래를 쫓아다니며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아니, 또 다시라고 해야할까요.
 
아이들은 이단을 잡는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에테네르:...
 
에테네르는 그런 아이들의 놀이를 말없이 가만 보더니, 문득 당신에게 양손을 내밉니다.
 
에테네르:..손 줘 봐.
 
벨라진:...? (조심스럽게 양 손 얹었다.)
 
당신이 내민 손을 잡아 주자,
 
에테네르는 갑자기 소리내어 구절을 외기 시작합니다.
 
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이 만든 게이트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동작을 해보이곤,
 
아이들을 보며 씨익 웃습니다.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놀이를 즐기러
 
당신과 에테네르가 만든 게이트 아래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어느 덧 이단 잡기는 잊혀지고,
 
아이들은 왕궁과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즐기고 있습니다.
 
에테네르:건국 초기에는 게이트도, 왕궁 문도 열려 있었지. 겨울이 되었으니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런 풍경이 다시 오기를 바래.
 
전에 당신도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놀이를 가르쳐주었죠.
 
이번에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웁니다.
 
에테네르:..뭐, 너도 불러보지?
 
혼자 노래를 불러서 민망했던 걸까요?
 
당신을 부추깁니다.
 
벨라진:예......
(아니? 이런 반응을 보이려던 건 아니었다................... 노래 따라 불러준다...)
 
에테네르:어째 네가 부르니까.. (차가운 인상이 묘한 괴리감을 일으켜 웃을 뻔했다.. 그래도 목소리는 듣기 좋군)
 
한동안 당신과 에테네르가 손을 잡고 있자,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 무리가 묻습니다.
 
벨라진:지나가던... 사람입니다.
 
에테네르:야 넌 대답을..
 
역시 아이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인 듯 합니다.
 
좀 더 상상력을 쥐어짜내 보세요!
 
벨라진:요정... 입니다. (담담)
 
에테네르:
 
벨라진:(거드세요. 하는 표정으로 팔꿈치로 쿡 찌름)
 
에테네르:(풉..........큽.... 팔꿈치로 찌르든 말든 웃기 바쁨) ..그래, 맞아. 요정이 훌쩍 떠나기 전에 마저 놀아야지?
 
오랜만에 재미난 놀이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아,
 
둘은 오전 내내 손을 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아이도 점심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부름에 가고 나서야, 둘은 잡고 있었던 손을 뗍니다.
 
에테네르:하.. 간만에 웃었네. 그럼 돌아갈까?
 
벨라진:(요즘 아이들은 체력이 좋군...) 예. 가시죠.
 
당신과 에테네르가 돌아가기위해 길을 걷다보면,
 
예배 드리러 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앗!!!
 
전에 보았던 그 도믿맨!
 
벨라진:저 사람과 눈 마주치지 마십시오. (속삭)(빠른걸음)
 
에테네르:어, 응.... (도도도)
 
상대방 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며 단정한 인사를..
 
하려는 찰나, 쌩하니 지나갑니다.
 
저런, 저 신도는 집에 가서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벨라진:(울등가)
 
당신과 에테네르는 왕궁밖으로 향하기 위해 용의 탑으로 돌아갑니다.
 
말을 타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은,
 
언제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참을 말을 타고 달리면, 에테네르가 입을 엽니다.
 
에테네르:그래, 왕궁밖으로 나가보겠다고..
두렵진 않아? 봤을거 아냐, 밖에 나갔다가 불구가 되어 돌아온 사람들. 돌아오지 못한 자들도 있고 말이야.
 
벨라진:그게 두려웠다면 시간을 돌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혼탁한 세상을 쓸어내리는 것은 얼음결정이 아니어야 한다. 선택된 자의 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에서 시계를 꺼내 바라보았다.)
 
에테네르:그래, 그랬겠지. (네게서 어렴풋이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어두운 표정을 짓고는) 그래도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아, 둘 다 죽어버리면 되돌릴 수도 없거든.
 
벨라진:...(눈을 내리깔았다.)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만물을 갱신하기를. 새로 피어나는 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니까. 고개를 들었다.) 목숨이 위태로워 진다면 저를 두고 도망치십시오.
 
에테네르:(푸스스 웃고는)내가 도망을 가면 어떡하냐,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건 넌데. 그래, 이번에는 다를 수 있으면 좋겠네..
 
이번에야말로,
 
기나긴 이야기의 끝을 맞을 수 있길.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잠시후 당신과 에테네르는 용의 탑 앞에 도착합니다.
 
경비병을 물린 탓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에테네르:내가 비밀통로를 알아, 따라와 볼래?
 
벨라진:(후드를 여미고 따라간다.)
 
당신과 용은 가시나무 오솔길로 향합니다.
 
그리고 용은 나무 사이를 가리킵니다.
 
에테네르:여기, 보여?
 
(GM):관찰력~~~~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흐린 눈)
 
에테네르:.. 전에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모르는 이유가 있었군...
 
벨라진:일탈은 해본 적 없어서요. (흥)
 
나무 사이로, 추위 때문인지 기어간다면 지나갈 수 있을만한 크기로 돌이 갈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갈라진 것인지 아직 벽에서는 돌가루가 떨어집니다.
 
외진 탓에 아무도 모르는 듯 하고, 아직 지나간 흔적이 없습니다.
 
에테네르:여기로 나가면 돼, 가자.
 
벨라진:(얌전히 기어서 빠져나간다)
 
돌 사이를 지나자 성 바깥으로 금지된 숲이 보입니다.
 
숲 바깥으로 나오면 사방에 있는 자작나무와, 전나무, 그리고 나무들에 달린 고드름에 눈이 갑니다.
 
세상은 희거나 검고,
 
그런 흑백의 얼룩으로 가득한 지평선 저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깊은 숲 너머에서는 연신 어떤 소리가 들려오고,
 
발치에는 나무 뿌리가 엉켜 자칫하면 넘어질 듯 합니다.
 
어쩐지 왕도와 멀어질수록 점점 더 추워집니다.
 
벨라진:(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에테네르:.. 너나 조심해. 난 몇 번 와봤거든. (천 년만이다) 자, 이제 어떡할래?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모...르겠습니다.
 
조사를 해도 좋고, 계속 북쪽으로 향해도 좋습니다.
 
벨라진:(근처를 둘러본다.)
 
근처를 둘러보면 소리가 나는 숲이 있습니다.
 
숲 속은 원시에 가까운 자연림으로, 모든 나무가 수천년간 생장했을 법합니다.
 
나무의 둘레가 거의 집 한 채 만한 것들도 많습니다.
 
눈 밭 여기저기에는 늑대나 작은 동물로 추정되는 짐승의 발자국이 있습니다.
 
(GM):관찰력 판정
 
벨라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 많은 발자국 중에서, 사람의 손바닥 모양과 비슷한 자국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크기가 매우 커, 하나하나가 사람의 상체 만합니다.
 
발자국이 두 발,
 
혹은 네발,
 
혹은 여섯개의 다리로 움직여 사방으로 흩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손바닥 모양의 발자국을 목격하자, 기이한 것을 본 충격으로..
 
(GM):이성판정.......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GM):이성 감소치 없습니다
 
에테네르:..뭐든지 자세히 보지 않는게 좋아, 여기는. (각오 됐다더니 그래보이긴 하다만..)
 
벨라진:...명심하겠습니다. (시선을 떼었다.) 북쪽으로 향할까요.
 
에테네르:그래, 시체들이 널려있는 걸 볼 바엔 계속 앞으로 가는 게 낫지.
 
어느덧 눈보라가 강해집니다.
 
하얀 안개가 눈 앞을 뒤덮어,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윤곽이 흐릿하고,
 
바람이 강해 걷기가 힘듭니다.
 
눈은 아주 두껍게 쌓여, 바닥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눈보라 너머에서 무언가가 세상을 저주하는 듯한 목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그 목소리는 하늘 위에서 들려와 마치 천둥 같은 자연 재해처럼 들리고,
 
영혼을 긁어내는 듯한 악의와 괴로움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강력한 추위가 분노처럼 앞에서부터 몰아쳐옵니다.
 
울부짖음을 들은 당신은..
 
(GM):이성 판정........!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1
 
(GM):1d10 굴려주세요
 
벨라진:
rolling 1d10
 
(
4
 
)
 
 
=
4
 
(GM):이성이 4 감소합니다.
 
에테네르:..괜찮아? 힘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돼. (걱정..흘금..)
 
벨라진:(심장께를 움켜쥐었다.) ... 괜찮, 쿨럭. 습니다.
 
에테네르:하.. 뭣하면 내가 시계 돌려버릴거니까 그런줄 알아. (한숨..)
 
에테네르의 몸에서도 슬슬 서리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북쪽으로 계속 이동한다면,
 
어느덧 눈보라가 잠잠해지고
 
눈 앞에 녹색과 푸른색의 커튼처럼 일렁이는 빛이 보입니다.
 
에테네르:... 오로라네.
 
벨라진:...시기만 아니었다면 천천히 감상했을 텐데요.
 
에테네르:그러게나 말이다, 그리고 여기 아니면 거의 보기도 힘들어.
 
별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맑은 하늘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고,
 
생물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북쪽 숲의 중앙에는 거대한 둔덕이 보입니다.
 
눈으로 쌓아 올린 듯한 이것은 크기가 매우 거대해, 마치 작은 언덕이나 동산 같습니다.
 
둔덕 위로 올라가면 중앙에는 둥그런 모양의 홈이 있는 거대한 바위가 있으며,
 
홈 주변에는 생전 본 적 없지만 읽을 수 있는 글씨들이 얼음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 글씨를 바라보면 기괴한 기분이 스멀스멀 전신을 사로잡습니다.
 
(GM):자료조사, 오컬트, 크툴루신화 중 하나 판정
 
벨라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북쪽에 가까운 눈 쌓인 땅에는 불타는 얼음과 추위를 다루는 서리거인, 위대한 옛 것이란 것이 있는데,
 
서리거인은 뿔이 달리고 다리가 여섯개인 부족을 땅 위에 풀어 놓고,
 
황무지를 배회하며 다음 장난감을 찾고 있다고 한다.
 
라고 쓰여있습니다.
 
또한, 거인을 얼음 아래에 봉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서리거인을 ‘이타콰’로 지칭하며, 그를 따르는 부족을 ‘노프케’라고 지칭합니다.
 
이타콰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합니다.
 
제물로 바쳐진 사람은 운이 좋다면 생존 할 수 있지만 제정신은 아닐 것이며,
 
삶이 끝났다면 시신은 대부분 몇 주 후,
 
혹은 몇 달 후에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설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벨라진:(에테네르를 바라보았다.) 사십시오.
 
에테네르:..뭐래.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살아야지. 그리고, 네가 살아야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거야, 말했잖아. (라고 말하는 눈에는 굳은 의지가 어린다)
 
 
순간,
 
당신과 에테네르는 급격히 차가워지는 공기에 숨을 쉬기가 힘들어 집니다.
 
공기중에 떠도는 습기가 얼어붙어, 얼음 결정을 만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
 
그리고는 눈 앞에,
 
둔덕 아래에서 기어 온 듯한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올라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투구벌레에 사람의 팔이 여섯개 달리고 온 몸에 털이 난 듯한 생물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GM):이성판정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GM):1d10 굴려주세요...................................
 
벨라진:
rolling 1d10
 
(
2
 
)
 
 
=
2
 
에테네르가 당신 앞을 막아섭니다.
 
이내 왼손을 들곤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당신과 에테네르를 둘러싸는 거대하고 투명한 얼음 막이 생깁니다.
 
막의 표면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에테네르:
rolling 1d10
 
(
4
 
)
 
 
=
4
오래 시간은 못 벌어, 주문 외울거면 지금 해야해!
 
벨라진:(곧바로 시계를 꽂아넣고 에테네르의 손을 잡았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에테네르:하, 당연하지. ..이번에는 실패 안할거야.(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용과 같이 손을 잡은 채,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선언을 합니다.
 
맹렬한 추위 속에서 잡은 손만이 내가 살아있고,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이야기를 맺는 첫 선언을 하자,
 
뼈 속까지 얼어붙는 추위가 둘을 뒤덮습니다.
 
둘 주변에 있던 노프케들은, 마치 아주 거대한 위험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이리저리 흩어집니다.
 
두번째로 외치자,
 
저 하늘 위에서 구름 사이로 두개의 커다란 별이 나타납니다.
 
파랗게, 하얗게 불타오르는 그것은 마치 얼음이 불타는 듯 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선언을 하자…
 
저 하늘 위에 있던 두개의 별이, 우리들 앞으로 떨어집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그것은 별이 아니라 거대한 인간의 눈 한쌍입니다.
 
구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단지 서 있는 것으로 해를 덮을 만큼 거대한 인간의 몸뚱아리입니다.
 
서리거인의 숨결에서는 가장 추악한 질투같은 냉기가 흘러나오고,
 
그 질투는 명확히 당신과 에테네르를 향하고 있습니다.
 
서리거인이 몸을 굽혀, 발 아래 있는 작고 미미한 생명체들을 바라봅니다.
 
그의 푸르고 거대한 눈동자에서 나오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습니다.
 
냉정한 시선이 둘을 향해 조리개를 잡듯 초점을 맞추고선,
 
이내 다시 그 얼음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듯 분노 가득한 함성을 지릅니다.
 
둘은, 이것이 겨울의 근원,
 
들려오던 괴성의 근원임을 깨닫습니다.
 
벨라진: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509423
+2: 보통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GM):1d100을.. 굴려보시겠어요?
 
벨라진:...
rolling 1d100
 
(
5
 
)
 
 
=
5
 
(GM):이성이 5 감소합니다.
 
벨라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앞이 일순 흐려집니다.
 
따라 흐려지는 정신 속 두려움과 공포가 당신을 잠식합니다.
 
아니,
 
안됩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되뇝니다.
 
해내야 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습니다.
 
옆을 보면, 에테네르도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제는 끝을 내야 할 때입니다.
 
벨라진:
이야기를 맺는 주문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쏟아지는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길고 지루한 겨울의 장은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눈과 바람, 불타는 얼음이 녹을 때가 온 것입니다.
 
서리거인은 분노에 차, 거대한 손을 우리에게 뻗습니다.
 
하지만 그 손톱 끝이 우리에게 닿기 전, 서리거인의 발 아래에 세찬 물보라가 입니다.
 
녹은 얼음은 더 이상 거인의 무게를 견딜 수 없습니다.
 
거인은 이럴 수 없다는 듯 발버둥을 치지만 그 괴로운 함성도 곧,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버립니다.
 
다시 누군가 거인을 불러내기 전에는 저 차가운 바다 아래,
 
빙하의 가장 깊은 곳에 갇혀 후일을 기대할 수 밖에 없겠지요.
 
 
...
 
정신을 차려보면,
 
우리들이 서 있던 둔덕 위에 빛의 장막이 일렁입니다.
 
아,
 
어느새 눈보라는 그치고,
 
저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부드럽고 따뜻한 물…
 
아니, 비가 내려 왕국을 녹입니다.
 
멀리서부터 퍼지는 연두빛의 일렁임.
 
겨우내 잠 자던 새싹이 일제히 움을 터, 둘의 주변까지 밀려듭니다.
 
하늘에는 별이,
 
땅에서는 꽃이,
 
그리고…
 
눈 앞에는.
 
에테네르:...
 
얼이 빠진 에테네르가 있습니다.
 
어느새 에테네르의 몸에 깃든 성에도 다 녹아 있습니다.
 
벨라진:(자라난 새순을 쓸어보았다. 에테네르를 보았다.) 성공... 인가요?
 
에테네르는 어안이 벙벙한 듯 넋을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에 크게 웃더니,
 
당신을 끌어당겨 냅다 눕혀버립니다.
 
에테네르:이게.. 이게 진짜 되네, 말도 안돼! 이거 꿈 아냐? (꽃 밭을 뒹굴거린다..)
 
벨라진:으아악. (덩달아 꽃밭 위에 눕혀졌다. 아직...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에테네르:이거 진짜 꿈 아니지? (아, 진짜 울 것 같은데.. 뒷말을 삼키고는 일어나 앉더니 옆에 누운 너를 본다) ..이번에는 진짜 달랐네, 네 말대로. (쾌활하게 웃는다. 지난 천 년간 켜켜이 쌓여왔던 서러움도, 원망도.. 따스히 내리는 비에 씻겨 내린다. 우리들의 약속도, 드디어 놓을 수 있겠구나.)
 
벨라진:...(느린 숨을 내뱉었다.) 그러면, 내년에도 꽃이 피는 건가요. 매년? (말 중간중간 목이 맨 듯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에테네르:... ... 뭘 또 울고.. (본인도 따라 울 뻔했다.. 고개를 양옆으로 털어내고는) 그래, 너도 이제 봄을 볼 수 있겠네. (엉거주춤 다가가선 너를 안고 토닥인다... 분명 서로가 약속을 할 때만 해도 이럴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후회하고, 나아가서 결국엔 굴레에서 벗어났다) 좋은 결말이네, 그치?
 
벨라진:봄...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 입 안에 감기는 낯선 단어의 울림이 좋았다. 얼굴을 대충 문질러 닦곤 에테네르를 바라보았다.) 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대화가 끝난 후,
 
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끝났다면, 주연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오래전 했던 약속이 당신을 파고듭니다.
 
옛날 아주 먼 왕국에서, 우리는 어두운 마법을 이해하는 마법사였습니다.
 
우리는 곧 다가올 신들의 전쟁,
 
라그나로크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 동안 신적인 존재에게서 살아남고 싶지만,
 
둘은 늦더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고로 우리는 영혼을 묶는 계약을 했습니다.
 
수십번의 죽음과 생을 반복하며,
 
인류를 지키기 위해 떨어질 수 없는 저주를.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집니다.
 
계약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면 기억나지 않는,
 
혹은 아직 겪지 않은 감정이 소용돌이칩니다.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외로움과 무료…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기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느덧 둘은 깊은 후드를 눌러쓴 채, 이야기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완결이 난 순간 아무것도 아닌자가 됩니다.
 
이야기를 마친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가 다르지 않습니다.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당신은 막 태어난 자기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선, 왕에게 후계자로 정하기를 청하고, 용의 가까이로 갈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당신은 자신의 방에 시계를 던져 넣고, 사람들에게 조각을 가져다 줍니다.
 
어떤 때는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었고,
 
어떤 때는 따뜻한 불길이 되어 스스로를 돕습니다.
 
그래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왕국을 줄곧 돕고 있었던 것은 언제나 나 자신입니다.
 
이제는 압니다.
 
과거의 자신이 끔찍한 일을 겪더라도,
 
좌절하거나 깊은 외로움에 휩싸여 있더라도 그것은 쓸모없는 일이 아니겠죠.
 
모든 것은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을 위해…
 
 
 
 
 
 
 
 
.
 
.
 
.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이 것은 우리들의 동화이며, 완결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첫 문장은..